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비쯤이야~" 새로운 추억 새긴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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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비쯤이야~" 새로운 추억 새긴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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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제주-제주도공무원노조, 장애인 함께하는 '열 사람의 한 걸음'
옛추억 부른 케이팝전시관...피자만들기 삼매경...매 시간마다 '함박웃음'

함께 걸은 추억의 무게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도 켜켜이 쌓여갔다. 다소 낯설 수 있던 '새얼굴'들도 넉살 좋은 웃음에 금세 마음문을 열었다.

예상치 못했던 궂은 날씨에도 웃음꽃은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가릴 것 없이 "이 정도 비 쯤이야~"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서로에게 힘을 실었다.

5일 인터넷신문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고재완)이 주최하고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부형종) 공동주관으로 마련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행사는 굵은 빗방울도 식히지 못한 온기가 가득했다.

매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진행되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은 이동권의 제약을 받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서는 어떠한 불편요소가 있는지를 찾아보고, 그 개선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헤드라인제주와 공무원노조, 지체장애인협회가 발걸음을 같이 한 해도 어느덧 5년째. 출발 직전 제주시 한라체육관 앞 공터에 모인 동행팀은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이사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저마다 의미를 갖고 '아름다운 동행'에 동참하면서 더욱 소중한 발걸음이 됐다"며 "오늘 동행하는 공직자분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불편한 사항 등을 물으며 함께 걷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재완 제주도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한 지 벌써 5년째"라며 "5년째 되다 보니 익숙한 얼굴도 있고, 이제는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좋다. 이 행사를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오히려 우리가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형종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은 "해마다 협회 회원들을 모시고 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는 봉사자들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면서, "참여하는 회원들께서도 오늘 좋은 구경하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동행팀의 발걸음을 격려하기 위해 참여한 권영수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항상 언제든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두가 스스로를 잠재적인 장애자라고 생각하고,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출발에 앞서 제주도공무원노조는 해마다 전세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직접 봉사에 나서는 사단법인 전세버스운전자협의회 강정필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제주도공무원노조와 헤드라인제주가 공동주최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행사에서 고재완 위원장(오른쪽)이 강정필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권영수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부형종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 <헤드라인제주>

◇ 타고난 친화력 발휘 버스안 '함박웃음'...눈길 사로잡은 케이팝전시관

이번 행사에는 유독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더 많은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차례 참여했던 참가자들 보다 아직 한번도 참여해보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을 중심으로 해  참여의 기회를 넓히면서다.

첫 만남이라 다소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동행팀은 이내 '타고난 친화력'을 발휘했다.

40여분 남짓 한 이동 시간부터 지루할 겨를이 없었다. 동행팀 내부에서 어느덧 '입담꾼'들로 공인된 강문용 공무원노조 사무총장과 한제택 전 수석부위원장이 각각 1호차와 2호차에서 레크레이션을 펼쳤다.

좌중을 쥐락펴락하는 재치 넘치는 진행과 더불어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노래자랑'으로 연신 웃음이 터져나왔다.

첫 행선지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위치한 테마파크 '플레이케이팝'. 단순 관람에서 벗어나 관객이 4차원 세계로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신개념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목적지에 도착해 가장 먼저 동행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K-POP 아이돌 스타들의 '라이브 홀로 콘서트'였다. 실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 풍성한 사운드와 다채로운 패턴의 홀로그램 공연은 단연 압권이었다.

화면상에 나오는 'G-드래곤'이 누구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던 일부 나이 지긋한 참가자들은 2층 전시관 초입부에 걸려있는 이미자, 남진, 조용필, 혜은이 등의 사진을 보자 환한 미소를 띄었다.

옛 레코드판이 벽면 가득 걸려있는 부스에 들어서서는 옛 추억에 잠겨 자리를 쉬이 뜨지 못했다. 옆에 멀뚱히 서있던 나어린 동행자에게 "여기서 아는 가수가 몇이나 되느냐", "옛날 노래도 참 듣기 좋았다"고 추억을 풀어놓기도 했다.

아들 둘과 함께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한 고이순씨(지체 3급)는 "이런 공연은 TV 화면으로만 봤지, 이런 공간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면서, "처음 갔던 곳이라 생소한 감이 없잖았는데, 나이에는 안 맞지만(웃음) 괜히 기분이 들뜨더라"며 웃어 보였다.

마찬가지로 행사 첫 참가자인 이영림씨(지체 1급)는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옛 노래부터 시작해 아이돌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특히 최신 가수들 뿐만 아니라 예전에 나왔던 가수들의 사진을 보면서 옛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높은 만족감 속에서도 아쉬움의 얘기도 있었다.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해 관람동선이 대부분 서 있어야 하는 것으로 꾸며져 중증장애인들에게는 힘에 부쳤던 측면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시설이 다소 협소한 점도 아쉬움으로 평가됐다.

'플레이케이팝'에서의 아름다운 동행. <헤드라인제주>
'플레이케이팝'에서의 아름다운 동행. <헤드라인제주>
'플레이케이팝'에서의 아름다운 동행. <헤드라인제주>
'플레이케이팝'에서의 아름다운 동행. <헤드라인제주>

◇ 보리피자 만들기 삼매경..."배 부른 여행이에요"

중문단지 내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한 동행팀의 다음 행선지는 '낙천아홉굿마을' 농촌체험교육농장이었다.

오전 중 구름이 드리우며 심상치 않았던 하늘은 이 때부터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던 비는 이내 무시하기 힘들 정도의 빗방울을 뿌려댔다.

결국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을 만끽하지 못했지만, 비로 인해 서로에 대한 마음을 더욱 굳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몇몇은 빗속을 뚫고 우산을 찾으러 분주하게 움직였고, 몇몇은 손바닥으로나마 급히 휠체어 앞에 쏟아지는 비를 가렸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은 "이 정도 비 쯤은 괜찮다"며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바삐 움직이는 비장애인들에게 "그러다 넘어질 수 있다"고 도리어 걱정해줬다.

특히 김용수 공무원노조 조직본부장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장애인 참가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기 전에 능숙하게 먼저 움직이는 모습이 단연 돋보였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턱이 높은 버스에서 내릴 때 누구보다 먼저 등을 내줬고, 안전하게 장애인들의 이동을 도왔다.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의 자세를 재차 고정해주는 세심함까지 갖췄다.

알고보니 그는 적십자사제주도지사협의회 중부지구협의회 회장으로 15년째 매주 경로당 및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마사지, 스포츠테이핑, 뜸, 부황, 수지침 까지 익힌 베테랑이었다.

그는 "장애인들을 도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밀착'이다. 처음 봉사를 하시는 분들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들과 충분히 몸을 밀착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사고 위험이 있다"며 "이번은 처음 행사에 참여하는 장애인 참가자들이 많아 더욱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공무원의 신분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퇴직한 후에도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며 "그때도 초청만 해주신다면 무조건 달려가겠다"고 호언했다.

보리피자 만들기 체험 직전 가진 소통의 시간도 풍성하게 이뤄졌다. 강문용 사무총장의 주도로 각자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레크레이션으로 짧은 여흥을 갖기도 했다.

공직자들은 공직에서 각자 맡고 있는 업무를 설명하며 적극적인 도움을 약속했고, 장애인들도 "너무 즐거운 발걸음을 하고 있다"며 화답했다.

곧이어 진행된 피자만들기 체험도 인기만점이었다. 특히 어린이들과 함께 한 가족단위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한경면에서 직접 생산된 보리를 활용해 만든 피자 도우 위에 역시 지역에서 생산된 파프리카 등이 얹어졌고, 치즈토핑과 토마소소스까지 얹자 유명 브랜드 피자 못지 않는 근사한 피자가 만들어졌다. 함께 곁들여진 식혜와의 궁합도 단연 일품이었다.

송호진씨(뇌병변 1급)는 "이번 동행은 배 부른 여행이었다. 아침에 버스를 탈 때부터 햄버거와 오매기떡, 과자 등 여러가지 간식거리가 나오더니, 점심도 배 부르게 먹고, 오후에는 보리피자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직접 만든 피자를 먹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낙천아홉굿마을의 명소인 '의자마을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행사.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5 아름다운 동행 가을 현장탐방' . <헤드라인제주>

◇ "협력하며 준비해 온 마음가짐, 마음 속에 와닿네요"

7년전 장애를 얻고 지난해 10월께야 퇴원해 제대로 된 나들이를 가본 적이 없었다는 김성헌씨(뇌병변 3급)는 오늘 행사가 더욱 뜻 깊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비가 약간 오는 듯 했지만 오히려 햇빛이 강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나들이 하기에 최고의 날씨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성헌씨는 이동시간 중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인 공무원노조의 진행과 퀴즈가 인상깊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올해 3월 제주이주민이 되며 이번 동행행사가 처음이었던 차정훈씨(지체 4급). 부인 유성민씨(지체 3급)를 비롯해 딸 하나, 아들 둘을 데리고 와 다복한 가정의 면모를 뽐냈다.

정훈씨는 "동행 행사가 장애인분들과 함께 하는 일인데, 솔직히 이런 기회가 굉장히 없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뜻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행사에 참여하기만 하면 되지만, 그 뒤에는 이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마 한 달이나 그 이상의 시간을 협력하며 준비해 온 자원봉사자들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준다는 것, 그 관심과 애정이 너무 마음 속에 와 닿았던 오늘이었다"고 전했다.

이영림씨(지체 1급)는 "그동안 행사에 참여하자는 권유는 많이 받았는데 조금 부담되고 꺼려졌던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면서 "이동할 때 휠체어가 필요한 저로서는 버스에 오르고 내릴 때 자원봉사자들에게 미안하기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나 "막상 와 보니까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도 있고 기분이 참 좋았다"며 "플레이케이팝부터 낙천아홉굿마을까지 입도 즐겁고, 귀도 즐겁고, 마음까지 즐거웠던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동행팀은 제주농협 제주도청지점(지점장 한재현)에서 준비한 롤케이크 등의 선물을 한 아름씩 안았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 동행팀은 내년 봄 다시 함께하게 될 발걸음을 기대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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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2015-09-08 16:48:51 | 182.***.***.131
즐거운 동행이었습니다.
앞으로 더많은 장애인들과 동행에 동참하여 행복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동행을 위해 애쓰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성호 2015-09-07 10:24:55 | 182.***.***.131
정말 즐거운 하루
k-팜이라고 말로만 듣다가 체험을 하니 정말 즐거웠고 피자를 만드는 체험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헤드라인제주 관계자님과 제주도청노동조합 관계자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김용수 2015-09-07 08:15:13 | 211.***.***.28
하루가 보람있는 하루였습니다. 봉사하는 제가 마니 배웠다고 생각하느게 삶이 바로이런거구나..! 참여한 여러분 고생마니마니 하셨습니다.

가을동행 2015-09-06 10:19:13 | 119.***.***.227
누군가와 동행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오 외롭지 않은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한다는 것은 풍요를 누리기 위함이 아니라 부족함을 채울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습니다

동행 2015-09-06 10:12:47 | 110.***.***.232
보기 좋습니다
따뜻한 마음 가진 분들의 정이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