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말 우리 아니민 누가 지킬꺼우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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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말 우리 아니민 누가 지킬꺼우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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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말하기' 열띤 대회..."제주어 우리가 지켜얍주!"

"우리 제주껀 제주 사람들이 잘 지켜삽주. 산이영 바당이영 제주말이영 정신 바짝 초리지 않암시민 사라질꺼 아니우꽈!"

50주년을 맞이한 탐라문화제 축제장 한 켠에서는 제주어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8일 오후 2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벌어진 것.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뉘어진 총 20개의 참가팀은 각자 준비한 제주어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각각 5분 내지의 짧은 단막극을 선보이는 형식으로 진행된 대회는 참가팀만큼 주제도 다양했다. 공동체의 협력을 구하는 극을 구성하는가 하면 제주의 옛 풍속을 전해주는 극도 눈에 띄었다.

8일 오후 제주탑동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어말하기대회. <헤드라인제주>
8일 오후 제주탑동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어말하기대회. <헤드라인제주>

또 각 지역의 특산물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극도 단연 돋보였다.

"서귀포 바당에 맬이영, 자리영 풍년이염시매! 자리삽써! 지금이 딱 제철이우다" 보목자리가 최고라고 소개하는 어린이들의 입에서는 제주도 토박이들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원조 방언'이 새어 나왔다.

무슨말인지는 모두 이해하지 못한듯한 관객들도, 능청스러우면서도 구수한 사투리에 기어코 웃음을 터뜨렸다.

우연히 문화제에 참석했다가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구경을 와봤다는 김정순씨(48)는 "내가 제주사람인데도 제주어를 저렇게 쓰는 것을 보면 새삼스럽고 신기하다"며 "요즘 제주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일부러 이런 기회를 만들어서 제주어를 지키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는 잠시 제쳐두고, 문화제 현장을 찾아왔다는 대학생 한정아씨(20)와 김혜연씨(20) 일행은 대회를 관람하는 내내 웃음을 그치질 못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한씨와 달리 육지부에서 학업차 내려온 김씨는 제주어가 생소하기만 했던 것.

무대 위의 학생들이 "폭삭 속암수다~"라고 서로 반갑게 인사말을 나누자, 김씨는 "누가 누구를 속인 것이냐"고 옆 친구에게 조용히 물었다.

"혼저옵써예~"라고 말했는데, 출연진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오자 "왜 혼자오라고 했는데 다같이 나오냐"고 묻기도 했다.

친구의 설명을 전해들은 김씨는 "다른 지방 사투리는 어느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제주어는 무슨말인지 전혀 모르겠더라"며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대회를 자주 열어 많이 알리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도 "제주도에 쭉 살았지만 무슨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세대 아이들은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어가 정말 중요하고 의미있는 언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요즘에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사용하는 것 같아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제주시민 한경철씨(38)도 "제주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사라져가는 언어로 등록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며 "제주어는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지켜내지 못할 소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제주탑동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어말하기대회. <헤드라인제주>
무더운 날씨임에도 제주어말하기대회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헤드라인제주>
8일 오후 제주탑동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어말하기대회. <헤드라인제주>

무엇보다 이번 대회의 최고 수혜자는 대회에 직접 참가한 학생들이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전까지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제주어를 머릿속에 가득 담아두게 됐다.

'모심모앙 안되는 일 어쩌게'라는 제목으로 공동체의 합심을 강조한 외도초등학교 6학년 김가영, 문수미, 강은정, 주세연, 고소영 어린이는 "밤 늦게까지 계속 연습을 했는데 연극이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배운 제주어만해도 굉장히 많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종애(종아리), 독새기(달걀), 훌그지다(뚱뚱하다), 지꺼지다(기쁘다) 등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지만 이제 일상에서도 간혹 써진다고 전했다.

강은정 어린이는 "처음 연습할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제주를 더 알릴 수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다음에 대회를 열때도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곱들락 감귤 하영 사줍써'라는 제목의 무대를 선보인 남원중학교 현하은, 오여진, 한연지 학생도 같은 뜻을 내비쳤다.

"제주어를 배우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다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이들도 점점 사용되지 않는 제주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오여진 학생은 "표준어도 중요하지만 제주어도 똑같이 우리나라 말이지 않느냐"며 "똑같이 중요하고 똑같이 지켜나가야 할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탑동공연장에서는 제주어말하기대회에 이어 제주어 노래부르기 대회, 제주어 연극이 연이어 펼쳐졌다. <헤드라인제주>

무더운 날씨임에도 제주어말하기대회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헤드라인제주>
'모심모앙 안되는 일 어쩌게' 극을 선보인 외도초등학교 김가영, 문수미, 강은정, 주세연, 고소영 어린이. <헤드라인제주>
8일 오후 제주탑동해변공연장에서 열린 제주어말하기대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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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11-10-08 22:56:19 | 112.***.***.107
제주어를 지키는데 어린이들이 앞장서는 것은 참 바람직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