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뉘 집 앞에?"...클린하우스 자리잡기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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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뉘 집 앞에?"...클린하우스 자리잡기 '쩔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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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하우스 위치 선정 '딜레마'...옮겨달라 '티격태격'
노형동, 인근 주민 '인센티브 부여' 제안...실현 가능성은?

"클린하우스요? 당연히 필요하지만...아무래도 우리 집 앞에 있으면 골치 아프겠죠?" 제주시 건입동에 살고있는 박모씨의 말이다.

3개년 사업으로 지난 2009년 6월 도입된 클린하우스 제도는 사업 초기부터 청결함과 체계적인 분리수거 방식으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 왔다.

지난해까지 동 지역과 애월.조천읍 지역의 시설을 완료하고, 올해 한림읍과 구좌읍에서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모범적인 쓰레기 배출 사례로 손꼽히며, 이를 벤치마킹 하기 위해 타 시도의 공무원들이 줄지어 제주를 방문하는 등 현재까지도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시민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내 집 앞에 설치하는 것은 극구 반발하며 잦은 진통을 겪고있다. 말이 좋아 '클린하우스'지 '쓰레기통'을 왜 우리집 근처에 설치해야 하냐는 민원이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클린하우스가 설치된 지역은 물론 추진을 앞두고 있는 지역 모두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제주시내 설치된 클린하우스. <헤드라인제주>
# "집 옆에 클린하우스 때문에 살 수가 없어요"

살고있는 집과 약 5m가량 떨어진 곳에 클린하우스가 있다는 제주시민 이모씨(28)는 "여름이 되면 문을 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위치상으로는 한참 떨어져 있는데도 여름에는 쓰레기 악취가 집까지 들어온다"며 "아무리 더워도 클린하우스가 있는쪽 창문을 열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정작 우리집도 이런데 클린하우스와 더 가까운 옆집에는 파리까지 들끓는다고 하더라"라며 "옆집 아주머니는 몇번 민원도 제기한 것 같았는데, 요청이 이뤄지지는 않은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주 일도1동에 살고 있는 한 시민은 "밤이되면 누군가가 클린하우스를 뒤져대는 통에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다"며 클린하우스를 옮겨달라고 민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제주시 노형동의 경우 클린하우스를 설치한 이래 클린하우스 이전요청 민원을 20차례 이상 받았다. 악취와 소음이 견디기 힘들다거나, 일대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민들의 불만은 악취와 소음에 그치지 않았다. 클린하우스 주변으로 고양이나 파리떼 등 유해동물이 들끓는다는 것이다.

앞서 클린하우스 인근에 살고있다는 이씨는 "밤이 되면 고양이가 우는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고 말했다. 고시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는 "흡사 아기 우는 소리를 내는 고양이 때문에 집에서는 책을 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클린하우스의 주변환경은 더 더러워질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주민들에게는 고역이다.

이는 유리창이 깨진 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심리학 이론인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으로 설명된다. 클린하우스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은 주변 환경을 어지럽히게 된다.

제주시내 설치된 클린하우스. <헤드라인제주>
# 각 지역 클린하우스 담당자..."우리도 답답할 노릇"

클린하우스의 소관 업무는 각 읍면동이 맡고있다. 대부분의 주민센터에서 클린하우스는 가장 큰 골칫거리 중에 하나로 꼽힌다.

클린하우스를 옮겨달라는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뾰족한 수가 없어 민원인을 어르고 달래는 수 밖에 없었다. 옮긴다 하더라도 마땅한 장소가 없고, 옮겨진 장소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노형동은 클린하우스를 이동시켜달라는 20건의 민원 중 4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소음이나 악취 등의 이유가 아니라, 건축물을 신축하는 사례 등에 의해서 부득이하게 옮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아니고서야 악취 등의 이유로 클린하우스의 위치를 옮기다보면 결국 어떤 곳에도 설치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노형동의 설명이다.

게다가 기껏 이설해 놓으면 "클린하우스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클린하우스를 설치한 조천읍도 큰 고충을 치렀다.

조천읍 클린하우스 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이 없었냐는 질문에 "왜 없었겠느냐"며 "여기저기서 딴 곳으로 이동시키라고 민원을 넣는 통에 고생깨나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지역의 이장이 나서서 설득하지 않았으면 아예 설치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이설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았는데 여름이 다가오는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 클린하우스 문제점 해소 어떻게?

이와 관련해 노형동은 5일 제주시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클린하우스의 문제점 해소방안을 제시했다.

노형동은 한번 옮기는데 50~6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클린하우스의 설치 위치를 변경할 수 없도록 '법적 고시'를 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잦은 이동에 따라 점점 떨어지는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고, 주민들의 존중을 유도하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클린하우스의 위치가 고시된다면 더 심한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클린하우스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별도의 혜택을 제공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온길가스 탄소포인트를 제공하거나 가정용 쓰레기봉투, 음식물 수거용기 등을 공급해 불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자는 묘안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효과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별다른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통장들이 주로 관리하던 클린하우스 관리를 일반주민까지 확대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디까지 참여가 가능하게끔 영역을 넓힐것인지 등 구체적인 추진방침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클린하우스 딜레마. 뒤늦게나마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여지게 될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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