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님만 믿어요"...우 지사 "예산 거덜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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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사님만 믿어요"...우 지사 "예산 거덜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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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지사, 우도면 주민과의 대화...11건 사업 요청에 '진땀'
해수사우나 등 요청..."작정했어요?...우선순위 정하세요"

선거 때마다 우근민 제주지사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제주시 우도면 주민들이 우 지사의 우도 방문에 맞춰 주민숙원 사업의 대대적 지원을 요청했다.

한두가지도 아니고,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무려 11개의 굵직굵직한 사업지원 요청에 우 지사도 진땀을 흘리며 "우선 순위를 따져보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시행하자"고 주민들을 달랬다.

다른 지역 방문 때에는 예산편성의 원칙적 측면을 내세우며 자를 것은 자르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던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분명 어감의 차이가 있었다. 들어주기 곤란하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검토해 지원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 지사는 이날 오후 4시 우도면사무소에서 김철수 우도면 주민자치위원장을 비롯한 6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발전 토론회를 개최했다.

우 지사의 우도방문에는 이 지역 출신인 제주도의회 윤춘광 의원을 비롯해지역구 의원인 안동우 의원, 그리고 오홍식 제주시 부시장, 제주특별자치도의 정태근 특별자치행정국장과 공영민 지식경제국장, 고성준 농업기술원장, 박용현 수자원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우근민 지사가 우도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우 지사가 28일 우도면에서 지역발전 토론회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우도면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토론회에서 우도면은 지역을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11가지 사업계획을 제시하며 이들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요청된 사업을 보면 △해수 및 노천사우나 시설 △우도특산물 성분 분석 및 특화사업 △농산물 보관용 건조장 시설 확충 △의료시설 확충 △특색있는 건물 도색 사업 △전통문화 체험의 섬 기반 조성 △농어촌자원 복합산업화 지원사업 △우도통합복지서비스센터 건립 △도항선 교통체계 확대 △전기.통신 지중화 사업 △녹색성장형 에너지자원 조성이다.

어느 것 하나 적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아니다.

여찬현 우도면장은 해수 해수사우나 사업과 관련해, "해저 상수관 연결로 인한 저수지 및 담수화 시설이 사용되지 않고있다"며 "장기적으로 농업용수로의 전환이 고려되고 있지만 염지하수를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의 필요성이 있다"고 호소했다.

우도에서 나오는 땅콩, 마늘, 쪽파, 오분자기, 미역, 소라, 톳, 모자반 등의 특산물의 성분을 분석해 이를 소득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농산물 보관용 건조장 시설과 관련해서는 우도의 특산물인 쪽파와 마늘 등은 비가 오는 상황이면 마땅히 보관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20억원을 투입해 제주시 우도면 4개리에 농산물 보관용 건조장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롭게 신축되면서 활용도가 떨어진 옛 우도 보건지소의 활용과 해녀축제 등을 통한 전통문화 체험 기반을 조성 사업, 종합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맡는 가칭 우도통합복지서비스센터 건립도 사업으로 제안했다.

여 면장은 또 "우도봉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전경은 자연스러우나 지붕이 퇴색되거나 낡아 관광지로써의 자연경관을 저해하고 있다"며 "마을별 특색에 맞게 지붕과 건물을 도색하면서 관광지 이미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 및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 기후가 나쁘거나 야간시간에도 도항선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도 요청했다.

# "제주도 1년예산과 맞먹겠네...우선순위 정리하자"

이러한 건의를 받은 우 지사는 "도지사 오기만 하면 뿌려야겠다 벼르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 사업들을 추진하려면 제주도 1년 예산과 맞먹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의욕이 넘치고 지역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서 좋다"고 관계자들을 칭찬하며, "모두 다 진행될 수는 없으니 사업의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안된 사업을 하나씩 거론하며 함께 자리한 부서장들과 함께 추진방안을 모색했다.

농산물 보관용 건조장 시설에 대해 우 지사 대신 답변에 나선 조강제 제주도 식품산업과장은 "우도지역 농산물 총 생산량이 25억원인데 20억원의 시설을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조 과장은 "이미 우도지역에 땅콩 저장고 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20억원을 투입해 4개리에 모두 건설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꼭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우도 전체를 고려해 품목별로 따져 연차적인 검토가 필요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우 지사는 조 과장에게 "다시 한번 들어와서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우 지사는 우도통합복지서비스센터 건립 사업의 경우 건물을 새로 짓는것 자체가 상당한 예산을 소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미뤄두겠다고 답했다.

옛 우도 보건지소를 활용하는 사업에 대해 제주도 관련부서 관계자는 "현재 의료서비스개선사업이 시행중에 있다"며 "우선 사업을 절충했는데, 내년에 예산이 확정되면 물리치료실 등을 확보하면서 성산포까지 가서 진료받는 해녀들의 불편을 덜겠다"고 밝혔다.

# 도항선 운영 "날 밝은데 왜 못해?"

그 외 대부분의 사업에 대해서는 "관련부서, 관계기관과 다시 조사해 검토해 보겠다"고 밝힌 가운데 우 지사의 눈길을 끈 사업은 건물 도색 사업과 도항선 확대 운영이었다.

우 지사는 "아프리카 모로코에 가면 '언덕 위에 하얀 집'으로 유명한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있다"며 "백사장 위에 건물을 도색하면 안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도는 건물을 아무렇게나 짓지 말고 우도에 짓는 건물은 색을 통일해야 허가가 나온다는 식으로 추진했으면 한다"며 "제주도 도시디자인단에서 하라는 대로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말고, 주민들이 색채를 결정하는 방식을 찾아보자"고 당부했다.

도항선 운항과 관련해서는 "요즘 새벽 6시면 날이 밝은데 일찍 섬에서 나가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줘야하지 않나"라며 "또 해지는 시간도 7시 40분쯤이던데 도항선 운항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야간 운항과 관련해서는 "항포구에 조명시설만 갖춰놓으면 문제없이 접안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운항시간 연장과 야간운항 방안을 마련해볼 것을 주문했다.

이에 자리에 있던 윤춘광 의원은 "도항선 업자들의 경우 야간 운영으로 이득볼 것이 없다는 생각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며 "우도지역 업자들이 낮에 번 것을 환원한다는 생각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건넸다.

# "우도면에도 도의원 있어야 하지 않겠나?

우 지사는 여러가지 사업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여기(우도면에) 도의원이 있었으면 좋겠나?"라고 주민들의 의중을 물었다.

그러자 자리에 있던 몇몇 참석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도면 출신 도의원은 우도의 숙원"이라며 "제주도의회에서 행정체제에 대해 논의할때도 건의를 했었다"고 답했다.

한 주민은 "이전 도지사는 추자도와 우도를 조금 등한시 했는데, 알다시피 우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도의원이다"라고 다소 격정적인 어조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우 지사는 "우도나 추자도 같은 경우 마음만 먹고 의견만 일치되면 얼마든지 도의원을 만들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의 경우도 '도'가 될만한 스케일은 아닌데 제주도가 지닌 특성상 '도'로 지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등가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편리해야 는 것"이라며 "무조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바보다"라고 뜻을 분명히 했다.

우 지사는 "일단 우도 주민들이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려 했다"며 "도의원이 있어야 여기 있는 사람들을 찾아와서 대면하고 소외된 곳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물어본 것"이라고 밝혔다.

우도면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는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우도바당 땅콩영농조합을 방문한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우근민 지사가 우도바당 땅콩영농조합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편, 이날 성산항에서 출발한 3시배를 타고 우도에 도착한 우 지사는 토론회에 앞서 지역업체인 '우도바당 땅콩영농조합' 현장을 방문해 업체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후 2시간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5시 배로 제주시로 돌아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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