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의 오늘]<25> 5인실 병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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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25> 5인실 병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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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손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나도 겪어 봐서 알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친구라 누구보다도 손을 많이 쓰는데, 당분간 많이 불편하게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다쳤는지 궁금해 얼굴이나 볼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친구가 입원한 병원에 가는 사람이 있어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니 이제야 신축한 대학병원이라 그런지 일반 병원과는 달리 엄청나게 큰 건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 안에 들어섰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헤맨 끝에야 간호사님의 도움으로 친구의 병실을 찾을 수가 있었다.

#친구 병문안 첫날, "따분하고 심심할 정도로..."

5인실인 병실 안에는 이미 정형외과 환자들로 침대가 다 채워져 있었다. 친구는 초췌한 모습에 오른손에는 큼지막한 기브스를 하고서 침실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나를 보니 무척 반가워했다.

‘하긴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다가 손을 다쳐 움직일 수가 없으니 답답하겠지.’라는 생각에 안쓰러움이 밀려 왔다.

“어쩌다 너한테 제일 중요한 손을 다쳤냐?” 하고 묻자 “친분 있는 장애인 형이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고 전동휠체어로 장난하는 바람에 내 휠체어 링에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껴서 뒤틀리면서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어.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해서 이렇게 수술하고 입원했다.” 하는 이야기 속에 앞으로의 근심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급하게 오느라 아무 것도 못 사왔는데 어쩌냐?”

“됐어! 음료수나 먹을 건 지금도 많아. 병원에 있으니까 따분하고 심심해 죽겠다. 시간 되면 자주 와서 나랑 벗이나 하고 가라.”고 한다.

“오늘은 마침 여기 오는 사람이 있어 차를 얻어 타고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고 잠깐 너 얼굴 보려고 왔어. 내일 시간 내서 아침 일찍 오마. 내일 점심은 취소시켜라. 내가 와서 점심 사 줄테니.”하고 약속을 하고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술마신 당뇨병 환자, 막일 하다 다친 조선족 환자...'
다음 날 아침 일찍 서둘러 친구와 하루 벗해주려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입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갑자기 병실 안에서 큰소리가 들린다. 조심히 병실 안을 들여다보니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조심스레 친구의 침실 옆으로 다다가 앉아 상황을 지켜보니 어제 잠깐 들렀을 때 맨 가장자리 침대를 사용하는 환자분이었다. 상대는 그 환자를 담당하는 아주 젊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과 수간호사 복장을 한 간호사 선생님이다.

큰소리를 치고 있는 환자분은 이미 술을 마신 듯 취해 보였고, 자기가 누군지 아냐며 출근해서 아직 의사 가운을 채 입지도 않은 젊은 의사한테 무조건 퇴원하겠다며 자기 다리가 썩어 자르게 되면 칼 맞을 각오하라며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로 협박을 하고 있었다.

젊은 의사는 왜 병원 지시대로 따르지 않고 환자 마음대로 하다가 무작정 퇴원하냐며 반문 하자 급기야 의사 멱살을 잡고 주먹을 휘두르자 간호사님이 환자분을 잡고 난리가 아니었다. 내가 장애인만 아니었어도 어떻게 말려 보려 했는데 그렇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그렇게 소란이 끝나고 좀 조용해지자 친구가 나에게 조용히 자초지종 얘기해 주는데 소란의 주인공인 환자는 당뇨합병증으로 입원을 했는데, 틈만 나면 의사나 간호사 몰래 외출 나가 술을 먹고 들어오는가 하면 매일 담배에다 당뇨에 금기시되는 음식들을 거침없이 먹어대다 발가락이 썩어들어 자르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가게 되자 그렇게 소란을 피웠다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난 일이라 친구는 물론 다른 환자분들이나 보호자들까지 다들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그렇게 한차례 회오리 지나간 후, 간호사들이 병실을 돌며 주사와 약을 환자들에게 주러 왔는데 친구 차례가 와서 수술을 한 지 이틀 밖에 되질 않아 당분간 항생제와 소염제 등 여러 대의 주사를 한 번에 다 맞아야 했다.

주사를 맞으며 온갖 인상을 찌푸리며 아파하고 있는 친구에게 나는 엄살 부리지 말라며 한마디 하는데 주사를 맞는 친구의 팔이 자꾸 부어올라 주사를 빼고 다른 곳에 다시 넣고 빼고 다시 넣고를 반복하자 수간호사 선생님이 주사를 넣고 있는 간호사에게 무안할 정도로 꾸짖었다.

그래서 친구도 그렇게 인상을 찌푸렸던 것이다. 주사를 맞고 난 뒤 친구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수간호사 선생은 아직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간호사들이라 그렇다며 친구에게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다.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서로간의 의견 충돌도 있을 터. 친구의 침대 바로 옆의 환자는 조선족으로 임시 한국에 들어와 노동을 하다가 다친 환자도 보인다.

TV 리모컨을 한번 잡으면 다른 사람은 아랑곳 않고 자기 보고 싶은 것만 고집하고 있었다. 그러다 병실에서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간호하시는 할머니와 TV 프로그램 때문에 급기야 말싸움을 벌이신다. 내가 처음 봐도 그 조선족 환자가 너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참다 참다 조금은 깐깐해 보이는 어르신이 화가 나 한마디 한 것이다. 리모컨을 어르신께 빼앗긴 조선족 환자는 분에 못 이겼는지 자기 옆의 사물함을 주먹으로 두세 번 내리치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환자들은 어르신께 잘했다며 한마디씩 했다.

# 점심 식사 후 병실은 아수라장이 됐는데...

아침부터 소란의 연속이라 정신도 없고 해서 친구랑 바람도 쐴겸 병실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지하식당으로 가 점심을 먹으면서 “매일 이러냐?” 하고 묻자 “아니 오늘 유난히 이런다.” 하며 둘이 어이없어 웃음을 웃었다.

환자들이 많은 다인실에는 항상 다크호스가 있게 마련이다. 점심을 먹고 바람 좀 쐬다 들어와 보니 회진을 돌던 교수와 그 옆을 보좌하는 담당의와 레지던트, 수간호사 모두가 정색을 하고 난리가 아니다. 환자가 없어졌다며 화장실이며 여기저기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 보고도 그 환자 못 봤냐며 물었지만 우리도 밖에 있다 금방 들어온 터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조금 있다가 휠체어를 타고 태연하게 들어오는 바로 그 환자분이었다.

친구가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 보니 담배가 너무 피고 싶어 4층 휴게실에 갔다 왔다고 했다. 방금 교수님이 회진 왔다가 없어서 난리 났었다고 하니까 별일 아닌 듯 웃기만 하였다.

그것도 잠시, 바로 전문의와 수간호사 선생님이 창백한 얼굴로 찾아와 막 화를 내면서 다음에 이런 상황이 또 발생되면 강제 퇴원시키겠다고 했다. 친구가 말하기를 친구보다 나이가 많지만 병실에서 친구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분이라며 엉치 쪽의 고관절 수술을 한 분이었는데 90도로 일어나 앉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했다.

하루 친구와 벗해주러 간 병실에는 다른 병실과는 달리 유난히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져 정말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농담으로 “오늘 하루 있어 보니까 심심하지 않겠는데!” 하자 친구도 “왜 조용하던 병실이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이렇게 소란스러웠는지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마도 네가 와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하며 한바탕 웃었다.

친구의 상태도 수술이 잘 되었다고 하고 앞으로 며칠 후면 퇴원한다고 하니 빨리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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