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서 매일 '곡소리' 들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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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매일 '곡소리' 들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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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맞닿은' 장례식장, 주민 100여명 반대시위
"상식상 이해안돼...다른 시설 들어서도 되지않나요?"

주택가 내에 장례식장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제주시 사라봉 인근의 H마트 부지.

이달 초부터 장례식장이 건설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설마 도심지 한복판에 생길까 싶다가 최근에야 소문이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고, 급기야 주민들이 들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가칭 일도2동 장례식장 반대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민 100여명은 22일 오후 5시 문제의 H마트 앞에서 반대시위를 갖고 장례식장 건설 계획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현재 장례식장이 들어서려는 위치는 건입동과 일도2동의 경계로, 서쪽으로는 영락교회, 동쪽으로는 사라봉이 있는 곳이다. 현재 마트가 위치하고 있는 정면은 빌라 등 공동주택이 즐비해 있는 주택가이기도 하다.

수천여 세대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특히 국립제주박물관과 우당도서관, 청소년수련원, 영락유치원, 사라봉시민구장, 제주국민체육센터가 모두 반경 100m거리안에 있다.

주민들은 이 점을 들면서, 운동을 즐기기 위해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과 어린이들에게 매일 곡소리를 들려줘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에는 꽤 굵은 빗줄기가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과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 뿐만 아니라 조금 거리가 떨어진 화북지역, 일도지구 등에서도 주민들이 찾아와 함께 반대의지를 표명했다.

한 주민은 호소문을 통해 "일도2동 주민이 아니고, 장례식장 건립 반대 주민이 아닌 사라봉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제주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며 "우리가 선 이 곳은 수 많은 청소년들과 제주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장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시민들이 부담없이 운동을 즐기고, 아이들이 부담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지역에 장례식장이 웬말이냐"고 분을 냈다.

또 "조금만 더 가면 제주 유일의 국립박물관이 있고, 아이들이 뛰노는 청소년 수련관과 시민들이 즐겨찾는 사라봉, 우당도서관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 떠나는 모습부터 가르쳐서야 되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장례식장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이 지역에 적합한 시설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제주시 길목에 장례식장 건립은 우리 모두 함께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주민 이모씨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아니냐"고 되물으며 "이렇게까지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들어서야 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공부를 하러 밤늦게 도서관을 오가는 아이들이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곡소리를 들으며 다녀야 한다"며 "체육센터에는 수영장도 있고, 청소년 수련원을 이용하려는 학생들도 있는데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지역구 의원인 제주도의회 신관홍 의원(한나라당)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정서상 도의적으로 생각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는데도 반발이 생기는데, 주택가가 바로 인접한 곳에 장례씩장을 들어선다는 것은 사업주가 다시 생각을 해야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법적으로는 장례식장이 혐오시설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의 인식이 그렇게 바뀌지는 않지 않았느냐"며 "장례식장이 아닌 다른 시설이 들어와도 될 지역에 굳이 장례식장 건설을 고집하는 것은 사업주의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우회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했다.

주민들은 이날 반대시위를 기점으로 반대대책위원회의 활동을 더욱 확고히 하고, 반대운동을 조직화 할 계획이다.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장례식장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는 지역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장례식장 건설 반대 현수막. <헤드라인제주>

이날 시위에 앞서 주민들은 사라봉 입구 등의 지역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였고, 현재 3700여명의 시민들에게 장례식장 건설 반대 서명을 받았다.

내일이나 모래 즈음해서는 제주시장 면담을 가져나갈 예정이다.

한편, 왜 다신 시설이 아닌 장례식장이 들어서야 했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사가 되지 않자 마트 사장이 앙심을 품고 장례식장을 건설하려 한다는 괴소문까지 돌고있다.

장례식장은 문을 닫은 H마트를 운영하던 사장이 부지를 매매하지 않고 그대로 용도를 변경해 시설하려는 상황이다. 한 주민은 "마트 사장에게 전화해서 따지자 '왜 진작 도와주지 않았냐'고 이야기하더라"라며 기가 찼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장례식장 건설에 대한 신청이 진행됐고, 도면 수정이 필요해 재심의절차를 거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다음 건축설계 심의는 오는 25일께 있을 예정인데, 얼마전 장례식장은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났기 때문에 장례식장 건축이 신청됐을 경우에는 행정으로서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건축에 대한 최종심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머지않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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