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력 향상 프로그램' 시범학교, 어떤 성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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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력 향상 프로그램' 시범학교, 어떤 성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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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디거념팀이 뛴다] (6) 종달초 안영란 교사의 현장 메시지
"저학년에서 효과 뚜렷...변화에 학부모들도 호응"
2015년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종달초등학교(교장 강순문).

제주시 구좌읍 동쪽 끝 작은 마을의 학교이지만, 이 학교는 '제주교육의 축소판'으로 불릴 정도로 변화와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지난 7월6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취임 3주년에 즈음해 제주교육 운영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이곳에서 개최한 것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학교를 통해 제주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모두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목적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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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 7월6일 종달초등학교에서 열렸던 이석문 교육감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 모습.ⓒ헤드라인제주
변화와 혁신의 시작은 교사와 아이들이 눈을 마주치는 것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학부모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 속에서 여러가지 의미있는 성과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생각 자람 인지력 향상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제주 학생건강증진센터 내에 꾸려진 '혼디거념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2016년 종달초를 비롯해, 납읍초, 애월초 3개 학교가 시범학교로 지정돼 운영됐다.

'생각 자람'은 학생들의 주의력, 계획능력, 행동조절능력 등 인지능력을 향상시켜 학습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기초학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학생상담사의 지원역할도 컸지만, 매일 아이들과 눈을 마주하며 함께 해온 학교 교사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담임교사로서 적극적 지원역할을 했던 안영란 교사.

그는 올해 초 학생건강증진센터 2016년 운영.평가 보고서'에서 종달초의 '인지력 향상 프로그램'의 사례를 발표했다.

안 교사는 자신 또한 자녀를 양육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이란 무엇이고,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답을 찾으려 했다고 한다.

또 두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안 교사의 소망 또한 '아이를 아껴주는 교사와 학교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녀 또한 교사이기 이전에 '엄마'였기 때문이다.

안 교사의 두 자녀도 모두 종달초에 다녔다. 부임 첫해에 첫째는 3학년에, 둘째는 신입생으로 이 학교에 입학했다.

"아이가 무언가 조그마한 것도 해내려고 애쓰는 모습만 보아도 대견하고 못 해도 괜찮다, 한 번에 되는 것은 없다, 괜찮다 다독이지만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어느새 다른 아이와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제2의 부모'인 교사로서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솔직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배움의 속도'가 각기 다른 아이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며 수업을 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육아 때문에 저학년을 주로 맡으면서 배움이 늦거나 도전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만났었지만 괜찮다고 다독이면서도 막상 속도가 너무 느리다 보면 갑갑한 마음에 잘 생각해봐라, 다시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옆을 지켜서며 재촉하게 되기 일쑤였죠."

제주형 혁신학교로 지정되던 2015년 종달초에 부임한 안 교사는 2016년 3월 이러한 고민과 관련한 심화적인 교육연수를 갖게 됐다.

탐라교육원에서 진행된 '초등학력 향상 기본과정' 연수에 참여하게 된 것.

"이 연수를 통해 학습에 어려움을 나타내는 학생들의 양상이 다양하고,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정확한 진단을 통해 결손된 부분을 찾고 그것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연수에서 체득한 내용을 학교현장에서 실증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초학력과 관련해 지원방안을 고민하다가 시범적으로 종달초 등 3개교를 '생각 자람 인지력 향상 프로그램' 시범학교로 지정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건강증진센터(이하 센터) 혼디거념팀의 학생상담사를 비롯한 팀원과 학교 현장의 담임 교사와 상담교사 등의 협력적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프로그램 참여 대상자 선정은 우선 담임교사 등이 학습에 어려움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찾아 학부모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선행된다.  그러면 센터 임상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해 지능검사와 주의력 검사, 종합학습능력검사(읽기, 수학)으로 학생 상황을 파악했다. 이 검사결과를 교사들에게 알리면, 교사는 학부모와 상담해 프로그램 참여 동의를 받은 후 대상자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동의를 받은 학생은 1~4학년 8명이었다. 

학생상담사가 주도하는 프로그램은 9월부터 12월까지 2팀으로 나눠 일주일에 2회씩 24회기에 걸쳐 운영됐다. 회기당 진행시간은 80분 정도였다.

재미있는 게임 형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 상황에서 필요한 주의집중 능력, 방해자극을 억제하고 목표 과제를 수행하는 능력, 계획 능력, 조직화 능력, 고차적인 사고 등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됐다.

창의적인 문장 및 짧은 글 쓰기 및 읽기 연습을 통해 문법, 어휘력, 유창성 등의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듣기 연습, 보기 연습, 깊이 생각하기, 지시에 맞게 행동하기, 진행된 내용 다시 반복하며 복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4회기가 끝난 후에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검사를 다시 실시해 전과 후의 향상도  측정이 이뤄졌다.

학생상담사는 향상도 측정결과를 통해 성과적 측면을 강조한 바 있는데, 안 교사 역시 학교현장에서의 '변화'는 적지 않았다고 했다.

안 교사는 "보통 일반적인 연구시범학교는 학기초부터 시작되어 운영되는 반면, 이 프로그램은 학기 중에 도입돼 시작되면서, 그래서 처음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조금 있었다"면서 "그래서 모두들 조심스러워 했으나 교사와 학생 모두 열의만은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학생들도 잘 따라줬고, 그러다보니 학교 전체가 달라졌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 같다"면서 "대부분 형편상 자영업을 하고 있어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문제점을 모르는 수가 많고 어쩔수 없이 방치되는 경우도 생겼는데 프로그램 도입 후에는 아이들이 달라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신반의 했던 학부모들이 이젠 매우 적극적인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교실에서의 변화는 고학년 보다는 저학년에서 두드러졌다고 했다.

"저학년(1-3학년)인 경우는 참여 의욕도 강하고 과제를 해결하기 힘들어해도 격려하고 다독이며 참여할 수 있었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였어요."

반면 4학년의 경우는 수업 시간에 반 학생들과 따로 떨어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다소 있었다고 한다.

안 교사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담임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상황에 대한 개인적으로 진단한 내용을 전문화된 검사 도구를 활용해 객관적 자료로 만나고 학습 결손의 원인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며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또 "학생의 어려움이 어떤 부분이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 학교와 가정이 어떻게 학생들을 지원하고 한 마음으로 격려할지 검사 자료와 결과 통지 자료를 가지고 부모와 이야기하면서 학생의 성장을 두고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저학년의 경우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도록 다독이고 지속적으로 격려하며 수준에 맞게 과제를 반복적으로 해보게 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갖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가정에서의 돌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했다.

"학생들의 진단에 맞는 도움 자료를 다양화하고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 또한 과제입니다. 1, 2학년 교육과정인 경우 정말 기초적인 읽기, 쓰기, 수학, 통합 교과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배우는 기초적인 배움의 과정을 익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배우는 양을 적정화하고 학습 습관을 기를 수 있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반복적으로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3~4학년의 경우 새로운 접근방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저학년은 빠른 개입이 이뤄질 수록 효과가 좋은 것 같으나, 3~4학년, 즉 중학년은 수업 중 '80분 블록방식'의 프로그램 진행은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8박10일 일정으로 덴마크와 독일의 학교를 대상으로 한 국외연수에 다녀온 안 교사는 인터뷰 마지막을 연수소감으로 대신했다.

"그곳에서는 초등학교 다니기전부터 모든 교육기관에서 두명의 담임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한명은 일반 교사, 다른 한명은 말하자면 전문상담사 같은 역할을 하는 교사가 상시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는데, 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든 게 열려있는,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프로그램 개입이 이뤄질 수록 더 빨리 행동을 교정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알게되는 시간이었다."<헤드라인제주>

다음은 종달초 안영란 교사와의 추가 일문일답 요지.

◆ 자녀들을 종달초에 전학.입학시켜 함께 다닌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혁신학교가 제주도에 도입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너무 기뻤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안학교 등에 관심이 많았다. 대안학교는 비용도 많이 드는데, 교육청 차원에서 이런 프로그램(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배움학교)을 운영한다는 소식에 너무 기뻤다. 이런 판이 열리는 게 너무 기대가 됐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최소한 저학년일때만이라도 이런 학교에서 다니도록 하고 싶었다."

◆ 종달초가 인지력 향상 시범학교로 운영된 후 달라진 점은.

"작년 3월에 탐라교육원에서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교사 직무연수가 있었다. 연수시간 15시간 풀로 기초학력향상 주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건 처음이었다. 아이들의 다양한 행동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당시 교육을 진행한 전문의에게 이런 교육을 학교 현장에서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과 함께 희망학교를 접수받는다고 안내했다. 6월쯤에 희망학교 중 우리학교(종달초)를 포함한 납읍초, 애월초 3개교가 최종 선정됐다. 그때부터 짜여진 전체 로드맵대로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 혼디거념팀의 지원활동은 어떤 도움이 됐나.

"프로그램 운영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학생건강증진센터의)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 등이 직접 방문해 교사교육이 이뤄졌다. 학습부진, 학습장애에 대한 정확한 개념에서부터 학생 심층평가에 따른 결과를 이해하는 방법 및 행동양식에 대한 지도요령의 '맞춤형 팁'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해줬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지도방법이 능력이나 자질 부족 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지도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왜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에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을 올해 만나게 됐는데, 몰라보게 향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표정도 많이 밝아졌고 자신감이 드러났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걸 즐거워하고 있었다. 학생상담사가 오기를 기다린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후 달라진 아이들을 만난 것도 놀라웠지만 현재 빠르게 향상되어 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다."

◆ 이 프로그램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은?

"저학년일수록, 빠른 개입이 이뤄질수록 효과가 좋은것 같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전반부 40분, 후반부 40분 총 80분 블록제로 운영되는데 우리학교 교육방식이 저학년일때는 주제중심의 통합 80분 블록제로 운영되고 있어 아이들이 적응하는 부분과 학생상담사가 교육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 또한 놀이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하는 것 같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상담사로부터의 교육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지고 그런 시간들이 누적되면서 학생의 행동을 이해하고 지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른 아이들까지도 지도하는데 용이해지면서 결과적으로 수업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교사에게 있어 학습도구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3~4학년 이상부터는 교과목 우선으로 세분화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수업중 80분 블록방식의 프로그램 개입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치하는 것 보다는 인지프로그램에 참여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올해 종달초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현재 교육청에서 인지향상 프로그램을 다지고 정비중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선 수업 중에도 교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안내 공문을 받았다. 곧 개시될 것 같다.

올해에는 인지력 향상, 정서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위기학생의 문제행동 중 학교에서 희망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교육복지프로그램이 지원된다."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얼마전 (8월 중순) 8박10일 일정으로 국외연수에 다녀왔다. 해외교육 사례를 배우기 위한 기획으로 도교육청 공모에 선정되었다. 교장 1명, 교사 8명, 장학사 1명으로 꾸려진 연수단이 덴마크와 독일의 학교를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초등학교 다니기전부터 모든 교육기관에서 두명의 담임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한명은 일반 교사, 다른 한명은 말하자면 전문상담사 같은 역할을 하는 교사가 상시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든 게 열려있는,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프로그램 개입이 이뤄질 수록 더 빨리 행동을 교정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알게되는 시간이었다. 제주도교육청이 학생건강증진센터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우리도 희망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점차 안정화 되고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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