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먹고 살아야지"...어쩔 수 없는 '편의점' 선택
최근 길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에서나 편의점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다니는 길목은 물론이고 제주시내 곳곳을 편의점이 점령하고 있으며, 심한 곳은 편의점 맞은편에 다른 편의점이 있는 곳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제주지역에 '보광 훼미리마트'와 'GS25'편의점 외에도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추가되면서 편의점의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렇듯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편의점에 의해 작은 구멍가게나 분식점, 제과점 등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영업을 포기하고 가게문을 닫는 곳도 허다하다.
#. "편의점 하나도 힘든데 또 하나가...어떻게 해야할지..."
20일 오후 취재진이 방문한 제주시내 모 고등학교 인근지역. 예전같으면 하교하는 학생들을 유혹하기 위해 떡볶이와 튀김 등 다양한 음식들을 판매하는 분식점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한 곳만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 곳에서 약 10년째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 주변 분식점과 소형제과점들이 모두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계속 가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매상이 너무 떨어지면서 내년에는 가게를 접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주변의 편의점들이 매상을 떨어뜨리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분식점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은 2개. 두 곳 모두 A씨의 분식점에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며, 위치 역시 A씨의 가게보다 학교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는 "편의점이 생기기 전에는 학생들이 저녁시간에 배가 고프면 분식점에서 간식을 해결했는데 편의점이 생기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곳에서 사먹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주변 분식점들도 문을 닫았는데 그 편의점 바로 앞에 또 다른 편의점이 생겼으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 "구멍가게론 전망없다...우리도 살아야지"
이렇든 많은 영세업자들이 편의점의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주시내 모 고등학교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53, 여). 그는 이곳에서 약 17년동안 슈퍼마켓 겸 문구점을 운영해 왔지만 몇년 전에 생긴 편의점에 의해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이 업종을 편의점으로 변경했다.
그는 "구멍가게들이 편의점과 경쟁해서는 이길 수 없다. 가게에 들여놓는 물건도 종류가 다양한데다가 없는 물건이 없으니 손님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카드나 T머니(교통카드)로도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현금만으로 거래하는 구멍가게에 손님들이 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계약을 하게되면 지원이 나오는 편의점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게를 접은 후 다른 가게를 차리려고 하니까 이 장소에서는 마땅히 할만한 것이 없고 큰 매점을 운영하려고 해도 자본이 없어서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선택한게 결국 편의점으로 편의점의 경우 5년짜리 계약을 하니까 가게 인테리어와 물건구입에 보증금이 나오니까 큰 자본없이 창업이 가능하더라구요."
편의점 문을 열고 남는 공간에는 문구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씨. 편의점을 하기 전에 비해 매상은 많이 올랐지만 예전에 비해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에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여유있게 가게운영이 가능했는데 편의점의 경우 24시간 운영해야하고 생각보다 할 것이 많았다"면서 "결국 나 혼자서는 하기 힘드니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하고 생각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아져서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영세업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도외 자금유출에 대해서는 공감은 가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는 "편의점에 의해 제주도내 자금들이 다른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맞고 그로 인한 자금부족으로 인해 지역경기가 않좋아지는 것도 이해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내 목구멍에 거미줄을 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호소했다.
최근 간단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증대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 생활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오늘도 많은 영세업자들이 힘겨운 삶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