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잠수함에 천연기념물 문섬 훼손, 문화재청 알고도 방관했다
상태바
관광잠수함에 천연기념물 문섬 훼손, 문화재청 알고도 방관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암반 훼손 등 인지했지만 실효성 있는 제재 전무...사실상 방치
문화재청 "최선 다 했다"지만, 환경단체 "직무유기, 관리 손 놔" 
잠수함 운항 보고서 "문제없다"는데, 지형 훼손 등 내용 없어
승객수송선(대국25호)이 해상바지선에 접안한 관광잠수함으로 관광객을 인도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승객수송선(대국25호)이 해상바지선에 접안한 관광잠수함으로 관광객을 인도하고 있다. <사진=녹색연합>

천연기념물 제421호인 제주 서귀포시 문섬 일대 암반과 산호 군락이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관리 기관인 문화재청이 이러한 상황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실질적인 규제를 하지 않고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지난 8일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구역인 문섬 일대 수중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잠수함에 의한 훼손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이 현장지도와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고, 문화재 관리에 책임을 저버렸다고 힐난했다.

10일 <헤드라인제주> 취재 결과를 종합한 결과, 문화재청은 약 35년간 서귀포 문섬 일대서 관광잠수함을 운항한 ㄱ사에 의한 문섬 훼손 가능성을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여러 번의 규정.지침을 마련했지만, 결국 무용지물이었다. 잠수함은 직접적인 제재 한번 없이 최근까지 문섬의 암반, 산호 군락을 훼손하며 운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이에 대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황을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훼손 정도를 분석하기 위한 조사에도 나서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해명했으나, 환경단체는 문섬의 현재 상황을 보면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 실효성 없는 규제만...훼손 상황 인지했지만 조치 없어
 
ㄱ사는 지난 1988년 서귀포시 문섬 일대에서 아시아 최초로 잠수함관광을 시작했다. 이어 3년 후인 지난 2001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현상변경허가를 받았다. 

단, 전제 조건이 있었는데 '문섬 해저 생태계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 제출', '훼손된 암벽 보호 및 낚시꾼 제한방안 강구'가 그것이다. 문화재청은 잠수함 운항에 따른 문섬 일대 훼손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ㄱ사는 매해 연구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출해 왔으나, 문화재청은 다시 지난 2007년 ‘문섬 천연보호구역 내 잠수정 운항 규정’을 제정했다. 훼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고‘안전운항 지침’과 ‘연산호 보호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녹색연합이 발표한 문섬 일대 암반 및 산호군락 훼손 자료를 보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운항구역 전체에서 수중 암반이 잠수정과의 충돌로 긁히거나 무너지면서 지형 훼손이 크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섬 일대 조사 결과.<사진=녹색연합>
문섬 일대 조사 결과.<사진=녹색연합>
문섬 일대 조사 결과.<사진=녹색연합><br>
문섬 일대 조사 결과.<사진=녹색연합>

녹색연합은 "문화재청은 '운항 허가기간 연장' 심의 때 잠수함이 산호가 서식하는 암반에 부딪히지 않도록 할 것, 해양생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운항할 것 등을 수시로 주문했다"며 "하지만 실제 문화재 훼손이 광범위하게 지속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현장지도와 감독 등 기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이는 ㄱ사의 위법이며, 문화재청의 직무유기"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문섬이 훼손되지 않도록 잠수함 운행 장소를 3년마다 바꾸는 등 자연휴식제를 주문했다"면서 "문섬 훼손 최소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해명했다.

◇보고서 "잠수정 운항 영향 없다"지만...암반 훼손 등 내용 없어

'2021년 2월 서귀포 문섬 잠수함 운항구역의 해양저서군집 비교 모니터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잠수정 운항이 문섬 북쪽면 저서군집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보고서 대부분은 연산호 및 해조류의 '피도', '생태군집'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녹색연합은 문섬 일대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구역 전체에서 수중 암반의 훼손이 발생했고, 운항구역 내에서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해송, 긴가지해송 등 법정보호종 산호 9종도 위협 상황에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내용은 보고서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ㄱ사는 녹색연합 발표 이후, 해명자료를 냈으나 암반 및 산호초 파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간혹 문섬 인근바다의 강한 조류로 인해 암반에 긁힘이 발생하지만..."이라며 조사결과를 자인하기도 했다.

◇연산호 군락 관리 안일 여전..."집중 관리할 컨트롤 타워 필요"

취재진은 1년 2개월 전인 지난해 4월 5일 <황폐화 되어가는 해양군락지...천연기념물 제주 연산호 수난>을 보도한 바 있다.

국내 바다에 서식하는 약 170종의 산호 중 74%가 위치한 서귀포 연산호 군락의 훼손과 폐사가 심각한 상황인데, 문화재청, 해양수산부, 제주도세계유산본부 등 누구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대로인 것이다. 행정이 감시해야 할 일을 민간이 나서 조사하고 문제를 제기하니, 이제서야 대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녹색연합 발표 이후 정확한 피해실태 및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민.관 합동 현장조사에 나선다고 말했으나,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녹색연합이 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문섬 일대 잠수함 운항구역 조사 결과를 바료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녹색연합이 8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문섬 일대 잠수함 운항구역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녹색연합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서귀포 연산호 군락의 훼손이 갈수록 심각하다고 이야기해왔다"며 "그런데 담당 기관, 부서 누구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 지금도 여전하다. 집중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잠수함 운항에 따른 문섬의 훼손 사실이 밝혀져 다행히도 보다 체계적인 조사를 하게 됐는데, 일회성으로 보여주기 식으로 끝나선 안된다"며 "향후 문섬에서 나아가 서귀포 연산호 군락 전반에 대한 서식환경 조사 및 개선사업을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녹색연합이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두 차례 걸쳐 문섬 일대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구역 전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수중 암반이 지형 훼손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잠수함의 중간 기착지는 의도적으로 지형을 훼손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운항구역 내에서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 해송, 긴가지해송 등 법정보호종 산호 9종이 확인됐지만, 위협 상황에 방치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는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오는 7월까지 문섬 등에 대한 민간합동 현장조사를 통해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