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강정 연산호 군락도 훼손 가속화...부유물 둥둥.개체수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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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강정 연산호 군락도 훼손 가속화...부유물 둥둥.개체수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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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정기조사 결과, 서식지 파괴 "심각한 수준"
"해군기지 공사.기후변화에 훼손...관리 당국, 정밀 조사해야"
ⓒ헤드라인제주
서귀포 강정바다 일대 연산호 군락에 대한 수중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강정친구들 다이버들. ⓒ헤드라인제주

관광잠수함 운항에 따른 천연기념물 서귀포 문섬 일대 암반 및 산호들의 훼손이 확인된 이후, 서귀포 남부 연안 연산호 군락 서식지 파괴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문섬과 송악산 연산호 군락을 연결하는 강정등대 및 서건도 일대 산호들의 폐사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오후 <헤드라인제주>는 지난 2014년부터 매해 강정바다 일대 연산호 군락 생태환경을 조사해온 '강정친구들'이, 지난해 3회에 걸쳐 실시한 '2021년 강정등대.서건도 연산호 군락 정기조사'의 보고서와 관련 영상 및 사진 자료 다수를 입수한 결과, 이같은 사실들을 확인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강정등대와 서건도 암반 곳곳에는 정체 모를 부유물이 심하게 쌓여 있어 서식지 파괴의 우려를 낳고 있었다. 또 드넓게 분포하고 있던 산호들은 매해 그 개체 수가 크게 줄어 군데군데 드물게 분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정친구들은 "해군기지 준공 이후, 관리 당국이 이 일대에 대한 정밀조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등대.서건도 연산호 군락, 부유물 쌓이고 개체 수 급감

강정친구들은 지난해 5월 23일, 9월 7일부터 9일, 12월 3일부터 4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서귀포 강정등대, 서건도 일대 연산호 군락 수중조사를 실시했다.

5월 달에는 강정등대 남단 수심 15m 지점 및 수중 동굴, 암초 2지점으로 불리는 제주 해군기지 30도 항로 주변 산호충류 서식 환경을 살펴봤다.

조사 결과, 이 일대 연산호 군락에는 정체 모를 부유물이 가득 쌓여 산호 서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 위기종 대다수도 종전과는 다르게 자취를 감추고, 드물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정등대 인근 연산호 군락은 문섬과 범섬, 산호정원과 송악산 해역 연산호 서식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지점인데, 이곳의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혜영 강정친구들 사무국장은 "지난 2007년 조사 30분 만에 9종의 멸종위기종이 발견됐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재는 분홍바다맨드라미만 드물게 분포하고 있었다"며 "특히 해군기지 30도 항로 주변 연산호 군락, 암반 에서 부유물이 두드러지게 관찰됐다"고 우려했다.

9월에는 서건도 및 신규 30도 항로, 범섬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곳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채롭던 산호류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대표적인 아열대성 산호인 거품돌산호의 출현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전반이 변화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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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친구들이 촬영한 강정등대 일대 연산호 군락. 암반 곳곳에 드넓게 분포하던 산호 개체수가 매해 감소하면서 황량한 느낌을 주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거품돌산호의 백화현상도 심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현상은 산호 속 공생 관계인 미세조류가 탈락하고 몸을 지탱하던 석회질만 남아 하얗게 변하는 현상으로, 수질 오염, 수온 상승, 해류의 변화, 해조류의 번식에 필요한 영양염류의 저하 등이 그 원인이다.

거품돌산화의 백화현상은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이곳 바다가 오염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12월 서건도 남단 100m 지점에서 실시된 마지막 조사에서도 산호 개체 수 감소, 부유물 증가 등의 현상이 관찰됐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등이 밀집해 있던 곳에는 그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어 들었고, 부유물도 심각하게 쌓여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군기지.기후변화가 근본 원인...하루빨리 정밀조사 나서야"

최혜영 강정친구들 사무국장은 강정 연산호 군락 생태계 파괴의 원인으로 강정해군기지 공사 또는 선박에 의한 수질오염과 기후변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관리 당국이 이 일대를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하루빨리 정밀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무국장은 "지난 2014년부터 강정바다에 들어가서 연산호 군락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매번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변화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 일대 연산호 폐사는 역시나 해군기지 준공과 선박 이동에 따른 오염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방파제에 의해 물의 흐름의 변화, 해군기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물질 등이 이러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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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친구들이 촬영한 서건도 일대 연산호 군락. 산호들의 폐사와 개체수 감소가 눈에 띈다. ⓒ헤드라인제주

또 "돌산호의 출현은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라며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철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사무국장은 "민간에서 넓은 구역을 구석구석 조사를 하기에는 여러모로 힘이 부치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강정바다에 대한 관심도 부쩍 줄어들고 있어 관리 당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재"라며 "한 번 망가진 연산호 군락은 자연적인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면 하루빨리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강정연안 연산호 군락 훼손, 최소 6년 전부터 확인됐다.

한편, 지난 2016년 성균관대 산업협력단은 연구용역을 위탁받아 서귀포 남부 연산호군락을 조사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강정등대, 기차바위, 범섬 등 3개의 지점 중 해군기지와 가장 인접한 강정등대 일대에 연산호 환경영향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50% 이상의 지표생물군에서 상대적인 감소가 발생했으며, 특히 최우점종인 분홍바다맨드라미의 상대적 감소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해조종인 감태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감소현상을 보이는 등 강정등대 연산호 군락지에서 지난 2009년 16종이던 출현종수가 2015년에는 10종으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9년 환경조사 용역업체인 (주)에코이엔비도 동일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강정등대 및 서건도 해역의 연산호 군락이 일부 소실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최소 6년 전부터 강정바다 연산호 군락의 훼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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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수중조사를 하고 있는 강정친구들 다이버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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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강정친구들이 촬영한 강정 연산호 군락 일대.ⓒ헤드라인제주

앞서 문화재청 관계자는 서귀포 남부 연산호 군락의 훼손 상황과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어,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해당 관계자는 "서귀포남부 연산호 군락 일대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봐, 내년부터 문화재보수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연산호군락지 보존관리계획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일대의 산호들의 훼손이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재청 등 관리 당국의 뒤늦은 조치와 그동안 보였던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결국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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