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 수영장' 소동, 왜 갑자기 '칭찬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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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물 수영장' 소동, 왜 갑자기 '칭찬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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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관리책임 제주시, '칭찬글'에 분위기 반전 원했나

수영장 물이 검게 물들면서 '제6회 한라배 전국수영대회' 참가 선수들을 당황하게 하는 일이 발생한 지난달 25일.

1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이나, 개막 당일인 25일 수영장 물순환펌프 고장으로 물이 검게 변하면서 물을 긴급히 교체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결국 첫날 대회는 치르지 못하고 다음날인 26일에야 자유형 50m와 접영 200m 등 12개 종목의 경기를 치렀다. 개회식은 취소됐고, 다이빙과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은 서울체고로 장소를 변경했다.

비록 경기는 무사히 치렀다고 하지만, 국내외 굵직굵직한 스포츠대회 유치를 통해 스포츠산업 육성에 나서는 제주로서는 크나큰 실책이었다.

전국수영대회 개막일인 지난달 25일 검게 물든 수영장. <헤드라인제주>
지난달 25일 수영장 물이 검게 물들자 허탈하게 앉아있는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참가 선수들을 당혹케 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럽게 변경된 경기일정에 최상의 컨디션 조절도 어렵게 하는 등 스포츠 개최지로서의 자존심을 구기게 했다.

#3월28일, 김 시장 "전적으로 관리하는 우리의 책임"

그러나 문제는 대회가 끝난 후 경기장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제주시당국의 태도다.

경기가 끝난 후 김병립 제주시장은 28일 간부회의 석상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수영장이 검게 물든 사고는 전적으로 관리하는 우리의 책임이다. 해빙기 관련 점검 등 관리해야 하는데 나태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됐다."

'자성'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곧바로 시설 안전점검 등의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시설 안전점검은 문제가 발생한 제주시 실내수영장 뿐만 아니라 애월국민체육센터 수영장 등 다른 수영장도 모두 포함해 이뤄진다.

기계설비업체 전문가 등 5명으로 안전점검반을 구성해 5일부터 기계시설, 여과장치, 자동제어시스템 등의 운영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당연한 후속조치다. 책임자 문책까지는 아니어도, 최소 지난 수영대회에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후속대응으로 보일 수 있다.

#4월5일, 김 시장 "대회 무사히 마치게 한 시청 공무원 대단해요"

그러나 5일 열린 제주시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불과 일주일전에 내놓은 '자성'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모습이다. 김 시장이 갑자기 '칭찬'을 화두로 삼았다.

"스포츠지원과와 소방서, 수영연맹 등이 밤샘 열심히 일을 해주었기에, 포기상황에 이른 것이 아닌가 걱정했던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면서 "이걸 보면서 시청 공무원들의 역량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꼈고, 극복의지가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김 시장은 왜 질책에서 칭찬으로 바뀐 것일까.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병립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간부회의가 끝난 후 언론브리핑 자료로  2편의 '칭찬글'이 소개됐다.

제주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제주시장에게 바란다'와 '칭찬합니다'에 올라온 각 한편의 글이다. 글을 보낸 이는 모두 대회 참가자라고 밝혔다.

수영선수를 꿈꾸는 한 아이의 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모씨는 "먹물이 된 수영장을 보면서 너무 당황스럽기도 하고, 비싼 경비를 들여 온 터라 막막했는데 경기를 마치고나니 우리 아이가 올바른 스포츠 정신을 배우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과정 보다는 결과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먹물사태가 발생한 순간, 발빠른 행동으로 선수들의 훈련장소를 따로 물색해준 제주수영연맹 최인호 전무와 관계자들의 호소력있는 이야기에 천 명이 넘는 선수, 감독, 코치들은 이유를 달지 않았다. 밤을 새워가며 수영장 시설을 점검한 관리인들, 경기하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서있던 제주수영연맹 회장 등의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역시 같은 대회 참가자인 이씨도 같은 맥락의 칭찬을 했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수영장 활성탄 사건은 참으로 황당하기는 했지만, 그 다음날 바로 시합할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제주시민의 힘이고 관계자들의 고생이었다."

이들의 칭찬글은 문제가 발생한 후 사후대처를 신속히 해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하지만 이날 제주시는 마치 이 칭찬글을 '분위기 반전용'으로 삼는 듯 했다.

불과 일주일 전 "내 잘못이오"라는 자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칭찬 일색으로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신속한 사후수습에 나선 행사 관계자들의 노고는 당연히 칭찬을 받을만 했지만, 이 칭찬을 매개로 해 문제가 터져나오게 된 '결정적 실책'까지 은근슬쩍 묻어두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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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2011-04-06 15:18:08 | 59.***.***.23
제주시청 스타일이 그렇지 뭐.
어찌어찌 해나가는.
그저 순간적 위기만 넘기려는 심뾰

이런 2011-04-05 22:56:12 | 1.***.***.91
정신 나갔나
자기반성부터 제대로 헌다음에 격려를 해라
제ㅜ망신은 다해놓고 공무원에 창찬한다?
앞으로 그런 사고 두번만 더치면 모범공무원 엄청 나올듯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