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떠는 밤샘농성자 '방석' 빼앗고, "상황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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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떠는 밤샘농성자 '방석' 빼앗고, "상황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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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공무원, FTA 반대 농민에 '에누리 없는' 철거작전
오전엔 '천막', 저녁엔 '바람 가림막' 철거..."방석도 안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처리가 임박해지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25일 거리로 나선 농민들.

국회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는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몰려든 농민들은 제주시당국의 한치 에누리 없는 '철거작전'에 두번이나 눈물을 삼켜야 했다.

제주도청 정문 맞은편이라는 장소가 문제가 됐던 것이었을까.

오전 10시, 농민들은 농성장으로 쓰일 천막을 설치하던 중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강제저지에 나서면서 한차례 충돌을 빚은데 이어, 이날 밤에도 또 한바탕 충돌이 있었다.

저녁 충돌에서는 1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고, 공무원들의 강제철거를 저지하던 농민 3명은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저녁 상황은 오후 7시35분께 시작됐다.

오전 10시 제주도청 정문 맞은 편 인도에서 농성에 돌입한 이들은 농성장으로 쓰일 천막을 설치하려 했으나 공무원들의 강제철거작업이 행해지면서 준비해온 천막이 부서져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농성자들은 낮 시간대에는 맨 바닥에 앉아 농성을 하다가 오후 5시30분께에는 찬바람이라도 막을 목적으로 가림막 3장을 설치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가림막 3장이 설치됐다는 보고가 들어갔는지, 저녁이 되자 제주시청 공무원 100여명이 달려들었다. "인도에 불법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이를 가림막을 강제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다시 이를 저지하는 농민들과의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인 한경례씨가 가림막에 깔려 다리에 부상을 입고 119에 의해 긴급 후송됐다.

그는 오전 충돌에서도 부상을 당해 병원치료를 받았는데, 두번째로 병원에 실려갔다.

한때 격렬한 몸싸움 끝에 가림막이 철거되면서 저녁 8시쯤에는 격한 상황은 잠시 누그러지는 듯 했다. 그러나 경찰과 공무원들이 버티고 서 있으면서 농민들의 항의는 이어졌고,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가림막을 철거한 공무원들은 농성자들이 밤샘 노숙투쟁을 위해 준비해 온 방석 등의 물품과 집기류까지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한차례 큰 충돌이 발생했다.

농민들은 "적치물을 모두 철거했으면 됐지, 왜 집기들까지 가져가느냐"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농민들은 현수막을 목에 감고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울부짖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은 "제주시에서 요구한대로 적치물 등을 모두 철거했는데 농민들이 깔고 앉아있는 방석들 마저 가져가려 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제주시 공무원들은 "현재 노상에 놓여있는 불법적치물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또다시 철거를 시도했다.

그러자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경찰은 급기야 저녁 8시45분께 격렬하게 항의하던 표선농민회 소속 김모씨 등 농민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밤 9시께 공무원들은 현장에 있던 '한미 FTA 국회비준 저지 농성돌입 1일째'라고 적힌 현수막 1장만을 남겨놓고 모든 집기류를 철거했다.

집기의 철거가 완료되자 공무원들은 농민들이 추가로 천막 등을 설치하는 것을 감시할 일부 인원을 남기고 뒤로 물러났다. 방석까지 다 빼앗았으니, 밤샘 농성 해볼테면 해보라는 분위기였다.

'완벽한 철거작전'을 수행한 듯, 밝은 표정으로 현장을 빠져나간 공무원들은 혹시나 농성자들이 또다시 바람막이를 설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버스 2대에 나눠타고 26일 새벽까지 '밤샘 지킴이'를 했다.

경찰도 교육청 정문 앞에 순찰차 1대를 밤새 배치시켜 감시케 한후, 나머지 경찰력은 모두 철수시켰다.
 

밤샘농성 집기류를 모두 압수당한 농민들은 현수막을 앞에 펼치고 맨 바닥에 주저앉아 울분을 터뜨렸다.

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초겨울 추위를 느끼게 했다.

아침부터 온종일 공무원들과의 '실랑이' 때문에 기진맥진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김장택)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 한경례) 소속 농민들.

그들은 "최소한의 저항권마저 보장해주지 않는 과잉대응"이라고 규탄하며, 맨 몸으로라도 밤샘농성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농민은 이날 아침부터 밤까지 있었던 제주시 공무원들의 대응에 크게 분개해 했다.

"FTA 비준이 되면 제주농업이 큰 위기를 맞을 것이 뻔한데, FTA 대응책을 제시하며 농민들을 달래야 할 행정공무원들이 농민들의 울부짖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방석'까지 빼앗는 작태를 보이는 현실이 말이 됩니까?"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소속 공무원들이 농성장 철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소속 공무원들이 농성장을 철거하려 하자 농민들이 이에 항의하며 대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소속 공무원들이 농성장을 철거하려 하자 농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소속 공무원들이 농성장을 철거하려 하자 농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충돌 과정에서 한경례 회장이 다리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공무원이 농민단체의 가림막을 철거,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시청의 철거차량 위에 올라 항의하고 있는 농민.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공무원들의 철거에 농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헤드라인제주>
김장택 의장이 제주시 공무원들의 철거에 거세게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공무원들의 철거에 대해 농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한 농민이 현수막을 목에 감은 상태로 제주시의 철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경찰이 농민회 관계자를 연행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모든 집기를 철거당한 농민들이 맨바닥에 앉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농성장이 철거된 후인 26일 새벽, 제주도청 정문 앞에는 농민 3명이 밤샘 노숙투쟁을 이어갔다. 이들은 깔개와 침낭을 다시 가져와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는데, 도청 주차장에는 이를 감시하는 공무원들이 버스 2대 나눠타고 밤새 지키고 있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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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마 2011-10-27 15:13:25 | 112.***.***.75
우근민이 시켜준 시장감투 하나 쓰고 농민들 이렇게 개무시해도 되는 자리인가?
관광과 농업이 주산업인 제주도에서 어떻게 농민들에게 이런 대우를 할 수 있나?
이 썩어빠진 공무원들이 제주를 이렇게 만들고 있구나..
그러니 도민들도 이젠 제대로 선거해서 우근민같은 놈 뽑으면 안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으면...

미친세상 2011-10-26 00:53:43 | 220.***.***.58
이젠 갈때까지 갔군. 정신 나가지 않고서야 행정이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해군기지 반대운동하는 사람 무조건 잡아 족치던 버릇 이젠 농민들에까지 이렇게 막대하나.
FTA대책이라도 내놓으면서 말을 해야지. 공무원들이 정신 나갔다.

2011-10-25 23:58:38 | 122.***.***.111
김병립 시장님 농민들에게 어찌 이러실수 있습니까
당신은 fta 대책갖고 농민들을 아울러야할 사람 아닙니까
왜 범죄자 취급합니까

시장님의 결단력 2011-10-25 23:40:34 | 119.***.***.72
보수와 대립하며 민중과 함께했던 시간들은 그저 옛날의 일이 되어 버렸군요. 이제는 보수를 지키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계시니 대단한 결단력입니다. 그저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항변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