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미덥잖네..." 재난대책본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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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미덥잖네..." 재난대책본부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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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비시설 위급할땐 '먹통'...관련기관 소통도 '불안'
고장난 CCTV-울리지 않는 사이렌, '책임 떠넘기기' 까지?

지난 7일 제9호 태풍 '무이파'가 제주를 강타하며 곳곳에 크나큰 생채기를 남겼다.

물폭탄처럼 쏟아지는 비와 큼지막한 가로수까지 쓰러뜨리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제주도민들은 불안함에 떨며 주말 오후를 보내야 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재산피해액만 26억원에 달한 것도 그 기세를 짐작케 한다.

그런데, 이 같은 태풍과 집중호우의 피해에도 재난대책 관련 기관의 매끄럽지 못한 대처가 눈총을 사고있다. 관련 시설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관련 기관들 간의 '엇박자'도 시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재난대비 시설물...위기상황 닥치니 '먹통'

제주시 재난대책본부는 태풍과 집중 호우 등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하천이 범람할 위험이 있는 곳과 월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에 감시용 CCTV를 설치한 바 있다.

해당 CCTV는 제주시 재난본부 홈페이지(http://bangjae.jejusi.go.kr)를 통해 송출하면서 원하는 이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막상 태풍이 들이닥치자 일부 CCTV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7일 오후 1시께, 한천 제2저류지와 외도동 월대교의 CCTV는 먹통이 됐다.

월파를 감시하도록 설치해 놓은 CCTV 중 협재, 함덕, 김녕 해안의 CCTV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접속이 끊어졌다(Disconnected)는 메시지만 내보내고 있었다. 화면에는 오전중이었던 것으로 예상되는 바다풍경만 비쳐지고 있을 뿐이었다.

고장난 CCTV는 8일 현재까지 고쳐지지 않고있다.

접속이 끊긴 제주시 재난대책본부의 하천감시 CCTV. <헤드라인제주>
접속이 끊긴 제주시 재난대책본부의 월파감시 CCTV. <헤드라인제주>
형체가 보이지 않는 제주도 재난대책본부의 CCTV. <헤드라인제주>

제주특별자치도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따로 운영하는 월파감시용 CCTV도 사정은 비슷했다. 제주시 탑동과 인근 라마다호텔에 설치된 CCTV는 화면은 나오고 있었지만, 강한 비바람에 화면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재난 대비용으로 만들어놨지만 막상 태풍이 불자 '무용지물'이 되버린 셈이다.

하천의 범람 위험을 알리는 사이렌도 제때 가동되지 않았다는 하소연도 빗발쳤다.

태풍 무이파가 오기에 앞선 지난 1일 서귀포시 강정마을 강정천 인근에서 계절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오전 5시 40분께 밤새 내린 비로 불어난 하천의 급류에 휩쓸렸다.

하천이 넘칠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아 안심하고 있던 중 당한 봉변이다.

강정앞바다로 떠내려가던 김씨는 함께 휩쓸렸던 지인과 간신히 하천 기슭으로 빠져나왔지만,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충격에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가 봉변을 당하고 2시간쯤 지난 오전 7시 40분께 하천위험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으나 사고는 이미 벌어진 후였다.

# "다른 부서에 알아보세요" 책임 떠넘기기 여전

관련 기관들간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도 불안을 키웠다.

태풍의 기세가 가장 거셌던 7일 오후 12시께, 제주지방기상청은 하천의 범람 위험이 있으니 관련 내용을 알려달라는 공문을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공문을 받은 직후 제주도와 제주시의 재난대책본부에 관련 내용을 물으니 관련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재난본부측은 현재 CCTV로 하천을 감시하고 있지만 범람위험은 없다며 되려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었는지 되물어왔다.

그러면서 제주도 재난본부는 제주시에, 제주시 재난본부는 제주도에 물어볼 것을 권했고, 결국 제주지방기상청에 관련내용을 알아보라고 답해왔다.

계절음식점이 운영되고 있는 강정천. <헤드라인제주>
강정천 하천범람에 휩쓸려 망가진 평상.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해 '중심축'이 돼야할 재난대책본부의 역할이 다소 무색한 모습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8일 '제주시가 설치한 저류지가 집중호우 피해를 막았다'는 내용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7일 오후 급격히 불어난 하천에 범람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명시한 것이다.

가장 위험했던 시기에는 위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가 이후에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며 뒷북을 친 상황이다.

각 기관들간의 소통은 물론 시민들과의 소통창구 또한 먹통이었다.

삼양 해안가에서 계절음식점을 하는 고모씨는 앞으로 비가 얼마나 내리고, 태풍이 언제쯤이면 지나갈지 알아보기 위해 제주지방기상청에 전화를 했지만 1시간째 통화중 연결음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메시지만 들으며 분을 삭혀야 했다.

전체적인 기후상황을 알려주는 '131'번은 풍속이나 강수량 등의 정보만을 안내할뿐 고씨가 알고 싶었던 정보를 알려주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태풍의 피해상황이 정신없이 몰리다 보니 관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허점'을 보인 재난대책본부에 대해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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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책본부 2011-08-09 13:09:11 | 59.***.***.23
태풍 대응 잘했다고 하지만 이 글만 읽어봐도 제주도정이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를 잘 말해준다. 재난대책본부는 뭐하는 곳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