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짜 맞은 '미래비전 용역'...그들만의 '비전'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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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짜 맞은 '미래비전 용역'...그들만의 '비전'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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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제주미래비전 용역보고회 '혹평' 쏟아져
'베끼기', '내용부실' 난타..."납품기일 연기해라" 요구

[종합]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이 17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제주미래비전 수립 연구용역 보고서가 도의회로부터도 '퇴짜'를 맞으면서, 난관에 빠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일 개최한 '제주미래비전 수립 용역' 결과보고회에서는 발언에 나선 대부분 의원들이 용역의 부실함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용역을 맡아 수행한 국토연구원 컨소시엄(국토연구원, 제주발전연구원, 한국종합기술, 도시건축소도)은 지적한 내용을 조만간 보완해 최종 보고서를 납품하겠다고 밝혔으나, 도의회는 이마저도 고개를 저었다.

납품기일을 연장해서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게 도의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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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미래비전 수립 용역 결과보고회. ⓒ헤드라인제주
장시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단일 용역으로는 제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17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였음에도 내용이 상당히 부실할 뿐더러, 심지어 다른 지역에서 사용되던 비슷한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첫 질문에 나선 유진의 의원(새누리당)이 지적한 '군민'이라는 용어 사용의 문제가 그것이다.

용역 내용상에 '군민'이라는 표현, 또 제주에는 있지도 않은 '보건복지센터'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표현이 명시되면서 의아스럽게 했다.

유 의원은 "가뜩이나 복지에 대한 내용이 부실한데, 제주도 현황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내용만 보면 알 수 있다"며 "보고서 일부 내용은 누가봐도 타 시도 것을 그대로 복사한 티가 난다. 제주도에 '군민'이 어디 있느냐"고 추궁했다.

유 의원은 또 용역보고서에서 복지 분야 지표로 '공공형 어린이집 보급수' 1개만 제시된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어떻게 어린이집 보급수가 제주도의 복지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답변에 나선 용역진 관계자는 '군민'이라고 표현된 부분에 대해, "통합하는 표현으로 한 것이나 잘못된 표현이다. 오타가 난 것 같다"며 실책을 시인했다.

고태민 의원(새누리당)은 "미래비전이라고 하면 손에 잡히는 감이 올 수 있는 계획이 제시돼야 하는데, 보고서에서 아이디어가 많은 것은 좋은데 국제자유도시 가는 길에 도민 GRDP 달성될 것인지 조차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꿈을 그리는데 목표 제시가 정확해야 할 것 아니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이 미래비전인데, 청정과 공존을 통해 소득 수준을 향상하겠다고 하면 어느정도가 돼야할지, 과연 신성장 동력은 무엇인지, 이런게 하나도 없다"고 힐책했다.

고 의원은 "현실을 직시하고 도정의 방향이 뭔지 이런 것들이 분석을 통해 위기와 기회를 정확히 해야 했다. 문제점 정확히 짚어내고, 앞으로 먹거리가 무엇이 돼야 하는지, 이런게 비전이 돼야지, 정책 아이디어를 나열하는 것으로는 도정의 슬로건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미래비전으로 포장해선 안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고충홍 의원(새누리당)은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 제2공항 인근 부지에 구상중인 '에어시티'에 대한 의문을 제기햇다.

고 의원은 "에어시티란 도시가 공항과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공항 인근에 만드는 개념이다. 제주의 경우 30분 이내 모든 곳에 갈 수 있다면 제주시나 서귀포시도 에어시티로 간주할 수 있는데 그 도시가 형성이 가능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제주와 같은 작은 섬에 복수의 공항을 운영하며서 에어시티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가 있는지, 세계적인 사례를 용역 내용에 제시해야 했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래비전의 1차산업 계획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점을 집중 제기했다.

좌 의원은 "용역 자체가 말썽이 많았지만, 유능한 도지사가 왔기 때문에 용역 예산을 통과시킨 것인데, 막상 용역을 보니 1차산업 관련 내용이 전무한 상태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김정학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의한 방향성을 정립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된 용역"이라고 답했으나, 좌 의원은 "청정을 목적으로 제시하면서 내용은 딴판이다. 1차산업도 없고 교육 부분, 문화관광 분야도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강경식 의원(무소속)은 이 용역보고서에 대해 "구체적인 제주의 미래비전이라기 보다는 제주에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분석하고 나열한, 방향들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고 혹평했다.

강 의원은 "용역의 정체성 부분도 예산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국제자유도시계획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 보완 작업을 통해서 하면 되는 것이었지 않나"라며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비전 제시하는게 쉬운일이 아님에도 정체성이 불분명한 용역을 했기 때문에 첫 단추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우근민 지사 임기 말에 7대자연경관 선정 후 글로벌 마케팅 용역 6억9300만원을 들여서 조직진단도 하고 미래비전도 제시했지만 이 용역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17억원을 들인 것"이라며 "다른 도지사 바뀌면 이걸 제대로 시행하겠나. 우근민 지사 임기말에 시행했던 용역이 참고되기는 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청정과 공존을 핵심 가치로 했는데, 깊은 방향이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이런 세밀한 부분들이 제대로 나와있지 않았다. 난개발에 시달리고 기본 방향 수준에만 제시됐지 구체적인 방향이 없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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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미래비전 수립 용역 결과보고회. ⓒ헤드라인제주
현정화 의원(새누리당)은 미래비전의 복지 계획상에 '배려 계층' 만을 타겟으로 삼아 원칙부터 어긋났다고 비판했다.

현 의원은 "제주도의 복지예산이 몇 퍼센트인지 아나"라는 질문에 조판기 연구위원이 즉답하지 못하자 "제주 복지예산은 20% 정도 된다. (용역진이)제주도의 복지 수혜자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라고 힐책했다.

현 의원은 "복지예산이 20%라는 것은 거의 전 도민들이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고 봐야하는 것"이라며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정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비전을 세워야함에도 '지역사회 중심의 배려 계층을 위한 안정적 복지체계'라는 원칙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복지는 어느 특별한 계층이 아니라 도민의 복지를 말해야 했다. 미래비전에 담을 복지는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가 돼야 한다"면서 "최근 복지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연금 이런 것들도 모두 도민의 복지에 들어가는 것인데, 원칙부터 너무 선별적이고 소극적인 복지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래비전 전부 수용하려면 어느정도의 예산을 들여야 하냐"며 "계획 없는 예산도 문제지만 예산이 없는 계획은 더 큰 문제다. 미래비전 거창하게 만들어놓고 예산이 뒷받침 안되면 담보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래비전을 보면 하나의 국가 프로젝트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자체가 하기에 너무 광범위하다. 여기서 한 두가지만 성공해도 특별자치도 성공한다"며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관성 있고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김 의원은 상주인구 목표를 80만명인지, 100만명인지에 따라 목표 설정이 달라야 하는데 어디에 맞춰서 가야 하나"라며 "밀도계획이 명확해야 모든 계획이 수립되는데, 관광 총량이 어느정도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비전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의원(새누리당)은 제주도내 주요 현안 이슈인 대규모 개발사업과 카지노 등과 관련된 내용은 용역에 다루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역내 카지노와 대규모 개발 논란이 있는데, 용역 상에 카지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카지노를 단순한 '캐시카우'나 야간관광시설 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대규모 카지노가 들어설 수 있는데 이 카지노가 제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런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왜 이런 걸 뺐나"라고 따져물었다.

허창옥 의원(무소속)은 "청정을 목적으로 미래비전을 수립한다면서 1차산업 분야가 하나도 없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허 의원은 "용역 보고서 서문의 생태자연 부분을 보면 농업 관련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제주의 산업구조를 보면 1차산업이 15%다. 인구대비 순수 현장에 종사하는 분들이 20%임에도 기존 계획에도 전혀 언급이 없다"고 질책했다.

허 의원은 "제주의 1차산업을 빼고 어떻게 처정을 논할 수가 있나. 농업의 다원적 기능 알고 있나. 농업을 빼고 자연 생태가 가능하나"라고 몰아세웠다.

강성균 교육의원은 미래비전 상에 보통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전무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교육은 원래 용역을 하면서 과업지시를 할 때 교육은 빼라고 했나?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교육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없아. 평생교육이라는 말 하나밖에는 없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신관홍 의원(새누리당)은 원도심 재생사업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일침을 가했다.

신 의원은 "원도심 재생 사업이 제주시만 포함돼 있고, 서귀포시도 문화도시 재생사업으로 가는데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지금까지 해오던 것만 갖고 접목시킨 것 아니냐"고 반면하면서, "말 조그마한 테두리 안에서 한 건, 한 건의 제주미래비전을 제시한게 아니라 제주 전체 비전을 제시해주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왜 또 한 군데만 갖고 얘기를 하나"라고 호통을 쳤다.

신 의원은 "인구 80만명 수용 계획으로 기존 도심에 있는 짜투리 땅을 활용해 인구 유입을 잡아내겠다고 했는데, 원도심을 직접 가보고 하는 얘기냐. 공가가 있고, 폐가가 있다고 하는데, 직접 가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냐. 실행 가능한 계획을 줘야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도로를 다이어트하겠다면서 노면전차 얘기가 나오는데. 편도 2차선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몰아세웠다.

제2공항이 들어서는 성산읍 지역구의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에어시티와 관련 도민들에 대한 이익 환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에어시티 건설은 주민을 위한 것이냐 대기업을 위한 것이냐, 국가를 위한 것이냐가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 지역주민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공항에 들어서는 토지와 관련된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우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회의가 끝난 후 "이 미래비전연구용역은 도민을 위한 미래비전이 아니라 원 도정만을 위한 용역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면서 "막대한 예산을 들인 결과물 치고는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도의회 최종보고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앞으로 의견수렴을 거친 후 2월 중 용역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도의회의 최종 납품기일 연기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한차례 연장한 바 있기 때문에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나, 도의회에서 부정적 시각이 크게 대두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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