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공문 때문에, "수업 준비도 벅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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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공문 때문에, "수업 준비도 벅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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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공문 30% 감축 계획에도 불구, 일선 교사들 '허덕'
이석문 의원 "교육 환경이 교사를 '공문의 달인' 만들고 있다"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의 송모 교사. 수업을 마치고 한숨 돌리려 교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지만, 책상에는 처리해야 할 공문이 가득히 쌓여 있다.

빡빡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퇴근하려 해봐도 마감 기한이 임박한 공문들이 퇴근길을 막는다. 또 시간외 근무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기 보다 모니터하고만 눈을 마주치다 보니 수업하다가 짬짬이 공문을 처리하기보다는 공문 처리하다가 짬짬이 수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학생들과 소통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데 시간을 할애해야 할 일선 학교의 일부 교사들이 공문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3월에는 학교의 1년 계획을 수립하는 계획서가 제주도교육청 본청과 각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요구되며 학기 초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서 말고도 각종 정책에 대한 공문이 학교 현장으로 시달되면서, 교사들은 보통 3월 말이면 끝날 계획서를 4월 초인 지금까지도 붙들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사들이 정작 수업에 소홀해지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모 교사는 "보통 3월에는 학교의 1년 계획을 잡으라는 공문이 교육청에서 내려오곤 하는데, 다른 공문 업무도 많다보니 3월 내로 처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3월은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시기인데 많은 업무량 때문에 학생들에게 소홀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접한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올해 초 일선 학교의 공문 업무를 30%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학교로 발송해 왔던 △단순 알림 △행사 안내 △교직원 연수 등을 업무관리시스템 공문게시판을 통해 알리기로 했다.

김상희 제주시교육장은 "학교 현장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공문서가 너무 많아 교육활동에 부담이 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번 공문서 감축을 통해 학교에서는 보다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문 30% 감축' 효과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일선 현장의 의견이다.

한 중학교의 김모 교사는 "제주시교육지원청의 공문 경감 계획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눈에 띌 정도는 아니고 약 5%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의 이모 교사도 "업무관리시스템으로 간단한 공문은 줄었다고 하지만, 새로운 정책에 대한 공문이 생겨나고 있어서 직접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과도한 공문 업무량으로 교사 개인이 힘들어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영향이 학생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업에 쓰일 교재를 연구하고, 보다 나은 수업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공문 업무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의회 이석문 교육의원은 "이러한 교육 환경이 교사들을 수업의 달인이 아닌, 공문의 달인으로 만들고 있고, 학생들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기도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교원 행정업무 경감 정책'을 제시했다.

이는 일선 학교의 교감이 주도적으로 공문 등 교무 행정을 총괄하는 것으로, 일반 교사의 공문 처리를 지양한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공문 처리하다 틈내서 수업하는 교사들에게 수업과 아이들 상담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의 방침을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이달 중으로 각종 단체나 기관에서 학교로 보낸 공문을 조사, 해당 기관에 공문을 줄일 것을 요청키로 했는데, 과연 공문 업무가 줄어들 수 있을지 일선 교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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