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연행에 "지나친 공권력 행사", 일제히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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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연행에 "지나친 공권력 행사", 일제히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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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정당 등 연행자 석방 촉구..."비겁한 해법" 성토

살얼음판을 걷던 제주해군기지 논란이 27일 급기야 물리적 충돌로 표출됐다. 민선 5기 제주도정이 출범한 후 처음있는 일이다.

투명한 입지 재선정 절차진행을 전제조건으로 한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조건부 수용의사 표명 후 소강국면을 보여온 이 문제는 최근 강정마을 주민들이 '결사 반대'로 돌아서면서 분위기는 다시 격앙돼왔다.

특히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7일부터 해군기지 건설현장인 강정천에서 해군기지 반대 천막농성을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공사 강행을 여러차례 시도했던 해군이 27일 레미콘 트럭을 앞세워 현장사무소 재건축을 위한 공사재개를 밀어붙였고, 때마침 현장에 있던 시민사회단체와 정면 충돌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천주교 신부 등을 비롯해 현애자 전 국회의원(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위원장) 등 3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연행된 혐의는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업무방해 혐의는 현 전 의원 등 3명이 레미콘 트럭이 공사현장으로 진입할 당시 몸으로 막아선데 따른 것이다. 현 전 의원 등은 곧바로 경찰에 강제연행됐다.

이어 현장에 있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경우 오전 9시30분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모여놓고 시간을 지체함에 따라 집시법이 적용됐다. 즉, 기자회견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집회를 갖기 위해 모였다고 본 것이다.

사전에 허가되지 않은 집회라는 규정 하에 이들에게는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의 강력한 공권력 행사에 따라 상황은 불과 1-2시간만에 종료됐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연행됐고, 공사현장 입구를 경찰력이 봉쇄하면서 더 이상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면 충돌소식이 전해지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해군기지갈등해소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의사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서귀포경찰서로 향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도 오후 1시쯤 서귀포경찰서를 찾았다.

우 지사는 연행자의 조속한 석방 등 선처를 호소하며 "정말 안타까운 일이며,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 현지를 둘러보고 돌아온 도의회 해군기지갈등해소특위는 해군기지 공사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긴급 성명을 채택했다.

특히 도의원들의 강정마을 현장방문과정에서는 경찰과 '강제연행의 정당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 경찰이 '막말'을 쏟아내며 도의원들을 면박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경찰의 과잉대응은 물론 해군과 제주도당국을 동시에 규탄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은 "연행된 모두가 업무방해 명목으로 체포됐는데, 아직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공사자재를 막는 것이 과연 업무방해에 속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또 "해군과 경찰은 연행된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즉각 석방하고, 해군기지 갈등 해소를 위해 보다 진정성 있는 해법을 제주도민에게 보여주라"고 강력히 항의했다.

국민참여당 제주도당은 "지금까지 정부와 국방부는 강정주민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어떠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해군기지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을 보면, 정부의 재정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우근민 제주도정과 정부의 '구두합의'는 도민과 강정주민들을 무시한 굴욕적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제주도당은 한층 강도를 높였다.

진보신당은 "해군기지 문제에 관해 윈윈해법으로 해결한다던 우근민 도정은 현재 대량의 자재반입을 통해 공사상강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우근민 도정의 윈윈해법은 강전주민들을 편가르기 시키고 조건부수용과 반대의 칼날을 동시에 들게 하는 비겁한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제주도당과 김재윤 국회의원도 연행자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강정천에서 농성을 진행해온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와 천주교 제주교구 평화의 섬 특별위원회,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 민주노총 제주본부 등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앞으로도 강력한 반대투쟁 전개를 천명했다.

때맞춰 이날 국토해양부는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강정항을 민군복합항, 즉 해군기지로 건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며칠 남지않은 연말, 해군기지를 둘러싼 물러섬 없는 대치국면에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공사재개를 막기 위해 항거하다 경찰에 연행되는 현애자 전 의원. <헤드라인제주>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현애자 전 국회의원.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 배치된 경찰.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공사재개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강정마을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경찰과 해군기지 반대 단체 회원 등이 대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공사현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찰들이 길을 막고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에 연행되고 있는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모임의 이정훈 목사.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건설자재가 공사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는 해군기지 반대단체 관계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에 연행된 해군기지 반대단체 관계자들과 마을주민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서귀포경찰서를 방문한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고창후 서귀포시장.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반대단체 관계자들과 강정마을주민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된 가운데 강정마을을 방문한 현우범 도의회 해군기지특위 위원장이 마을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해군기지 반대단체 관계자들 및 강정마을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윤춘광, 박주희, 강창수, 이석문, 강경식 의원. <헤드라인제주>
현우범 위원장이 강대일 서귀포경찰서장에게 연행된 해군기지 반대단체 관계자들과 마을주민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대일 서귀포경찰서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이에 격분한 도의원들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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