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수업에 비싼 교재는 NO, '열정' 하나면 OK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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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수업에 비싼 교재는 NO, '열정' 하나면 OK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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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16) TaLK 장학생 체험 동영상 공모전 은상 수상자 '위니 웡'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창천초등학교(교장 김창호). 전형적인 농산어촌 초등학교 답게 작고 아담한 모습이 도심지의 학교와는 사뭇 다른 정취를 자랑한다.

창천초의 자랑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라, '특별한' 영어 선생님이 있다는 점.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 봤다.

9일 오후 영어교실. 2층에 위치한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계단을 오르는 순간부터 학생들의 왁자지껄한 영어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영어 교사로 보이는 듯한 여성의 "아이 캔 플레이...기타!" 소리에 맞춰 잽싸게 달려가 기타가 그려진 종이 앞에 선 초등학생들. 1-2학년 학생들로 앳된 얼굴들이지만 동작이 제법 날쎄다.

창천초 방과후 학교 영어 교사 위니 웡. <헤드라인제주>

이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을 컨트롤하고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이가 있었으니, 겉모습은 영락 없는 동양인이지만 외국 본토의 영어를 구사했다.

그 주인공은 홍콩 출신, 캐나다 국적의 방과후 학교 영어 교사 위니 웡(26, Winnie Wong).

한 차례 폭풍이 몰아친 듯한 수업 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이 빠져 나가자 위니의 쉬는 시간을 빼앗았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제주 생활, 영어 수업의 '특별함' 이야기들.

# "가르침은 내 길...보람도 행복도 가져다줘요"

위니는 TaLK(Teach and Learn in Korea, 정부초청해외영어봉사) 장학생으로, 창천초에서 방과후 학교 영어 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은행에서 1년 정도 일했었는데, 내 갈 길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은행 일을 접고, 다른 일을 찾던 찰나에 TaLK 장학생으로 활동하고 있던 친구에게 제안을 받았어요. 한번 지원해보라고. 마침 어린애들을 돌보는데 관심이 있었고, 곧바로 지원했죠."

위니의 영어 수업 모습. <헤드라인제주>

TaLK 장학생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정부가 영어권 국가의 외국인 대학생을 초청해 한국의 대학생들과 짝을 이뤄 농산어촌 지역의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어 학습 등을 통해 '한국'을 배울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위니의 지원은 우리 정부에 받아들여졌고, 지역 추첨이 이어졌다. 원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게 아니라, 소위 말하는 '뺑뺑이'다.

그렇게 해서 제주 근무가 '당첨'됐고, 위니는 지난해 9월 제주로 오게 됐다. 캐나다에서 지구 반대편인 한국으로, 또 본토에서 떨어진 제주도로 오게 된 먼 여정이었지만, 그녀는 이를 '행운'으로 여겼다.

"처음 제주로 결정됐을 때 지도를 봤어요. 조그마한 섬 제주도...작은 섬에서 일해야 한다는 게 처음엔 걱정됐었죠. 하지만 이게 웬걸. 제주에 와서 살다보니 아름다움에 반하고, 따뜻함에 반하고, 친절한 사람들에 완전 반했어요."

제주에 반해버린 그녀는 당초 정해진 1년 과정을 연장했고, 마지막 1년을 채워가고 있다. TaLK 장학생은 그 나라에서 최대 2년까지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을 다 채운 다음에도 제주를 떠나기는 싫다고.

위니 웡. <헤드라인제주>
"기한을 다 채우면 대부분의 원어민 교사들이 하고 있는 EPIK(English Program in Korea,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에 따라 정규수업 시간에 영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바꾸던지, 다른 일을 찾아야 해요. 내년 9월쯤에는 더이상 창천초 학생들을 가르치지 못하겠지만, 제주에 머물면서 다른 일을 하고 싶어요."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가르침의 열정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 1년 정도 머물며 어린 아이들을 돌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게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유요? 그냥...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요. 제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이 영어에 관심을 갖고, 영어 실력을 쌓아가고, 나중에 성장한 후에는 외국에 나갈 일이 있으면 영어를 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여기서 보람을 느껴요."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고, 열정을 가졌기 때문일까. 그녀는 얼마전 매우 값진 상을 수상했다.

# TaKL 체험 수기.동영상 공모대회서 '2전 3기' 은상 수상

위니는 '2010 TaKL 체험 수기.동영상 공모대회'에 'My TaKL Life'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출품해 지난 3일 은상을 품에 안았다.

수상의 영광을 가져다준 동영상을 직접 틀어보여준 친절한 위니씨. 5분 분량의 동영상 속에는 위니와 창천초 학생들의 영어 수업 모습이 가감 없이 담겨 있었다.

그 속에서는 위니와 학생들이 웃고 떠들고 즐기며 영어를 몸에 아로 새기고 있었다. 딱딱한 수업이나 공부가 아니라, 놀이를 통해 영어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있었다.

"주변에서 물어보곤 해요. 에너지 넘치는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려면 힘들지 않나고. 하지만 저 나이대의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야 당연한걸요. 애들을 따라 수업에 열중하다보면 힘든 것도 잊어요. 행복감 속에서 수업을 하고, 그 장면을 비디오에 담았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주어진 은상. 2번의 낙방 끝에 주어진 상이어서 의미가 더욱 값지다고.

TaKL 체험 수기.동영상 공모대회서 은상을 수상한 위니의 작품. <헤드라인제주>

전국의 TaKL 장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스타일은 같을 수가 없을 것이고, 그들 각자가 '2010 TaKL 체험 수기.동영상 공모대회'에 출품한 작품들도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심사 포인트 가운데 TaKL 장학생들의 '열정'과 '진심'이 큰 비중을 차지했을 터. 위니가 은상을 수상한데는 그녀의 열정과 진심이 통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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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2010-12-14 23:34:29 | 61.***.***.1
이런교육이좀더많이이뤄졌으면좋겠네요이런교육이시행된다는것을많은사람이알아서공교육에대한불신이조금이나마사라졌으면합니다그런의미에서아주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