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일 주교 "외국인 탓하지 마라...개발열병 제주도 과욕이 부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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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외국인 탓하지 마라...개발열병 제주도 과욕이 부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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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에 동네사람.길손 다 불러온 결과가 오늘 제주 현실"
"억울한 죽음의 탓 외국인에 돌리기 보다는, 탐욕의 탓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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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거행된 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고(故) 김모씨 본당장(葬) 장례미사에서 강우일 주교가 강론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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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거행된 성당 피습사건 희생자 고(故) 김모씨 본당장(葬) 장례미사.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중국인관광객의 '묻지마 범죄'에 의해 희생된 여성신자 고(故) 김모씨의 장례미사가 21일 엄수된 가운데,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이번 사건을 "제주도 개발열병 시대의 과욕이 부른 결과"라며 제주도정 개발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강우일 주교는 장례미사 강론에서 "지금 우리는 상상도 못한 폭력으로 갑자기 목숨을 잃은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나누고자 한다"며 말문을 연후,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셨는지...그렇게 헌신적이고 열심히 하시던 분이 이런 일을 당하다니 너무 가슴 아프고, 또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마음 아파하는 교우들에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석해 했다.

강 주교는 "고인은 자신의 모든 시간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교회에 봉헌한 예수님의 제자셨고, 레지오 단원이자 프란치스코 재속회원으로 기도에 누구보다 정진하셨다"면서 "교회 울타리 안에서만 활동하신 것이 아니라 프란치스코 교종의 생태계와 환경을 지키라는 호소와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동네 클린하우스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까지 하셨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강 주교는 "정말 완덕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셨던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신앙생활에 쏟은 분이 마지막에는 이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기도)을 하면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그 길을 묵상하시는 그 순간 예수님의 운명을 함께 겪으셨다"면서 "왜 이 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할까"라고 강한 물음을 던졌다.

강 주교는 "저는 오늘, 생전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영문도 모른채 무참히 살해된 이 분도 이 시대의 순교자라고 선언하고 싶다"면서 "그는 우리 시대의 과욕과 죄악 때문에 희생된 티없는 어린 양과 같은 제물로 주민께 봉헌되셨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번 사건이 제주의 개발열병 속에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제주도는 지난 여러해동안 급격히 증가하는 방문객.관광객으로 인해 자연과 사람들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가 다해봐야 60만조금 넘는 이 작은 섬에 지난 한해 동안만 서울시 인구 전체와 맞먹는 1200만의 타지인들이 와서 며칠씩 머물고 갔다"며 "자기집은 단칸방인데 동네사람 다 부르고 지나가는 길손들 다 불러온 결과가 오늘 제주의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도는 벌써 여러해전 부터 개발의 열병에 걸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먹고 놀고 즐기고 소비하고 지갑을 털고..."면서 "무제한 투자와 무차별 개발, 대규모 관광이 지상과제인 것 처럼 정책을 펼쳐왔다. 정신차리고 보니 제주의 깊숙한 속살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고 있다. 자연도 사람도 난도질 당하는게 오늘의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죄없고 티없는 영혼의 소유자가 당한 죽음의 탓을 외국인들에게 돌리기 보다는, 경제적 성장과 수익만을 분에 넘치게 추구한 자신들의 탐욕에 탓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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