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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 아들, 어엿한 직장인으로"...'장한아버지' 상 받은 그는?

[사는이야기] 제37회 장애인의날, 장한어버이상 수상자 한경욱씨
4살 아들 사고로 뇌병변 장애, "아픔딛고...이젠 직장인에요"

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7.04.20 13: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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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7회 장애인의날 장한어버이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경욱씨. ⓒ헤드라인제주

하늘이 노랗고 눈 앞이 캄캄했던 그 날, 네 살배기 아들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당시의 고통은 쉬이 형용할 수 없는 아픈 기억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강했다. 아니,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할 아들을 생각하면 몇 십번이고 울음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제37회 장애인의날인 20일 '장한어버이상'을 수상한 한경욱씨(51). 그의 헌신에 아들은 현재 학교도 무사히 졸업하고 어엿한 2년차 직장인으로 자리잡아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씨는 장애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장애자녀를 자존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가족에 대한 사회인식개선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이날 장한어버이상을 수상하게 됐다.

"저보다 더 열심히 자녀를 키우시는 분도 많은데 제가 받게 돼 쑥스럽다"며 멋쩍은 웃음을 띈 한씨. 그는 아들과 같은 어려움에 놓인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유치원에 가던 누나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고, 뇌병변 3급 판정을 받게 됐다.

잘 자라던 아들이 하루 아침에 장애인이 됐다는 현실을 한씨 부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뿐. 아버지로서 그는 강해져야만 했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물리치료나 언어치료 등 각종 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 저곳을 찾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주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특수학급이 있는 곳으로 학교를 옮겼다.

한씨의 보살핌과 노력으로 정서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던 아들은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졌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지금은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장애를 입으면서 인연이 닿게 된 장애인부모회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꼈고, 이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한씨는 "기본적으로 특수학급이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장애인지원법보다도 못한 상황"이라며 "3명이나 4명정도의 아이를 한 반으로 해서 두개나 세개 반을 만들어 교육해야 하는데, 한반에 10명정도의 아이들을 교육하다보니 선생님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교육시설이 별로 없었다"면서 "아이가 어릴때 집중교육을 받아야 나중에 커서도 그나마 나아지는데, 언어치료를 받으려고 해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 힘들었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장애인부모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장애아이를 키워본 선배 부모의 조언도 들어보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부모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씨와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주 5일제 수업 제도가 시행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주 5일제 수업이 시작되면서 주말에 아들을 보낼 곳이 없어지게 된 것. 누군가에게는 삶의 질을 지켜줄 큰 혜택이었기에, 어디에서도 쉽게 하소연할 수 없었다.

주말에도 일을 나가기 때문에 장애 아들을 홀로 둘 수 없었던 한씨. 결국 장애인부모회 활동을 하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 주말학교를 시작했다.

한씨는 "주 5일제 수업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었는데, 장애인 주말학교에 이어 지금은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고, 방학이나 주말.계절학교도 생기며 점차 좋아지고 있다"면서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제기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 한경욱씨가 제37회 장애인의날 기념식에서 원희룡 지사로부터 장한어버이상을 받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자 이제는 자립이라는 고개를 만났다. 다행히도 한씨의 아들은 일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있었고,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취업을 알선해 준 덕분에 현재도 충실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한씨는 자신의 아들이 직장을 구하고 잘 적응해 생활하고 있지만, 장애인부모회 등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 다닐때까지는 제도권내에 있어서 괜찮다"면서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해서 자립할 수 있는걸 가져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친구도 일할 곳이 흔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들이 아무래도 비장애인보다는 활동이 어렵다고 해도, 못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일할수 있으면서도 구하지 못해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씨는 "장애인 아이들이 비장애인들보다 적응하는 기간이 긴 편인데, (아이들이)나름데로 열심히 한다고 해도 능률적이지 않다 해서 이직률도 많은 편"이라며 "직장에서 어울리려면 회사에서 사람들과 어울려야 그런데 나름데로 회사 스트레스 있다보니 그것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을 많이 고용하는 곳에서는 그나마 적응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가능한데, 일반 업체에서는 힘들다"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장애인 의무고용율을 아직 지키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기다려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씨는 "제주도 장애인 인구를 놓고 보면 한 집안에 친청 중 누구 한명 정도는 크던 작던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다. 같이 손잡고 갈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이 혼자 생활하는게 아닌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그렇다면 아이들이 해낼 수 있는게 많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장애인 아이들에 대한 교육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장애인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모자라다"면서 "부모가 교육할 수 있는 것과 선생님이 학교에서 교육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이 받아들이는게 다른 만큼, 특수학급 등 장애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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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빈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