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밝혀져 다행"...금품상납 '사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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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밝혀져 다행"...금품상납 '사슬'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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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금품상납 발생 중학교 지역서 학교폭력 대책 간담회
지역주민, 사태수습 나선 교육청에 불만..."교사 직무유기다"

"5년간 곪았던 금품 상납이 이제야 터졌다. 이제라도 이 사건이 터져서 다행이다."

"가해학생을 전학보내는 처벌만이 문제 해결방법이냐? 교사, 교장, 교감도 직무유기죄다."

제주도내 모 중학교에서 학생 간 피라미드식 금품 상납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 내에서는 언젠가 터질 일이 이제야 터졌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를 미리 파악해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던 교육청 당국에 대한 원망과, 교육청이 가해학생들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전학 등 처벌만을 내세우는데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13일 저녁 7시 이 사건이 발생한 중학교의 지역 인근 도서관에서 '안전한 학교 만들기를 위한 지역주민.유관기관 간담회'를 가졌다. 

제주도교육청이 금품 상납 사건과 관련,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날 간담회는 최근 불거진 금품 상납 사건과 관련해 지역주민들을 모아놓고 해결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간담회는 제주도교육청에서 고창근 교육국장과 강승주 창의.인재교육과장, 김상희 제주시교육장, 해당 학교장과 운영위원장, 어머니회장, 운영위원, 인근 지역 학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먼저 해당 중학교측은 2년 동안 이어져왔던 금품 갈취를 전혀 알지 못했고 지난해 12월 학부모 제보로 알게 된 뒤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해당 중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단 한 줄도 진술이 없었다"며 "사건이 드러난 뒤에 다시 설문조사를 했는데도 아이들이 피해사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이 지역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간담회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무거웠다.

해당 학교장은 간담회 내내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개진되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뿐,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지역주민들은 이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서고 있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뒤 교육청이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미 곪을대로 곪아 터졌는데, 이 지경이 되도록 교육청은 뭘 했느냐"는 것이다.

특히 의무교육과정으로 강제 퇴학시킬 수 없는 중학생들에 대해서도 학교폭력에 연루되면 퇴학 또는 강제 전학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교육청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제주도교육청이 금품 상납 사건과 관련,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청년회장 A씨는 "지금 해결방식이라고 얘기되고 있는 게 학생이 신고하면 걸려든 학생은 처벌 받아야 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규제나 원칙만을 따져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들에 대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이제까지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학교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나오지 않았던 금품 상납 사실이, 학생들을 다독거리니까 밝혀졌다는 사실은 말도 안 된다"면서 "그 전에는 왜 친근하게 대해주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교로 보내는 것은 일종의 해결방안이 될지는 몰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이 지역에서 생긴 문제는 이 곳에서 해결해야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다른 학교 보내면 우리 지역에서 범죄자를 키운 것 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들을 처벌할 것이라면, 지난 5년간 사건에 연루된 애들을 가르쳤던 교사와 교장, 교감도 직무유기죄로 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며 "규제만으로 애들을 보내지 말고 품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지역 내 초등학교 교장도 "가해학생들도 지역을 이끌게 될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자존심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할 것 같다"며 전학을 보내는 것은 근본적 문제 해결방법이 아님을 강조했다.

모 마을 리장 B씨도 "처벌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앞서 발언한 지역주민들과 의견을 같이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금품 상납보다 더 많고 오래된 피해 사례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복지관장을 맡고 있는 C씨는 "금품 상납 문제는 여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만연돼 있다"며 "5년간 곪았던 게 터졌는데, 그나마 지금이라도 터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학생) 전학이 과연 해결방안이 될 수 있겠나? 다른 학교에 가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보느냐"면서 "이번 기회에 지역사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장인 D씨 역시 "한 학생과 상담을 했는데, 그는 '고구마 줄기를 뽑으면 줄줄이 달려 나오듯이 금품 상납 사례가 줄줄이 이어진다'고 말했다"며 추가 사례가 있음을 시사했다.

모 파출소장도 "이번 사건이 터진 게 다행이다. 수사가 잘 끝나면 (금품 상납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지 않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학교나 부모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서 연결고리를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시간 동안 주민들로부터 호통을 받은 교육청. 김순관 학교폭력 담당 사무관은 "이날 나온 의견을 토대로 앞으로는 이런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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