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플리마켓 3년만에 재개...유튜브로 공연실황 중계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여름 밤 열정과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헤드라인제주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 제주 거주 외국인들의 대축제인 '2022 제9회 세계人제주 외국인 커뮤니티 제전(The 2022 Jeju Expats Festival)'이 주말인 11일 저녁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축제에서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미국과 영국, 호주, 대만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이 직접 준비한 음악과 퍼포먼스 등 화려한 무대공연이 펼쳐쳤다.
이들은 재즈, 펑크, 인디락, 블루그래스를 비롯해 아이리시와 포크, 록 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통해 여름 밤의 추억을 선사함과 동시에, 코로나 치유 및 일상 회복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문MC 김지훈씨와 아그네 라띠니떼(영어) 사회로 진행된 무대 공연의 첫 순서는 제주도 로컬밴드인 '어쩌다밴드'가 포문을 열었다. 어쩌다밴드는 '난 아직 사랑을 몰라', '아니벌써' 등의 인디음악을 선보이며 화합의 무대를 장식했다.
◇ "제주도 생활, 저에게 아름다운 선물이고 인생의 선물"
식전행사 두번째 순서로, 서아프리카에서 온 전통 악기 연주자의 '아프리카 소울'을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도 마련됐다.
무대의 주인공은 부르키나파소 오로다라 출신의 아미두 발라니(Amidou Balani).
그는 역사를 악기와 노래의 형태로 전승하는 그리트(Griot)가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 가문은 아프리카에서 매우 고귀한 혈통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부터 제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번 제주 해변공연장에서는 젬베와 발라폰 연주로 특별공연을 선보였다.
그는 아프리카 전통 악기를 통한 음악을 선보인 후, "제주도 섬에서 생활하며 삶을 보내는 지금의 시간은 저에게 아름다운 선물이고, 인생의 선물이다"고 전했다.
오프닝 세러머니 시간을 가진 후 이어진 본 공연은 재즈와 펑크 장르를 연주하는 도남 브라스 밴드(Donam Brass Band)가 시작을 알렸다.
제주시의 지역명을 딴 '도남'이라는 팀명이 눈길을 끈다. 2018년 어느 겨울밤 제주시청 모 연습공간에서 연주하다 의기투합해 결성됐다고 한다.
6명의 뮤지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트럼펫, 피아노, 베이스, 드럼에 기반을 둔 클래식 재즈 콰르텟이라고 할 수 있다.
피아노 연주자 Han Kim은 뉴욕에서 재즈를 공부했고, 드럼의 Ronjey는 케냐에서 왔으며, 베이스는 기타리스트이지만 베이스 연주도 수준급이다. 영국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는 솔포파트에서 즉흥적 연주도 선보였다.
재즈의 특징이 그러하듯 이번 세계인제주 외국인 커뮤니티 무대에서는 짜여진 멜로디가 아닌 현장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화려한 무대를 펼쳐보였다.
이들은 제주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올레길과 해변을 잘 가꾸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현재 진행되는 개발에 대한 우려감을 표했다. 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집을 짓는 걸 멈추어 주었으면 좋겠다"며 "개발이 너무 빨리 이뤄지는 것 같다. 계획이 미비한 프로젝트들 때문에 (제주는) 점차 매력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제주도에서 공연무대, 기대되고 설레임 커"
다음으로 보스 학원(Boss Hagwon)팀이 무대에 올랐다. 이 팀은 미국과 영국 출신의 영어 교사들로 구성됐다. Jason은 뉴욕 출신이고 Rob은 요크셔 출신이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해 왔다고 한다. 코로나19로 함께 공연을 못 한 지가 2년이 넘었다는데, 이번 제주도에서의 공연이 더없이 기대되고 설레임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신디 스즈(Cindy Szu, 대만)의 무대가 펼쳐졌다.
신디 스즈는 한 때 펑크 록 밴드 Fuzzy Wall의 리드싱어였다고 한다. 그녀의 여동생이 결혼할 때 노래를 만들어주고 싶어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고.
2018년 제주에 와서 유치원 교사(퍼포먼스 교사)를 하고 있는 그녀는 코로나19로 연주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 공연에서 신곡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또 "(오늘 행사를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사람들의 에너지를 얻고 같이 즐길 수 있어서 신이 난다"고 덧붙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출신으로 구성된 파입 밤(Pipe Bomb)의 특별한 공연 무대도 마련됐다.
스티븐(Steven)은 대학에서 재즈 드럼을, 마틴(Martin)은 첼로와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한 전문 음악가이다.
2017년부터 제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서로 떨어져 연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주로 연주 동영상을 서로 보내주면서 호흡을 맞추곤 했다고 한다.
마틴은 "이번 축제에서 연주할 기회가 주어져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스티븐은 "전에 호주에 있을 때는 프리다이빙과 워터스키를 많이 했었는데, 제주에 온 후 산악자전거와 하이킹에 빠져 있다"고 소개했다.
◇ "제주도와 사랑에 빠져...저희 마음 속 영원히 특별한 곳 남을 것"
이어 솔로 무대를 준비한 다니(Dani, 미국)의 열정적 공연이 펼쳐졌다. 원래 전문 재즈 가수였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재즈에 기초를 둔 우쿨렐레 스타일 곡을 선보였다.
2019년 8월 제주에 왔고, 현재 국제학교에서 영문학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와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며 공연에 대한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제주도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저를 계속 환대해주시고, 제주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고, 음악에 대한 사랑을 제주도에서 나눌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데렉 졸리(Derek Joly)의 색소폰 연주 무대가 마련됐다. 그는 미국 코네티컷 출신으로, 20년 이상의 공연 경력이 있으며 클래식 음악을 폭넓게 공부한 색소폰 연주자이면서 재즈, 펑크 장르를 비롯해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 등 클랙식 악기도 다양하게 연주한다.
또한 음악 교육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제주에서 초등학교 음악 교실부터 드럼 군단과 마칭 밴드, 고등학교 콘서트 밴드, 재즈 밴드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저는 매우 활동적인 달리기 선수"라며 "다음주에 있을 제주국제관광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듀오 Pajo & Bro의 무대가 펼쳐졌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제주에 온 아일랜드 국적의 초등학교 교사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향 런던데리의 소소한 맛과 아일랜드의 민속음악을 선보였다.
그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전통을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제주도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지난 9개월 동안 저희는 이 섬과 사랑에 빠졌다"며 "제주도는 훌륭한 사람들과 멋진 풍경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저희가 이곳에 얼마나 오래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는 저희 마음 속에 영원히 특별한 곳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제주도에서 무대공연 기뻐...제주도를 푸르게~"
다음으로 데몬허크(DemonHawk)의 열정적 무대공연이 이어졌다.
멤버 중 드러머 브랜든 로페즈(Brandon Lopez), 피아노와 보컬에 프란시스 자라밀로(Francis Jaramillo)는 미국 국적으로 제주에서 교사로 재직중이다.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주찬미( Chanmi Joo)는 2018년부터 제주에 터를 잡은 이주민이다.
이 팀은 보통 즉흥 연주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라이브 공연을 주로 한다. 록, 포크, 컨트리, 재즈, 블루그래스, 블루스, 로큰롤, 사이키델릭의 요소들을 융합한 절충적인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한다.
이어 오렌지 선(Orange Sun) 밴드의 공연이 펼쳐졌다. 미국인 3명과 한국인 3명으로 구성된 밴드이다. 이들의 협업적 음악은 주로 제주도에서의 삶과 사랑을 표현한다. 제주에서 공연을 매우 좋아한다는 리더인 제이슨(Jason, 미국)은 이번 커뮤니티 축제에서 한정된 시간에 선보일 곡을 선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전했다.
2017년 제주에 내려와 영어교사로 활동하는 제이슨은 "제주도의 훌륭한 무대에서 공연을 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저희의 음악은 협업적이며, 제주도에서의 삶과 사랑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제주도를 푸르게 가꿉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행사 마무리 시간에서는 외국인 참가팀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화합의 무대를 연출했다.
◇ "외국인들이 직접 기획.준비한 총화의 결실, 의미 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제주에서 다양한 직업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거주 외국인들이 주체가 되어 오랜 시간 준비한 문화예술 공연 등을 통해 제주도민과의 소통, 커뮤니티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게 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문화향유의 기회가 제한되면서 활력을 잃은 도민들과 거주 외국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해 온 외국인 참가자를 대표하는 알렉시스 조이(미국)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공연으로 유튜브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야 했지만, 올해는 현장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게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해 동안 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함께 만나고 어울릴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협업해 왔다"면서 "그래서 외국인 커뮤니티 제전은 항상 기대가 되는 축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부대 행사장에 외국인 플리마켓도 준비되어 있어 더욱 풍성해졌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축제 준비위원장인 원성심 헤드라인제주 편집이사는 "9회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는 제주도 거주 외국인들의 대표적 축제"라며 "무엇보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총화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축제를 통해 문화예술을 통해 제주도민들과 큰 틀에서 연대하고 ‘제주人’이라는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있다"면서 "아울러 제주와 소중한 인연을 맺은 외국인들이 제주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해 나가고, 세계 속에 제주를 홍보해 나가는 파급효과를 기대해 맞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행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관중석은 자유스럽게 개방된 가운데 진행됐다. 부분적 대면행사로 열린 것은 2년만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에는 일시 중단됐고, 지난해에는 비대면(무관중)으로 개최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외국인 플리마켓이 3년만에 다시 열렸다. 아울러 컬러링 프로젝트 등 부대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축제의 공연실황은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유튜브(#헤드라인제주)를 통해서도 송출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