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가꾸기' 산림청, 포클레인 투입에 곶자왈 희귀식물 다량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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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가꾸기' 산림청, 포클레인 투입에 곶자왈 희귀식물 다량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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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포클레인 작업으로 수목 통째로 꺾이는 피해"
"2017년엔 소나무재선충 방제작업과정 곶자왈 보호종 훼손"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산림청 산하 기관에서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주 생태계의 허파인 곶자왈 지역 내 희귀식물 등을 다량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산 29번지 일대 저지곶자왈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도 보존자원과 희귀식물 등이 크게 훼손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산림청 산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지난 8월 말부터 9월까지 저지곶자왈 연구시험림에서 덩굴제거 등의 숲가꾸기 사업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 포클레인을 투입해 작업하면서 산림 훼손이 크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가 지난 22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한 결과, 제주도 보존자원과 희귀식물 등의 보호종 및 서식지 훼손과 수십여 그루의 크고 작은 수목이  통째로 꺾이는 등의 피해가 확인됐다.

곶자왈 내부로 장비가 진입하는 과정에 바닥을 긁어내면서 하부의 식생이 사라졌는가 하면, 장비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식생의 크기에 상관없이 밟히고 찢기거나 꺾이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곳에서 자라던 섬오갈피나무와 백서향은 가지가 꺾여있거나 벗겨져 있었고, 새우난초는 바퀴에 일부가 잘려나가 있었다. 

이 단체는 "뿐만 아니라 서식공간이 노출된 생존위기에 놓인 밤일엽 등을 포크레인이 지나간 가장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작업 과정에 훼손된 섬오갈피나무, 백서향, 밤일엽은 산림청에서 희귀식물 중 위기종으로, 새우난초는 취약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종이다"고 설명했다. 

또 "더군다나 섬오갈피나무는 제주도 보존자원으로 지정된 종이기도 하다"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이들 보호종의 서식지이다"고 강조했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이 단체는 "꺾인 나무들은 곶자왈 곳곳에 더미로 모아져 갈색의 나무 무덤 모양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였다"면서 "하늘을 향해 찌르는 듯 여러 갈래로 찢겨진 나무는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듯이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무 무덤 속에 사라진 개체가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아 실제 이들 보호종의 피해를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측은 "기존의 작업로를 이용했고, 숲가꾸기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곶자왈사람들은 "연구소의 숲가꾸기 등의 사업에는 호종에 대한 고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번 곶자왈 곶자왈 훼손 과정에 피해가 발생한 섬오갈피나무와 백서향은 주로 곶자왈 지역에서 확인되는 보호종으로 햇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다"면서 "저지리 산 29번지 곶자왈은 이러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어 이들 보호종의 서식지로서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고 강조했다.

또 "밤일엽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확인되는 종이다"면서 "습도가 높은 그늘진 바위틈이나 함몰지에 잘 자라며, 곶자왈이 이러한 생태적 환경 조건을 잘 갖추어주고 있으며 저지리 곶자왈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는데, 일부 서식지가 작업 과정에 하늘을 덮고 있던 종가시나무 가지 등을 제거, 주변 환경이 노출되면서 생존위기에 놓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저지 곶자왈 훼손 현장. (사진=곶자왈사람들)

포클레인 투입으로 인한 곶자왈 지역 내 식생 훼손 사례는 지난 2017년에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는 "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지난 2017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을 하면서 곶자왈 지역 내에 장비를 투입하면서 곶자왈 및 보호종 훼손 논란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 이후에도 연구소의 곶자왈 내 숲가꾸기 등의 근본적 방식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에 훼손이 발생한 곶자왈 내부에는 장비가 지나갔던 작업로와 작업로 주변 군데군데 쌓여 부패돼가는 나무 더미들 위로 초본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속에서 그동안 연구소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과 숲가꾸기 사업 과정에 지속적으로 장비를 투입해왔던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숲 가꾸기 등을 추진할 경우 보호종을 고려해 포클레인 등의 장비 투입은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함께 이번에 식생 파괴 논란을 산 저지리 산 29번지 일대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 및 보전 노력을 할 것을 요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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