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체계적 방안 수립할 것"...환경단체 "말만 해선 안돼"
[속보]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한 제주 천연기념물 문섬 일대 암반 및 산호 군락의 훼손이 환경단체의 연구조사로 알려진 가운데, 문섬뿐만 아니라 서귀포 남부 전반에 걸쳐 조성돼 있는 연산호 군락의 폐사도 현재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관리 당국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현재까지도 근본적인 원인 분석 및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헤드라인제주>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번 '관광잠수함 운항에 따른 문섬 일대 훼손' 연구를 진행한 녹색연합은, 약 2년 전 서귀포 연산호 군락의 폐사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최근 취재진이 입수한, '2021년 제주 연안 연산호군락 내 유해해양생물 제거 및 서식환경 개선사업 최종 보고서'에도 산호들의 대규모 훼손, 폐사가 확인됐다고 기술돼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과 제주도 등 관리 당국은 지난 2015년부터 연산호 군락 관리 방안 수립 및 모니터링 등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지금까지도 연산호 군락 폐사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거나, 체계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매번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활동에만 그쳐오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연산호 폐사 확인...녹색연합 "관리당국 뭐 했나"
92.64km2라는 광범위한 규모를 자랑하는 서귀포 남부 연안 연산호 군락에는 국내 바다에 서식하는 약 170종의 산호 중 74%가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해양생물의 25%가 서식하는데, 크고 작은 해양생물들의 삶의 터전이자 바다 생태의 아주 중요한 근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의 훼손, 특히 법정 보호종인 '해송'과 '긴가지해송'의 집단 폐사가 지난 2020년 5월 28일 녹색연합의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당시 녹색연합은 "제주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에서 법정 보호종 '해송'과 '긴가지해송'의 집단 폐사를 확인했다"며 "난대성 생물 지표종이라 할 수 있는 담홍말미잘이 해송에 기생하면서 집단 폐사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국내 최대 해송 서식지인 문섬 새끼섬 동쪽, 수심 20~30m 사이에서 확인한 해송 집단 폐사는 충격적"이라며 "해송의 뿌리, 줄기와 가지에 부착한 담홍말미잘은 점점 서식영역을 확장하고 있었고, 해송은 담홍말미잘의 기생으로 제대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앙상하게 말라죽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문화재청, 환경부, 해양수산부는 해송 등 법정 보호종 산호충류에 대한 개체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않았고, 관련 예산과 인력은 전무하다"고 힐난했다.
또 "법정 보호종 산호충류 관리를 위한 독립 기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심지어 문화재청, 환경부, 해양수산부는 멸종 위기 산호충류를 법정 보호종으로 중복 지정하면서도 현장 관리는 떠넘기기에 바빴다. 이번 해송 집단 폐사의 사례처럼, 관계 행정기관은 현장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후 문화재청은 반박자료를 내고 "문화재청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의 관리 방안 수립을 위해 2015년부터 4년간 해송 긴가지해송 등 산호류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모니터링 진행 중 해송과 긴가지해송의 폐사를 유발시키는 유해해양생물인 보키반타이끼 벌레의 대규모 서식이 확인돼, 2016년 제거 사업을 우선 수행했다"며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 내 유해 해양생물 관리, 해양쓰레기 관리, 장기 모니터링 계획, 활용 방안 등을 포함하는 관리 방안을 수립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발표한 '2021년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 내 유해 해양생물 제거 및 서식환경 개선 사업 최종 보고서'에는,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지 일대에 유해 해양생물이 산호충류, 해송 등 법정 보호종에 기생해 서식하는 것을 관찰했으며, 문화재 관리 구역 중 범섬, 문섬, 섶섬의 수심 25 ~ 35 m 구간에서 주 서식지를 확인했다"고 서술돼 있다.
특히 "범섬 북동, 북서쪽 수심 25 m 이상 구간에서 산호충류, 해송의 대규모 군락 훼손이 관찰됐다"고 기술돼 있다.
또 "유해해양생물인 담홍말미잘 및 보키반타이끼벌레, 넓적부리이끼벌레 등이 산호충류 및 해송 등의 가지에 기저부가 부착한 형태로 관찰됐으며, 가지에 부착한 담홍말미잘 및 보키반타이끼벌레 등이 산호충류 및 해송 등의 영양분 공급을 차단해 폐사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돼 있다.
문화재청은 오래전부터 연산호 군락 보존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지난해 자신들이 스스로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여전히 법정보호종 산호들의 폐사가 확인되고 있었다.
◇유해생물제거 등 땜질식 작업만 반복, 실질적인 보존대책 전무
'2021년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 내 유해 해양생물 제거 및 서식환경 개선사업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자문의견으로 "해양생태계 유해생물을 제거해도 다시 출현할 시,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먼저 밝힌 다음 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대상 해역 수질환경뿐만 아니라 이 유해생물들의 천적이 될 수 있는 무척추동물들과 어류의 개체군 변동, 그리고 유해생물들의 각 생활단계별 생존율을 결정하는 환경요인과 먹이생물에 관한 연구 조사도 병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리 당국은 매 조사 때마다 연산호 폐사를 확인했으면서도, 현재까지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거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특히, 순간의 문제만 해결하는 땜질식 작업만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지난해 7월 27일부터 약 90일 동안 잠수 인원 11명을 투입, 47ha 규모의 범섬, 문섬, 섶섬 연산호 군락에서 유해생물을 제거하고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어 보였는데, 연산호 군락 생태계의 전반적인 변화에 대한 연구자료, 유해생물 발생의 궁극적인 원인, 폐사한 산호 데이터, 구역별 변화 상황 등 기초적인 자료도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관리 면적에 비해, 11명의 인원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는데 과연 넓은 구역을 꼼꼼하게 정비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문화재청 "내년 보존관리 계획 수립"...녹색연합 "말만 해선 안돼"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러한 연산호 군락의 상황과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매년 잠수 인력을 투입해 연산호 군락 서식환경개선을 하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투입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봐, 내년부터 문화재보수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연산호군락지 보존관리계획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녹색연합 관계자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나, 기후변화로 해양생태계 전반의 상황이 달라졌다. 이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상황만 일시적으로 개선하는 활동에 그쳐선 안된다"며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만 끝나선 안된다"고 피력했다.<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