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오픈 마이크', "콘서트를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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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오픈 마이크', "콘서트를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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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31) 음악공연 '오픈 마이크' 기획자 제시 다셔
제주 생활 10년째, 음악 매개로 외국인 '징검다리' 역할 톡톡

제주에서의 콘서트 문화는 그리 대중화돼 있지 않다. 상설 음악공연도 손에 꼽을 정도거니와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풀어놓을 장소도 마땅하지 않다.

음악 좀 한다하는 사람들은 제주를 떠나기 일쑤다.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특히 언어와 문화, 생활양식이 다른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변에 위치한 라이브 바인 '해변 콘서트'는 다르다. 두 달에 한 번 악기 연주를 할줄 알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외국인들을 위한 무대인 '오픈 마이크'가 열린다.

그 중심에는 캐나다 출신 제시 디셔(Jessie Dishaw, 32)가 있다.

제시 다셔. <헤드라인제주>

# 제주생활 10년째...음악-제주 사랑하는 예비 엄마

제시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당시 부산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던 친구의 제안을 받고 한국으로 오게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주말에 제주로 여행을 오게 됐어요. 내가 살 곳이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죠. 독특한 자연과 깨끗한 환경에 제주에서 살기로 마음 먹었고 10년째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오픈 마이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제시. <헤드라인제주>

학원 영어강사로 일하던 그는 현재 함덕중에 자리를 잡았고, 오는 8월이면 제주영어교육도시에 문을 여는 공립 국제학교인 한국국제학교(Korea International School)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얼마 전에는 제주식 전통혼례로 캐나다인과 백년가약을 맺은 예비 엄마이기도 하다.

한국국제학교라는 새 직장도 얻었고, 곧 있으면 한 아이의 엄마가 될 그가 어쩌다 외국인들의 음악 마당인 '오픈 마이크'를 기획하게 됐을까.

"외국인은 물론, 제주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음악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악기를 다룰줄 모르지만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요. 음악적 재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제시는 친구 다니엘과 함께 4년 전인 2007년 제주시청 근처에 위치한 한 바에서 최초의 '오픈 마이크'를 시작하게 됐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제시와 다니엘의 오픈 마이크에는 도내 외국인들로 구성된 밴드는 물론, 제주사람들의 밴드도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공연장이었던 제주시청 인근 바는 늘어나는 밴드와 관객들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좁았고, 다른 곳을 물색하게 됐다.

장소 찾기란 쉽지 않았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의 공연을 시도했지만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한발 물러서야 했다. 한참을 물색하던 찰나 다니엘마저 고국으로 돌아가 버렸고, 제시 혼자 남아 '오픈 마이크'를 이어가야 했다.

"수소문 끝에 지금의 장소를 찾았어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 친구들이 사장님에게 공연 의도를 설명했고, 사장님은 처음에는 우려스런 눈빛으로 저희를 바라봤어요. 외국인들이 사고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겠죠? 하지만 몇번의 고민 끝에 허락해 주셨고, 공연장도 공짜로 빌려주셨어요. 그렇게 해서 '오픈 마이크'가 제대로 시작됐습니다."

오픈 마이크'가 열리는 해변 콘서트. <헤드라인제주>
'오픈 마이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제시. <헤드라인제주>
# "제약? 그런거 없어요~ 아무나 와서 노래해요"

'오픈 마이크'는 말 그대로 모두에게 마이크가 열려 있어 누구든지 원하면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공연 형태다.

공연 날짜가 정해지면 공연을 희망하는 밴드나 솔로 음악가들이 제시에게 접수를 한다. 밴드 선발 방식은 따로 없다.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먼저 공연하는 게 전부다.

"공연은 최대 20분으로 정했어요. 공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제한했죠. 일반적인 음악공연부터 시낭송, 댄스경연까지 다양하게 이뤄져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시간이죠."

이역만리 타국에서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했던 외국인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 셈. 음악을 통해 출신국가, 직업이 서로 다른 외국인들을 한데 모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공연 뿐만 아니라 자선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관된 동물들을 위해 선뜻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그는 그가 제주에 있는 한 '오픈 마이크'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직장을 옮기고 애 엄마가 되면 지금보다는 매끄럽게 운영하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때까지 쭉 이어갈 겁니다."

해변 콘서트 사장 박휘찬씨도 그런 제시를 든든히 후원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외국인들이 공연을 한다기에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질서정연한 그들의 모습에 지금은 안심이 된다"며 당분간 지속적으로 그들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음악을 매개로 도내 외국인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고 있는 제시. 그런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도내 외국인들의 커뮤니티가 조금 더 탄탄해진 것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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