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들의 아름다운 열전..."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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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들의 아름다운 열전..."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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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제주도지사기 전국 지적장애인 축구대회' 개막
"경기뛰는 모습이 프로선수 못지 않네요...멋있어요!"

"왼쪽으로 패스해 패스, 왼쪽으로!", "슛해 슛! 아∼ 아깝다..." "슛! 슛∼! 들어갔다!!"

20일 월드컵 축구대회 못지 않은 뜨거운 한판승부가 펼쳐졌다.

소리를 지르며 경기장 안을 누비는 선수들은 프로축구선수 못지 않은 뛰어난 몸놀림과 볼컨트롤을 선보이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련된 '제1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기 전국 지적장애인 축구대회'가 20일 나흘간 펼쳐지는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헤드라인제주>
강원 삼척동자의 선수가 멋진 드리블로 제주 선수들을 돌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여느 경기와 다를 것 없는 모습이지만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은 다들 지적장애인들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경기를 뛰는 그들의 모습에선 장애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제3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마련된 '제1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기 전국 지적장애인 축구대회'가 20일 오전 9시 경기를 시작으로 나흘간 펼쳐지는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제주시 종합경기장을 비롯해 총 4개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학생부 7팀과 성인부 9개 팀, 234명의 선수와 임원 및 가족 등 466명이 참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 제주지역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할 선수선발을 겸하는 대회로 앞으로 매년 제주에서 개최될 예정에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코너킥으로 올라온 공을 홍지환 선수가 멋진 헤딩으로 골로 연결시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현란한 드리블로 강원 선수들을 제치고 있는 제주선수. <헤드라인제주>
골이 들어가자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던 관계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날 오후 3시 제주시 애향운동장에서 펼쳐진 제주FC와 강원 삼척동자의 경기는 제주선수단이 문석호 선수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4대 0으로 대승을 거뒀다.

전반전 코너킥에서 이어진 홍지환 선수의 헤딩슛으로 강원의 골문을 연 제주선수단은 이어 문석호 선수가 장거리 슛과 헤딩 슛으로 3골을 잇따라 집어넣으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장밖에서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던 지켜보던 선수들의 가족과 친구들은 제주선수단의 승리가 확정되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 "축구를 할 때 만큼은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려요"

이날 경기를 뛰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는 한미영씨(49, 여)는 경기가 펼쳐지는 내내 마음을 졸이며 아이들을 응원하다 제주선수단이 승리하자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4년전 축구를 시작한 아들과 함께 평소에도 계속 축구공부를 하고 있다는 한씨는 아이가 축구를 시작한 후부터 성격이 많이 활달해졌다고 말했다.

"축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자신의 의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성격이 많이 어두웠는데 축구를 시작한 후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려는 자립심도 늘었고 성격도 많이 밝아졌어요. 특히 축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여줘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죠."

제주FC와 강원 삼척동자의 경기모습. <헤드라인제주>
제주FC와 강원 삼척동자의 경기모습. <헤드라인제주>
너무 열심히 경기를 뛰다가 다리에 쥐가 난 강원 삼척동자의 선수가 들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금은 멋진 기량을 선보이며 경기장을 뛰어다니고 있지만 처음에 축구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한씨는 "아이들이 지적장애인이다보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배우는게 느려서 축구를 가르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며 "처음부터 하나씩 가르쳐주고 연습을 시키다 보니 오히려 제가 축구를 공부하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이렇게 축구에 몰두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그때 축구를 시작하기를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면서 "특히 오늘 대회가 개최되서 아이들이 그동안 연습해 온 기량을 선보일 기회가 마련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해로 처음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운영 등에서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한씨는 "지금 제가 아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오기도 했지만 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함께 하고 있다"면서 "경기운영진의 수가 적다보니 우리들이라도 자원봉사에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외에도 곳곳에 운영상 미숙한 점이 눈에 들어오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한 한씨는 "그래도 올해가 첫 대회고 앞으로 갈길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 "주변분들이 많이 도와줘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경기내내 선수들에게 목소리로 작전지시를 내리던 최병철 감독(39).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 호통을 치는 등 엄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에서 승리하자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제주선수단의 최병철 감독. <헤드라인제주>
선수들이 지적장애인이다보니 훈련할 때마다 크게 애를 먹고있다는 최 감독. 그래도 훈련에 열심히 참가하고 경기에서는 연습한 대로 멋진 기량을 선보인 선수들이 고맙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이해능력이 약하고 응용력이 떨어져 복잡한 전술을 구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패스면 패스, 드리블 등을 부분적으로 가르친 후 자연스럽게 이어서 펼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왔다"면서 "다행히 연습한대로 뛰어줘서 오늘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어린학생들이 뛰는 학생부와 어른들이 뛰는 일반부로 나눠져 있어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팀으로 어른들과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고학생부가 없다보니 아이들이 어른들과 뛰게되면서 체격 등 신체조건에서 조금 밀리지만 그동안 함께 훈련하면서 다져온 조직력과 개인기로 승부를 볼 계획"이라면서 "모두가 동거동락하며 훈련을 하다 보니 우리 팀의 조직력은 대회 참가팀 중 가장 뛰어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다 함께 훈련을 하게 된 것도 각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 장애인체육 관계자 등 많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후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 경례를 하고 있는 제주선수단. <헤드라인제주>
# "경기에 이겨서 기분이 좋아요. 계속 이겨서 우승하겠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헤트트릭을 성공시키며 제주선수단을 승리로 이끈 문석호 선수. <헤드라인제주>
이날 경기에서 3곳을 잇따라 넣으며 제주선수단을 승리로 이끈 문석호 선수. 그는 지적장애인 축구선수단 국가대표에 선정된 만큼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문 선수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해서 매우 기분이 좋다"면서 "특히 오늘 컨디션이 매우 좋았는데 3골이나 넣을 수 있어 기분이 정말 짜릿할 정도였다"고 승리의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지만 오늘과 같은 경기를 펼치면 이길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겨나가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조별 리그전으로 펼쳐지며, 리그전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 두팀이 23일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우승을 겨루게 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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