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우대 아닌 '평등' 원해...'일상'의 변화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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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우대 아닌 '평등' 원해...'일상'의 변화 위해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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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범 제주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장 '장한장애인대상' 수상
전국 최초 장애인패션쇼 개최 등 공로..."차별없는 세상 위해 힘쓸 것"
ⓒ헤드라인제주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20일 오전 11시 제주시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장한장애인대상을 수상한 오형범(64)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장이 <헤드라인제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패션쇼, 공연, 창업...비장애인에게 당연한 것들이 장애인에게는 특별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장애인도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끝까지 낼 것이고, 그것을 보여줄 것이고, 실제로 보여주라고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42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20일 오전 11시 제주시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장한장애인대상을 수상한 오형범(64)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장은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비장했다. 그는 <헤드라인제주>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영광스러운 상을 수상해 감사하다"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 지회장은 1980년부터 35년 간 제주시청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동시에 제주지체장애인협회 간사를 20년 동안 역임하며 장애인의 복지 개선과 권리실현을 위해 활동했다. 2016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고, 2020년도부터 현재까지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년이란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했는데, 여성 장애인 자립 지원사업,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협업 공연 등이 대표적이다.

그가 첫 번째로 신경 썼던 주체는 장애인 내에서도 '여성 장애인'이다. 그들은 장애인 내에서도 더 고된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워야 했는데, 이들이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북돋을 수 있도록 퀼트, 서예, 천아트, 뷰티자격증, 천연염색, 천연화장품 교실 등 수업을 개설하고 자격증반을 운영했다.

오 지회장은 "장애인들에게 구직은, 특히 여성장애인들에게는 막연하고 막막한 일"이라면서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이 필요하다.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 단순 취미 클래스가 아닌, 구직과 연결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관심 갖고 있는 사업들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앞으로는 사업을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
오형범 제주지체장애인협회 제주시지회장이 상을 수상한 후 지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2월달에 개최된, 전국 최초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패션쇼 '한라에서 백두까지'는 오 지회장이 가장 신경 썼던, 그만큼이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사업이다.

오 지회장은 "이 패션쇼가 단순히 참신한 기획만으로 주목받았던 사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져 온 요즘의 트랜디한 문화, 행사들을, 장애인은 그동안 누리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막상 해보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장애인이 못할 거라 여겨져 왔던 것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거 아닐까"라며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사업들을 더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오는 9월에도 2차 패션쇼가 열린다. 제주 고유의 천연염색 기법을 활용한 패션쇼로, 그 규모가 한층 더 커지고 다채로워졌는데, 오 지회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제주의 아름다움, 제주다움을 장애인이 직접 알린다는 가치도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에는 힙합쇼 같은 장애인들이 시도해 보지 않았던 공연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연히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피력했다.

오 지회장은 행정 차원의 지원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들을 위한 거대한 행정 차원에서의 지원은 많이 좋아졌고,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도, 시, 읍면동 지역사회로 내려오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행정은 장애인 지원차량을 지원했다고 홍보하는데, 최소 한 시간은 기다려야 옵니다. 또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장애인복지법 등이 마련됐지만, 장애인이 창업이나 경제활동을 하려고 하면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실적만을 요구합니다. 기관들에 도움을 구해도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요. 제도나, 시스템은 개선됐다고 하지만...장애인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고민하는 것을 살펴봐야 합니다."

오 지회장은 장애인들의 진정한 권리실현을 위해 수많은 사업과 활동들을 펼쳐왔지만,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더 산적해 있다고 했다.

제도적인 개선뿐만 아니라 내밀한 일상에서의 변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엄밀하게 그들을 통제하는 사회적 관습과 편견을 이겨내야 하는 일은 여러모로 힘이 부친다. 그럼에도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면 자신이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이렇게 큰 상을 받는다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차별 없는 세상, 우대가 아닌 '평등'을 위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노력해야죠."<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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