편의점에 밀린 '동네슈퍼'..."밥벌이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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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밀린 '동네슈퍼'..."밥벌이도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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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살리기 간담회, 상인들의 '하소연'..."물러날데도 없어"
"법 바꿔서라도 편의점 제한해야"...우 지사 "골목상권 살리겠다"

지난 2007년 201개에서 지난해 533개로 두배 이상 증가한 24시 편의점. 반면 같은 기간 1254개에서 819개로 35% 가까이 줄어든 수퍼마켓.

제주지역 골목상권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데이터'다. 그러나 이는 숫자일 뿐, 실제 골목상권 상인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숫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17일 오후 2시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고객지원센터 2층에서 열린 골목상권 살리기 연구용역 설명회 및 간담회에서는 그동안 골목상권 상인들의 마음 속에 쌓아온 어려움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간담회는 우근민 제주지사를 비롯해 현승탁 제주상공회의소 회장, 전통시장 상인회 및 수퍼마켓 협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골목상권 살리기 간담회를 주재하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골목상권 살리기 간담회. <헤드라인제주>

먼저 강기춘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골목상권 살리기 연구용역'에 따른 결과를 설명했다. 강 교수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골목상권 자생력 강화 △제도.행정적 지원 △제주지역 중소유통업활성화추진단 구성 및 운영 등을 제언했다.

이어 공영민 제주도 지식경제국장이 제주도 차원의 골목상권 살리기 방안을 설명했다. 공 국장은 "상인 스스로 매출증대 방안을 제시하면 다양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지원하겠다"며 아이디어 제공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강 교수와 공 국장의 설명이 끝난 뒤 참석자간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자유토론에서는 골목상권 관계자들로부터 실제 상인들이 느끼고 있는 골목상권의 어려움이 가감 없이 전달됐다.

먼저 조병선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1200개 수퍼마켓이 700개 밖에 남지 않았고, 대기업이 하는 편의점은 500개로 증가했다"며 "수퍼마켓 업계에서는 이제 마지막까지 왔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편의점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많이 되고 있지만, 수퍼마켓이 무너지면 수퍼마켓 뿐만 아니라 중간 도매상과 제조상 등 제주경제 전체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골목상권 살리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병선 이사장. <헤드라인제주>

문옥권 제주도상인연합회 회장은 "기업형수퍼마켓이나 24시 편의점이 600개에 도달했고, 대기업은 제주도에 1200개 이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라는 보도도 접한 적이 있다"며 "이렇게 무분별하게 개설된다면 골목상권이나 재래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서라도 편의점 개설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배 중앙로상점가상인회 회장은 특히, 옛 제주대병원이 있던 제주시 삼도2동 상권을 중심으로 한 어려움을 피력했다.

그는 "중앙로 상권의 경우 장사도 안되고 빈 점포도 많아 점점 낙후되고 있다"며 "실제 한 곳의 가게에서 하루에 물건 2-3개를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밥벌이도 힘들다"고 말했다.

양승석 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도 골목상권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한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골목상권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수퍼마켓도 가격경쟁력 면에서는 편의점을 이길 수 있지만 소비자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다보니 장사가 안되는 것"이라며 "대기업을 막을 수 없다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편의점 수가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드물다"며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도민들에게 알려야 편의점을 차리기 전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되고 (개점을) 자제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목상권 살리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양승석 이사장. <헤드라인제주>
골목상권 살리기 간담회. <헤드라인제주>

# 우 지사 "구멍가게는 결코 약하지 않다...뭉쳐야 산다"

골목상권 상인들의 어려움을 접한 우근민 제주지사는 "올해를 골목상권 살리기 원년으로 삼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 지사는 "이를 위해 현승탁 제주상의 회장을 자주 만나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의기투합하자고 했고, 용역도 했다"며 "또 오태문 경제정책과장을 부이사관으로 승진시켜 골목상권살리기 추진단장을 맡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지역 동네 수퍼마켓 사장들이 라면 업체의 가격 인상에 반발, 집단으로 판매 중단 및 진열 방식 변경 등의 행동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를 소개했다.

우 지사는 "구멍가게는 결코 약하지 않다. 약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 뒤, "라면 파는 회사가 구멍가게 이윤 남기지 못할 정도로 가격을 올리니까, 구멍가게 사장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그 라면을 사람이 안보이는데 진열하고 그렇지 않으면 창고에 두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하다보면 결국 라면 업체가 망할 수 있다. 이러한 힘이 구멍가게에 있는 것"이라며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엄청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뭉쳐야 산다"고 강조했다.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해 1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우 지사는 "총선 끝나면 바로 예산 편성에 들어갈 예정인데, 약 100억원 이상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예산 부서에 이 예산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살리기 간담회. <헤드라인제주>

# '서문재래시장에 주차빌딩...탐라문화광장에 야시장' 계획

이 밖에도 우 지사는 서문재래시장에 '주차빌딩' 조성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 지사는 "제주 사람들은 게을러서 길가에 차를 세워도 지하나 2층으로는 가지 않는다"며 "따라서 서문시장 인근 퍼시픽 호텔 뒷편에 주차장을 마련하고 있다. 부지가 좁으면 건물을 지어 복층 주차장으로 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시장 조성 계획도 제시했다. 그는 "구도심권에 탐라문화광장이 마련되면 거기에 야시장을 하고 싶다"며 "그런데, 이때까지는 2년에서 3년 정도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따라서 그 전에 상권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어딘가에 야시장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의욕이 있으면 밤에도 장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에 앞서 우근민 지사는 서문재래시장과 제주오일시장 등을 방문해 골목상권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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