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주민 여러분,
오늘 주민 여러분들의 ‘강정을 제발 살려줍서’라는 호소문을 읽었습니다. 그동안 해군기지 문제로 주민 여러분들께서 어떤 고통을 당하셨는지, 그 한이 얼마나 절절하신지를 잘 알기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주민 여러분들의 저항은 정당합니다. 죄가 있다면 고향을 너무 사랑했다는 죄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 여러분들에게 공권력은 너무 가혹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에게 이래도 되는 것인지 탄식만 나올 뿐입니다.
강정주민 여러분,
여러분은 법원의 가처분결정이 나왔음에도 끝까지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됩니다. 고향 땅과 바다를 마구 파괴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참을 수가 있겠습니까.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막고 싶은 심정은 사람인 이상 자연스럽게 갖는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가처분 결정을 어기면서 힘으로 막고자 한다면 더 큰 희생만 초래할 뿐입니다. 어차피 해군기지 공사는 물리력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쇠사슬을 묶고 저항하더라도 결국은 무너집니다. 오직 여론만이 막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민 절대 다수가 반대할 때 비로소 공사는 더 이상 진행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강정마을의 고문변호사 자격으로 감히 주민 여러분들에게 호소합니다. 가처분결정을 지켜주십시오. 합법적인 방법으로 제주도민의 여론을 일으키는 운동을 해주십시오. 그것은 결코 비겁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혜로운 처신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렇게 해주신다면 제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반드시 제주도민의 절대 다수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여 공사가 중단되도록 미력이나마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정부에게도 평화적인 해결 노력을 호소합니다.
제주는 국가권력의 잘못으로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된 4ㆍ3의 한과 아픔이 있는 곳입니다. 많은 도민들은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제2의 4ㆍ3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공권력을 투입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만일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해 공사를 강행한다면 극한 대립과 투쟁이 계속되면서 강정마을 공동체는 물론 제주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영원히 치유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닌 갈등의 섬으로 전락할 것이고 역사는 제2의 4ㆍ3으로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역사 앞에 커다란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먼저 공사를 중단하고 공권력 투입을 유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해군기지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그것만이 더 이상의 희생과 파국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현명한 결단을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이제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강정주민 여러분들께서 평안한 추석을 맞이하실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강정마을 고문변호사 신용인>
# 외부원고인 '기고'는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