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날아든 '편집장' 제안, "행복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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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날아든 '편집장' 제안, "행복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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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7) 제주위클리 편집장 타드 태커
"우연한 기회를 홱! 제주행 '행복 티켓 얻었어요"

직업을 갖고 일은 하고 있지만, 마음은 외딴 곳에 가 있는 어느 날, 우연히 걸려 온 전화.

그동안 갈망해온 직업을 제공해주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곳,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건네진다면?

이 기적과도 같은 기회를 홱 낚아채 매일을 행복에 겨워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제주도내 유일의 영자 신문 '제주위클리'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타드 태커(Todd Thacker, 40).

제주위클리 편집장 타드 태커. <헤드라인제주>

태평양 건너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다시 또 제주로 먼 이정표를 남긴 타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타드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여 년 전. "'유교'에 관심이 있었어요. 부산대에서 유교를 공부했죠. 그런데 공부를 끝마치고 나니 유교를 통해서는 일거리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그렇게 한동안을 고민과 생각과 싸웠어요."

유교 외에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고민하던 그는 마침내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신문'이었다. 어떻게 고민의 끝이 신문에 닿게 됐을까?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닐 때 철학을 전공했어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글에 담는 습관이 자연스레 배어 든 것 같아요."

신문, 즉 언론 활동도 마찬가지라는 타드. 어떤 사안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논리적으로 파고 들고, 캐물은 다음 논리적 글쓰기로 기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생각이 많아지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성격도 한 몫 했지요."

그렇게 신문에 관심을 두게 된 '논리이고 호기심 많은' 타드는 신문사의 문을 두드리게 되고, 영자 신문 '코리아헤럴드'에 채용됐다.

코리아헤럴드에서 신문에 대한 감각을 키워 간 그는 약 8개월 간 주말 섹션의 데스크를 맡으며 취재도 하고, 지면 레이아웃도 직접 짜면서 언론 활동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 코리아헤럴드에서 오마이뉴스까지

타드 태커. <헤드라인제주>
"코리아헤럴드에서 일할 당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를 읽으면서 취재 아이템을 얻곤 했는데, 2004년 1월 쯤 오마이뉴스가 영어 사이트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길로 코리아헤럴드를 나와 오마이뉴스로 갔습니다."

그는 오마이뉴스의 영어 사이트 중 한 파트에 정식 편집장으로 임용되며 언론 활동을 이어갔다. 오마이뉴스에 뉴스를 제공하는 시민기자들을 가르치고, 기사 아이템을 발굴하고, 영어 사이트를 디자인하는 등 모든 업무가 그의 손에 맡겨졌다.

"세계 곳곳에서 시민기자들이 생겨났고, 2006년에는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에 달했어요. 하루에도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고, 그 당시 눈코 뜰새 없이 편집에 매달렸었죠. 힘들었지만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타드가 맡던 파트는 오마이뉴스에 재정적으로 큰 도움을 가져다주지 못했고, 당시 여기저기서 오마이뉴스와 비슷한 유형의 사이트들이 개설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슬픔을 안은 채 오마이뉴스를 나왔던 타드는 잠시 동안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에도 몸을 담았었지만, 언론 활동에 관심을 뗄 수 없었다.

"뉴스가 그리웠습니다. 마침 오마이뉴스에서 같이 활동하던 기자를 만났는데 다른 곳에서 언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솔직히 질투가 났었죠."

당시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와의 계약 기간도 만료되어 가고 있던 찰나, 그의 마음이 통했을까? 한 통의 전화를 받은 타드. 우연치고는 너무도 절묘하게 제주위클리에서 새로운 편집장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 아내의 전폭적인 지원...제주행 행복 티켓이 손 안에 

하지만 당시 그의 아내가 임신 중이었다. 임신 중인 몸을 이끌고 바다 건너 제주까지 오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아내에게 물어봤죠.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는데, 제주라는 섬이야, 어떻게 할까라고. 그러자 아내는 흔쾌히 '가자'고 했고, 저 혼자 곧바로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

당시 상황을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표현한 그는 제주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고 고백했다.

"오래 전에 하이킹하러 제주에 온 적이 있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제주에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직장도 얻고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 수 있다니 꿈만 같습니다."

얼떨결에 제주를 찾게 됐지만 제주에 흠뻑 반한듯 한 느낌이 그에게서 절로 묻어났다. 어떤 점이 그를 매혹시켰을까?

"첫째로 붐비지 않는 한적함이랄까, 서울에 살때는 출근 버스만 50분을 탔어요. 사람들에 치여 옴짝달싹 못했던 끔찍한 경험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걸어서 10분 거리를 즐겁게 출근하고 있어요. 아침 바람을 쐬며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면서요. 건강하게 태어난 딸도 저에겐 큰 행복이에요"

제주위클리를 소개하고 있는 타드 태커. <헤드라인제주>
타드 태커가 제주위클리 39호를 펼쳐 보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지휘자'같은 편집장...제주위클리를 제주 대표 브랜드로

마음에 쏙 드는 환경 때문일까, 골치아픈 편집 업무도 매일매일을 즐기는 듯하다.

최근 발행된 제주위클리 39호를 펼쳐보이더니, "이곳 저곳 제 손이 닿지 않은데가 없어요. 어떤 기사를 어디에 배치하는지, 레이아웃은 어떻게 잡는지 등 모든 것이 저와 저희 식구들의 결과물이죠."

지난 8월부터 편집장을 맡아 5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욕심은 끝이 없다. "지금 제주위클리는 지금 2주에 한번 나가고 있는데, 내년 홈페이지 개선을 통해 매일매일 발생하는 일들, 예를 들어 어디에 불이 났다거나, 어느 높은 사람이 사퇴를 했다거나 등의 브레이킹 뉴스를 게재하고 싶습니다."

또 제주위클리를 제주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제주위클리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특별한 가치가 있습니다. 제주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요. 제주위클리의 브랜드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할겁니다."

이 모든 일들을 척척 해 나갈 수 있는 편집장의 이상형으로 타드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꼽았다.

"지휘자가 공연에서 지휘를 하다보면 누구는 실수를 할 수도, 다른 누구는 평소보다 뛰어난 기량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휘자는 누군가를 호되게 질책해서도 안되지만, 다른 누구를 과하게 칭찬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사람이니까 실수를 하는거잖아요? 신문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조화롭게 제주위클리를 지휘하는, 지휘자같은 편집장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쥐어든 그는 그만의 인생을 지휘하고 있다. 아직 조율 중이긴 하지만, 언젠가 그에게서 아름다운 하모니가 들려올 것만 같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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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김진웅 2010-12-24 18:53:07 | 112.***.***.42
즐거운 인터뷰어, 잘 읽었습니다.
제주위클리와 좋은 만남이 되신 타드씨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아울러 제주위클리의 일취월장을 기원합니다.

오호라 2010-12-24 15:57:09 | 220.***.***.3
제주위클리 편집장님이 외국인이었군요~~처음알았습니다! 간혹 지나가다 본 적이 있는데~사진에 간지가 좔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