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앞두고 '날벼락'..."내가 왜 '자격정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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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앞두고 '날벼락'..."내가 왜 '자격정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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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시는 왜 우성아파트 김춘열씨에 행정처분 하려할까?
"법원도 무죄를 내렸는데 행정처분이라니 어처구니 없다"

제주지역 노동단체들의 제주도청 앞 노숙투쟁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가장 크게 다가온 제주시 우성아파트 문제.

해고 지회장 복직과 불법비리행위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조사 등으로 문제가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우성아파트 입주자 대표자회의는 최근 서울지방법원 소송에서 승소한 김춘열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장에 대해 다음달 1일자로 복직시키기로 결정했다. 감사위원회도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청 앞에서 장기간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춘열씨.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는 의무관리대상인 공동주택 51개소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까지만 보면 조금씩 문제해결의 실타래가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제주시는 김 지회장이 주택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저질렀다며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잘 풀려가던 이 문제는 또다시 새로운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제주시는 왜 그에게 행정처분을 내리려는 것일까.

# "내가 입주자들에게 재산피해 입혔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제주시는 지난 8일자로 김 지회장에게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예고한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적시된 사유를 보면 이렇다.

아파트 관리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을 거쳐 집행해야 하나 김 지회장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집행해 입주자들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김춘열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장이 제주시로부터 받은 공문. <헤드라인제주>
이에 대해 김 지회장은 어처구니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신이 입주자들에게 재산피해를 입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화가 잔뜩 나 있다.

그는 "내가 지금 노동조합과 함께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현재의 관리자들로 인해 입주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에서 내가 오히려 입주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당시 장기수선충당금 등 모든 결제는 우성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에게는 집행권이 전혀 없었다"는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내가 집행을 잘못해 피해를 줬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법원에서도 자신에게 집행권이 없었던 것을 인정했고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 "4월 1일 복직인데...이게 무슨 날벼락?"

김병립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이번 제주시의 행정처분 예고는 4월1일자로 우성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복직될 예정인 상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그의 걱정은 크다.

제주시가 문제로 지적한 내용은 2009년 당시 민원으로 제기됐던 부분이나 김 지회장이 해고를 당하면서 2009년 11월 2일부로 종결처리된 부분이다.

당시 제주시는 김 지회장의 해고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해 제주시는 관여할 수 없으며, 민사소송 등을 통해 해결하라는 공문을 김 지회장에게 보낸 바 있다.

김 지회장은 "복직을 바로 눈앞에 두고 예전의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내 이렇게 공문으로 보내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다"면서 "당시 이미 종결처리를 내린 사항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솔직히 복직이 결정되고 얼마되지 않아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게 됐다"면서 "마치 나를 복직시키지 않기 위해 누군가가 음해하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주장했다.

# 김병립 시장 "공문이 잘못됐다고?...폐기는 못한다"

제주시가 보낸 공문에 대해 억울함을 느낀 김 지회장은 곧바로 제주시청으로 김병립 시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18일 오후 6시 제주시청 2층 회의실에서 김병립 제주시장과 면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면담에서는 김 지회장과 김 시장의 주장은 서로 제각각 주장으로 좀처럼 의견이 좁혀들지 못했다.

김춘열 지회장을 비롯한 제주지역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6시 김병립 제주시장을 면담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춘열 지회장을 비롯한 제주지역 노동조합 관계자들. <헤드라인제주>
김 지회장은 공문에 명시된 부분은 이미 법원 등을 통해 문제가 없음이 입증된 부분이며, 복직이 결정된 상황에서 이같은 공문으로 인해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공문의 폐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김병립 시장은 "공문이라는 것은 폐기시킬 수 없는 것"이라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아보고 수정을 거친 후 공문을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김 시장이 이러한 입장에 김 지회장을 비롯한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정을 한 공문이 다시 나온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부분을 시에서 확인해주지 않는다면 잘못된 공문으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폐기가 힘들다면 앞서 나온 공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히 명시해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김 시장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고 결국 1시간이 넘은 격론 끝에 김 시장은 "우리의 잘못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책임을 지겠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분삼키지 못한 김춘열씨 '울컥'..."어떻게 이런 일이"

결국 이날 면담은 제주시의 재조사를 통해 수정된 공문을 발송하겠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수정된 공문의 발송여부도 '재조사'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김춘열 제주지역일반노조 우성아파트 지회장. <헤드라인제주>
면담이 끝난 후 김 지회장은 분을 삼키지 못했다. 

"제주시에서도 잘못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끝까지 그 부분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그를 울컥하게 했다. 

"제주시에서 일주일 내로 수정된 공문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수정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이번에 수정된 공문에서도 문구를 이용해 장난을 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상당부분 타결돼 이제 복직하는 일만 남은 줄로 알았던 우성아파트 문제.

110일이 넘도록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과 노숙투쟁을 벌여온 그의 투쟁의 성과는 과연 찾을 수 있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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