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몇개 줍는데 수천만원..."목적은 청소가 아니다?"
유신시절 울렸던 새벽종소리가 스마트폰 시대, 우리시대에도 여전히 울리고 있다. 그 당시처럼 헐벗고 굶주리던 시기도 아니고, 지저분한 거리도 아니다.
변함없는 것은 대가없이 시민을 동원시켜도 되고, 계몽시켜야 할 무지렁이로 보는 전시행정이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처럼 결코 스마트하지 않은 낡고, 버려야할 행정의 병폐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시민을 동원하고자 하는 새벽청소를 말하고 싶다.
#매월 한번씩 새벽 6시30분이면 시민을 동원?
제주시는 새벽청소를 범시민운동으로 확산시키고자 몇 년간 계속해서 시민을 동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새벽시간대에 나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생단체회원뿐이다.
새벽시간이 모든 시민이 동참할 수 있는 시간이라 말하지만, 출퇴근이 자유롭고, 아이가 없고, 맞벌이가 아니라면 가능하겠지만 어디 현실이 그러한가? 새벽청소가 가능했다면 아파트나 빌라의 관리인과 환경미화원이 있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읍면동마다 한군데를 지정해서 하다보니 청소를 하려고 하면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러니 나오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애꿎은 자생단체회원들만 시달린다. 위에서 오는 점검 때문에 청소하는 사람 수를 늘리기 위해 자생단체회원에게 나와 달라고 사정을 한다.
#눈 비비며 나가도 청소할 '꺼리'찾기도 힘들어
게다가 공공근로, 자활근로 등등 길을 걷다보면 거리를 청소하는 분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친다. 눈 비비며 새벽청소에 나가봐야 담배꽁초 몇 개 주워버리면 더 이상 할 일도 없다.
그리고 새벽청소가 필요할 정도로 우리지역이 더럽다면 더 큰 문제다. 청소를 담당하는 부서는 직무유기로 고발을 당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제주시 청소행정은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혹여 출근하는 시민들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먼저 눈을 뜨고 청소를 한다. 곤히 잠들어 있는 시민이 잠에서 깨지는 않을까 조용조용 청소하려면 그 일이 더디고 힘들다.
#혈세가 펑펑, 담배꽁초 몇 개 줍는데 수천만원
새벽에 나오라고 했으니, 아침밥에 막걸리는 대접해야 한다. 공무원에게는 시간외수당까지 줘야 한다. 천여 명이 동원된다면 제주시민의 혈세 수천만 원을 새벽에 나와서 주운 담배꽁초 몇 개와 바꾸는 것이다.
얼마 전 강원도지역에 폭설이 내렸을 때 시민단체들이 공무원을 제설작업에 동원하지 말라는 논평을 냈다. 중장비 빌려서 처리하면 300만 원이면 될 것을 공무원을 동원해서 시간외 수당을 제외하고 출장비만 4000만 원이 나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을 동원하는 전시행정 한번에 이렇듯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다.
청소가 필요하다면 새벽청소 몇 시간에 버려지는 예산을 노인어르신이나 사회적 소외계층 일자리를 만들어 청소를 하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지역사회에도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 문제는 청소가 아니야
일부 읍면의 경우 지역실정에 맞추어 오전 7시나 오후 2시 등에 청소를 실시한 경우도 있었다. 청소가 목적이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한데, 이러한 읍면은 징계를 받았다. 새벽 6시 30분에 시민을 동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벽 6시 30분에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준 것을 보면, 청소를 위해 새벽에 시민을 동원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렇듯 청소할 '꺼리'도 없이 막대한 예산을 들이며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독불장군의 마음인지, 유신시대의 향수일까?
#스마트한 시대, 전시행정의 거품을 걷어야 한다.
확실한 것은 아직도 시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동원의 대상으로 보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동원이 안되면 자생단체, 그것도 힘들면 가장 손쉬운 공무원을 동원해서 일이 잘 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물론 시간외수당 등 막대한 예산이 버려진다.
우리는 유신시대가 아닌 스마트시대를 살고 있다. 행정의 할일을 시민에게 전가하고, 이것이 잘 안되면 공무원 숫자로 포장하여 박수치며 좋아하는 전시행정의 거품을 걷어내야 할 때다. <헤드라인제주>
<박춘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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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배쏭초 하나 줍자고 수천명 투입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