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없는 지원..."방치된 아이들 어쩌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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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없는 지원..."방치된 아이들 어쩌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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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역아동센터 황의식 제주지부장 "우리의 일은 '예방"
제주 지원 전무...지원조례 제정-청소년 관리시스템 과제

갈 곳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가출, 비행, 성문제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된 가운데, 이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기 위한 수 많은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사단법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의 황의식 제주지부장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며 '사전예방' 차원에서 해답을 제시했다.

황의식 지부장. <헤드라인제주>

# 지역아동센터? "큰 그림을 봐달라"

지역아동센터는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지역사회 안에서 사회복지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가정의 빈곤이나 기타 이유로 적절한 보호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을 때 이들의 생존권은 물론 복지권, 문화권, 학습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운영된다.

학습교육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건강한 인격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즉, '선생님'의 역할보다 '부모'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황 지부장은 "우리나라는 복지문제에 있어서 대부분 문제가 발생해야만 해결하는 구조를 띄고있다"며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지원금을 전달하고, 방치된 어린이를 도와주는 것도 모두 '사후조치'"라고 말했다.

황 지부장은 "지역아동센터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운영된다"며 "우선적으로 아이들 개인적인 문제나 가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큰 그림을 본다면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문제는 항상 개인적인 문제나 가정문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단한 예로 황 지부장은 요즘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짚었다.

그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육아지원비로 100만원씩 지원해준다고 하니 아이를 낳겠다는 국민이 약 6%가 늘었다"며 "저출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아이의 보육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아동센터가 하는 일은 어린이들의 육아를 돕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금전적인 압박을 덜어주며, 저출산 문제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대부분이 어렸을적부터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 경우"라며 "아이들을 돌봐줌으로써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해준다면 범죄율도 줄게된다"고 설명했다.

황 지부장은 "지금의 지역아동센터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사회의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단언했다.

황의식 지부장. <헤드라인제주>

# "저소득층만 관리해야 한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

지역아동센터를 찾는 어린이들은 일단 전반적으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어린이다. 보호가 필요한 만 18세 미만의 어린이로 가정에서 부모에 의한 보호와 양육이 적절히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어린이들이다.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극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수급자에 포함되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더 많다.

황 지부장은 "극빈곤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은 정부 지원이나 지자체에서 받는 도움으로 어느정도 연명할 수 있지만, 오히려 중간에 끼인 빈곤층이 훨씬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하기 위해 용달차를 한 대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수급자가 될 수 없다"면서 "생활이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소유차량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그마한 밭을 가진 사람의 경우도 밭으로 생활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급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며 "이런 모습으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극빈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센터 운영이 가난한 어린이들만 모여있다면 아이들에게 '낙인'이 찍힌다는 문제다.

황 지부장은 "사회가 어려울때는 지원을 받더라도 그러려니 하지만, 사회가 어느정도 부유해지면 가난에 대한 모욕이나 치욕감도 함께 커진다"며 "극빈자만 모이게 된다면 여기에 속한 아이들은 저절로 낙인 찍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한 아이들만 모여있는 센터에 아이를 보낼 부모가 어디있겠나"라며 "또 아이들의 경우는 입소문이 금방 돌아서 쉽게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지부장은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센터에서 저소득층 아동들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전체를 보지 못하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 턱없는 지원..."제주는 더 심각해요"

제주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70개소로, 매 달마다 350만원씩의 정부 지원금이 각각 주어진다. 각 개소의 정원은 29명이지만, 아이들을 받다보면 인원이 40명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금액은 센터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 2명의 교사에 대한 인건비가 주어져야 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비용이 따로 마련돼야 한다. 그 외에 간식비나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현재 지원받는 금액으로는 어림도 없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자르고 잘라 최소한 600만원은 지원이 돼야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요청했지만, 최소한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외 금액은 자비나 지인들의 후원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황 지부장은 "센터를 운영하다보면 주위에서는 '칼 안든 강도'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웃었다. 그만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제주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타 지방의 경우는 '지역아동센터운영관련조례'가 생기면서 정부 지원금 외의 루트로 지원금이 들어오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는 서울시에서 150만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해주고, 광주의 경우 아동복지 전문인력을 지원해준다. 강원도의 경우 교사의 처우개선비로 20만원이 지원되고, 충청남도는 도교육청까지 나서서 지역센터 운영을 돕는다.

그러나, 제주지역의 경우 지자체로부터 받는 도움은 전무하다.

황 지부장은 "공무원들의 전문가 의식이 분명해져 행정중심이 아닌 서민들 중심으로 생각해줘야 한다"며 "문제를 단편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제주지부는 각고의 노력끝에 겨우 공론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오는 30일 제주도의회는 지역아동센터운영관련조례와 관련한 토론회가 열린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황의식 지부장. <헤드라인제주>

# 방치되는 청소년 "현재 지원으로는 방법 없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자립도 문제와 더불어 하나의 큰 과제가 남아있다. 애매하게 놓여있는 청소년 문제가 그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는 중학교에 입학할때쯤 되면 자연스럽게 구성원을 내보내거나 다른 기관으로 위탁한다.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황 지부장은 "원래 지역아동센터는 18세까지 몸담을 수 있지만, 지금의 구성과 시스템으로는 이 것이 불가능하다"며 토로했다.

그는 "생각하는 것, 갖고있는 고민, 놀이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갭'이 너무 크다"면서 "청소년의 경우 그들에게 맞춘 관리가 이뤄져야하는데, 현재의 아동센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황 지부장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섞여있으면 서로 안좋은 영향만을 받게된다"면서 "특히 어린이들은 보통 나쁜것 먼저 배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 지부장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관리가 이뤄지려면 전문 선생님도 필요하고, 그들만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의 지원으로는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못 박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아동센터는 제주시내에 단 2개소 뿐이다.

또 황 지부장은 "초등학생 시기만해도 어린이들은 주로 부모나 선생님 등 어른들의 말을 듣는데, 청소년기에서부터는 어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또래집단의 말을 신임하게 된다"고 말했다.

황 지부장은 "더 세심하고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들이 청소년들인데, 지금은 마치 야생마처럼 길들일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반적인 문제와 관련해 황 지부장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누히 말했던 것 처럼 문제가 발생했을때 이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아닌, 사전에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역아동센터는 물론 행정과 시민들까지 함께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지부장은 "30일 열리는 토론회에 희망을 건다"며 "꼭 지원조례가 마련돼 지역아동센터가 더욱 활기를 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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