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은 4.3토론회...상생 방안이 고작 '새마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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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은 4.3토론회...상생 방안이 고작 '새마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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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제주도당 주최 '4.3대토론회'...유족들 원성 산 이유?
4.3 온데간데없는 발제, 경제성장 강조에 "정부 홍보냐" 힐난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을 20여일 앞두고 화해와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주4.3 도민 대토론회'가 다소 생뚱맞은 발표 내용으로 인해 찬물이 끼얹어졌다.

토론회의 전체적 흐름을 이끌어 가야 할 주제발표에는 제주4.3에 대한 내용이 온데간데없이 '새마을운동', '경제성장'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4.3 유족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제주도지부는 12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제주 4.3 도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12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제주 4.3 도민 대토론회'.<헤드라인제주>

이날 토론회에는 박정하 정무부지사와 구성지 제주도의회의장, 정종학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정문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현창하 제주도재향경우회장, 양조훈 제주4.3평화교육위원장 등 4.3관련 단체 주요 인사 50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토론회는 한 시간에 걸친 주요 인사들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최홍재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단장의 '지금은 국민대통합시대!'와 양조훈 제주4.3평화교육위원장의 '4.3 대통합을 위한 제안' 주제발표, 유철인 제주대 교수, 이성찬 제주4.3희생자유족회 고문, 김대옥 제주도재향경우회 서부지부 부회장, 한석지 제주대 교수, 김계춘 제주매일 주필이 배석된 토론회 순으로 진행됐다.

◆ "제주4.3을 위한 화해.상생 방안이 고작 '새마을운동'?"

토론회는 최홍재 국민대통합위 기획단장의 '지금은 국민대통합시대!'라는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그러나 최 단장의 일장연설은 토론회를 찾은 4.3유족 등 제주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국은 작지만 큰 나라"라며 발언으로 입을 뗀 최 단장은 "세계역사에 빛나는 대한민국은 경제규모 15위, 무역 8위, 내수시장 5천만명, 1인당 GNP 2만불 이상을 이뤄냈다"며, "건국 65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 다원화, 통합사회를 논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단장은 최근의 갈등상황이 국민들의 불신에서 빚어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갈등상황의 예로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 이미지를 띄우는 등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발표를 진행했다.

끝으로 그는 '잘 살아보자!'라는 슬로건 아래의 산업화 압축 달성, UN새천년개발목표 모델로 검토되고 있는 새마을운동 등을 대통합 사례로 꼽으며 제주4.3을 위한 화해.상생방안에 대한 제언을 마쳤다.

토론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은 "아카데미 생활지도자 연수 발표에 어울린다"며 분을 터트렸다.

송 부회장은 "대통령 직속 대통합위원회 단장이 4.3을 화해와 상생, 대통합을 위해 어떤 말을 할 지 기대했는데 정말 실망스러웠다"며, "여기 오신 도민들은 한결같이 어떻게 하면 4.3에 대한 대통합을 이룰까 하는 기대감 속에서 왔습니다만 자료책에도 4.3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나 최 단장은 이미 토론회장을 떠난 후였다. 이에 송 부회장은 최 단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하고, 관련 답변을 서면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토론회 말미에는 좌장인 유철인 제주대 교수도 "정부 홍보물 같았다. (4.3문제를)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안 나와 있어서 아쉬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2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제주 4.3 도민 대토론회'.<헤드라인제주>

◆ 60년 4.3역사 되짚기 '하세월'...화해와 상생은 언제?

이어서 본 토론회도 진행됐지만, 보다 진일보한 4.3의 화해.상생방안을 모색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60여년 간의 4.3 역사를 되짚는 '설명'이 대부분이었던 데다, 일부 논객은 "특정 정부에서 이뤄진 4.3진상보고서는 절대적 진실이 아니"라고 발언하는 등 이념논쟁을 부추길만한 발언을 꺼냈다.

이성찬 제주4.3희생자유족회 고문은 "유족 1세대는 모두 일흔을 넘어선 고령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4.3을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며, "대통령 참석만이 남아있는 4.3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석지 제주대 교수는 "특정 정권에서 이뤄진 4.3보고서를 절대적 진실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화해와 상생에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며, "(4.3해결을 위해서는) 정반합의 과정이 필요하며, 우리는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모든 분제를 분별하는 능력을 갖춘 시민이 돼야 한다"고 발언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김계춘 제주매일 주필은 "4.3이 오늘까지 오는 데에는 도민 모두의 힘이 다한 결과"라며, "대통령 참석 요구에 대해서는 (4.3이) 거래대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주필은 "4.3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유족회.경우회의 화해도, 규정도, 법도 아니다. 모든 걸 덮고 이해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가자는 합의"라며, "현재 4.3은 전환점이 없다. 갈등해소를 외치는 정부에게서 통 큰 결단은 찾아볼 수 없다. 진정 원한다면 위로부터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회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양진웅 제주4.3희생자유족회 발전기획위원은 "화해와 상생이라는 주제에 걸맞는 어른들의 진일보한 방안제시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앞으로 후대를 위해서 좀 더 인본주의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려는 그러한 시선을 가져 달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의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참석을 촉구했다.<헤드라인제주>

12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제주 4.3 도민 대토론회'.<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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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2015-03-13 11:25:54 | 175.***.***.60
참 어이가 상실...도대체 내년 선거는 물건너 가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