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또 '말 바꾸기'..."내국인 진료금지, 관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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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또 '말 바꾸기'..."내국인 진료금지, 관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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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진료금지' 법적근거 논란 일자 '관철'로 후퇴
2015년 '내국인 진료 가능'→ 2018년 '내국인 금지' 번복

원희룡 제주도정이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추진되는 중국자본의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공론조사의 '불허' 권고에도 불구하고 '허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시민사회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조건부로 제시한 '내국인 진료금지'의 법적 근거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하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뒤 내국인을 대상 진료를 염두에 뒀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데다, 원희룡 도정도 그동안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7일 영리병원과 관련한 입장 보도자료를 통해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 금지’를 관철할 것이며, 이번 조건부 개설 허가 시 명시한 이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해 허가를 내줬으면서, 지금은 이 조건이 충족되도록 '관철'을 시키겠다는 다소 후퇴한 입장이다.

제주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2018년 1월, 허가조건 이행을 위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하지 않는다면 진료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이미 받은 사항"이라며 내국인 진료거부가 가능함을 강조했다.

제주도는 또 "녹지국제병원 측이 지난 2015년 12월 1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당시 사업계획서에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고 명시했다"며 개설허가 조건으로 명시한 '내국인 진료 제한'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주도의 입장은 2015년 제주도민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이어서 행정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도 장기간 게재됐던 2015년 '외국의료기관 똑바로 알기' 홍보자료에서는 내국인은 물론 도민들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영리병원을 허가해주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억지식 유권해석을 받아 "내국인 진료 거부는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정이 최초 내국인 진료는 타당하다고 주장했다가 이번에  '내국인 진료금지'로 변경한 것만 놓고 보더라도, 복지부의 의견회신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법적으로도 충분히 논란의 여지와 다툼의 소지가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내국인 진료금지'는 실현이 안 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제주도정도 이번에 '관철시키겠다'는 표현을 쓴 것도 불확실성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제주도정은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기 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주도는 '말 바꾸기' 지적에 대해, "'조건부 허가 결정'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진행한 네 차례의 심의회를 통해 제안된 것"이라며 "의료공공성훼손을 이유로 불허를 권고한 공론조사위 결정의 뜻을 담아 그 최종 결정이 지난 5일 내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외국의료기관 조건부 개설허가와 관련한 대부분의 우려는 '의료 공공성 침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도는 허가권은 물론 취소권도 갖고 있기 때문에 조건부 개설허가 취지 및 목적 위반 시 허가취소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주도는 "모든 것은 행정지도가 1번으로, 단순히 내국인을 진료한 사실이 1차례 드러났다고 무조건 허가취소 처분을 내릴 수는 없는 것"이라며 "의료법에 따라 행정지도를 우선 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주의.경고.시정 등 행정처분이 먼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또 "제주특별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특례가 제주도에 부여된 만큼 의료공공성 등 공익적 요소를 고려해 조례에 정한대로 조건을 두어 내국인에 대한 진료를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면 제주 특별법 상에 내국인 진료 금지조항 등을 신설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는 7일 기자회기ㅕㄴ에서 '외국인 진료'에 한정한다는 조건과 관련해, "개설허가 조건으로 내건 외국인 진료에만 한정하겠다던 원 지사의 공언은 이틀이 채 가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짓말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면서 "현행 의료법 제15조 규정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강행규정으로 명문화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 지사측은 보건복지부 답변내용을 방패막이 삼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도 밝혔듯이 현행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외국인만을 위한 의료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현재 녹지측이 제주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요약본에서는 외국인 진료로 한정한다는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이어 "어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녹지측은 개설허가 직후 원희룡 도정에 공문을 보내 내국인 진료를 가로 막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소송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태"라며 "원 지사는 개설허가를 내주고 녹지측으로부터 소송 겁박을 당해야하는 처지로 더 큰 파국을 초래한 당사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허가의 전제조건이 되는 ‘제주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특례 조례’ 그 어떤 조항에서도 보건복지부와 제주도가 주장하는 것처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여 ‘외국인전용병원’으로 허가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제주특별법 제309조(외국의료기관ㆍ외국인전용약국의 법 적용)는 “외국의료기관과 외국인전용약국에 대하여 이 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는 의료법과 약사법을 준용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의 제 1항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라는 조항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내국인 진료와 관련해서는 원희룡 도정이 '자가당착’을 하고 있다"면서 "원 지사는 2016년 발행한 ‘외국의료기관 똑바로알기’ 홍보자료를 통해 주장했던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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