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 수집상의 하소연..."야속할 따름이네요"
다음달 8일부터 3일간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에서 열리는 제주왕벚꽃축제장에는 캔을 활용한 조형물이 장식된다.
전시될 조형물은 각 마을마다 지역의 자존심을 걸고 참여하는 '캔 모으기 경연대회'의 성과물로, 모아진 캔을 압축해 만들어진다.
사단법인 한국금속캔자원협회가 주최하고 금성자원(주) 후원으로 2005년부터 해마다 진행되온 '캔 모으기 경연대회'는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한다.
올해도 캔을 모으는 시민들의 참여열기가 뜨겁다. 경연대회는 이달부터 다음달 9일까지 모은 캔의 양을 두고 우열을 가린다. 주민들을 비롯해 각 자생단체들도 발 벗고 캔을 모으면서 재활용 열기를 한층 북돋아주고 있다.
그러나, 신바람나게 추진되는 행사의 이면에는 그 열기가 뜨거울 수록 차가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는 이들이 남아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상인부터 주민까지 모두 동참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양의 캔을 모은 지역에는 별도의 상금을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면서 각 지역 자생단체들을 중심으로 캔 모으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캔 모으기 경연대회'의 1등은 일도1동의 몫이었다. 18톤의 캔을 모으며 약 6톤을 모은 이도1동을 가볍게 따돌리고 가장 많은 캔을 모았다.
박 회장은 "동네 주민들도 알아서 캔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풀어놓는다"면서 "특히 지하상가나 관내 피씨방 등의 업소가 함께 동참해 많은 양의 캔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하우스 점검을 나갈때도 따로 캔을 추려내 공한지에 저장하면서 모으고 있다"며 "올해도 많은 양이 모이면서 1등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 "깡통이 자기네꺼야?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신바람 나게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과는 달리 클릭하우스 재활용품 수집장마다 바닥을 드러낸 현실에 고물을 줍는 이들은 입이 쓰다.
자전거나 손수레에 의지해 캔이나 고철 등의 고물을 주으며 하루를 근근히 버티는 그들에게 '캔 모으기 경연대회'는 야속하기만 하다.
가정에서 자발적으로 캔을 모아 수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클린하우스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의 캔들까지 모두 '싹쓸이'를 해버리는 것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A씨는 "자기네 것도 아니면서 깡통을 다 쓸어가버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무얼 먹고 살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버려진 캔은 그의 것도 아니겠다. 그러나 열심을 다해 캠페인에 참여하는 시민들 때문에 그는 살아가는 수단의 한 영역을 침해당했다.
자전거를 몰고 다니던 B씨도 서러운 심정을 감추지 않고 털어놨다.
그는 "자전거에는 실을 수 있는 양과 무게가 한정되다보니 종이박스나 병보다는 가벼운 깡통이 가장 좋다"고 설명하며 "그런데 요즘에는 동네마다 깡통들이 남아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캔 모으기 경연대회'의 존재를 몰랐던 B씨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물을 줍는 다른 사람이 오면서 쓸어간 것인가 생각도 했었는데, 병은 가져가지 않아서 이상하기는 했다"고 말했다.
B씨는 "물론 재활용 하는 것도 좋고, 그런 대회(캔 모으기 경연대회)를 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같은 사람들도 생각해 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야속한 마음을 토해냈다.
범 시민적인 환경보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진행되는 재활용 행사. 그 행사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이 되지만, 캔을 모으는 방법적인 측면을 다시 재고해볼 필요성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캔 수거함을 열어보고 허탈함을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씁쓸함만을 남겼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