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전통의 서문시장 '반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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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전통의 서문시장 '반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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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시들' 서문공설시장...'아이디어'로 살아난다
머리 맞댄 상인들 "이제부터는 다를 겁니다"

제주시 용담1동의 중심가에 있는 서문공설시장.

한때는 제주시를 반으로 나눠 동부지역은 동문시장이, 서부지역은 이 서문시장이 주민들의 삶의 구심점이 되고는 했다.

하지만 수십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조금씩 사정이 악화되더니 아직까지도 뒷걸음질 치는 듯한 모습이다.

제주시 서문공설시장. <헤드라인제주>
30일 오후 찾은 서문시장은 들려온 바와 별반 다를것이 없었다. 몇몇 손님들이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몇몇일 뿐이었다.

그나마 수다를 나누기 위해 장터로 몰려 온 주민들이 시장 분위기를 만들기는 했지만 손님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일게했다.

# "하나둘 빠지더니 남은 것이 없더라"

전반적으로 전통시장들의 여건이 안 좋아지기도 했다지만 서문시장의 경우 조금 더 특별한 케이스다. 50여년 전부터 운영된 서문시장은 지리적인 여건상 다른 전통시장보다 급격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서문시장과 근접한 현재 목관아가 있는 자리, 관덕정 옆으로는 제주시청이 있었고, 그 바로 옆에는 경찰국(현 경찰청) 등의 관공서가 있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제주대학교와 제주상업고등학교(현 제주고) 등이 자리잡고 있었고, 제주의료원 등의 의료기관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게 했다.

특히 제주국제공항과 가장 가까운 시장이라는 특성은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해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접한 기관들이 하나 하나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남아있는 시설이 없다. 시장이라는 것이 사람들이 돌아다닐만한 곳에 위치해있어야 하건만 지금은 사람구경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최근에 제주대학교 병원이 윗동네로 옮겨 가면서도 눈에 보이는 타격을 입었다. 가뜩이나 '대형마트네, 골목 편의점의 난립이네' 등의 어려움으로 엎치는 와중에 뚜렷한 방법이 없는 형국이 덮치는 모습이다.

제주시 서문공설시장.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서문공설시장. <헤드라인제주>

# "규모가 작아 시장 구색을 못 갖춰요"

한때 제주지역 '양대시장' 이었던 동문시장과 비교되는 것도 서문시장 상인들의 속을 쓰리게 한다. 관광객들도 동문시장은 알아도 서문시장은 있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문시장의 총 면적은 약 2500㎡로 82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상인회의 회원수는 약 100여명 가량이다.

그에 반해 동문시장은 600여개가 넘는 점포가 모여있다. 총 면적만 해도 2만8000㎡로 서문시장의 11배 큰 규모다. 상인회원의 숫자도 2000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규모가 작은 서문시장의 점포는 손님들이 구할만한 물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럴때면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동문시장에서 물건을 떼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새벽녘 채소나 청과물을 시장으로 들여올 때도 동문시장에서 일괄적으로 수급받는다. 물건을 싣고 왔다갔다 하는 일이 번거롭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 "한 때는 손님들 와글와글 모였는데..."

윤치영 제주시서문공설시장 상인회장은 "서문시장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그 뿐"이라며 "해가 지날수록 주변의 기관들이 하나 둘 떠나다보니 지금은 텅 비어버린 모습이다"라고 토로했다.

33년전 서문시장에 자리를 잡았다는 윤 회장은 "한때는 손님들이 와글와글 댔었는데"라며 잠시 옛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전국 1600여개 전통시장을 평가한 결과 제주의 서귀포올레시장이 1위, 동문시장이 4위를 했더라"라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서문시장 상인들끼리는 '우리는 1000위 안에나 들까'라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상인들은 나가봐야 특별히 오갈 곳이 없고 뾰족한 수도 없으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그래도 밥은 먹고 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에서도, 중소기업청 등의 기관에서도 많이 도와주고는 있는데 주변 부지를 한꺼번에 매입할수도 없다보니 별다른 방법은 없는것 같다"며 "상인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전통시장의 특성인 '푸짐한 인심'을 보여주기 위해 상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시장은 박리다매 형식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원체 손님이 없다보니 어떤 물건을 살때 넉넉하게 챙겨주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다"며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시 서문공설시장.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서문공설시장. <헤드라인제주>
# '시장다움' 찾아가는 서문시장..."경쟁력 충분해요"

어려워졌다고는 하지만 서문시장의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리는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 한달전부터 시작한 제주한우 직거래 식당. 서문시장내 정육점에서 제주산 한우를 사들고 시장안에 있는 아무 식당으로 들어가면 요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다.

가스버너와 밑반찬 등을 제공해주는 대신 테이블에 만원 정도의 자릿세만을 받을 뿐이다. 유명식당에서 한우고기를 먹는 것보다 절반 이상이나 싼 값에 질 좋은 고기를 즐길 수 있다.

운영을 시작한지는 불과 한달이지만 입소문이 퍼지다보니 이제는 손님들도 줄을 서고 있다. 낮 시간동안 텅텅비어 있던 시장도 퇴근시간쯤 손님들이 몰려드니 다른 시장상인들도 덩달아 흥이나고는 한다.

오며가며 물건 한두개씩 사들고 가는 손님들이 있어 상인회 모두 만족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다움'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이런 아이디어도 많이 찾아내고 상인들도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하면 지금은 어렵다는 서문시장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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