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환경올림픽이라 불리는 '2012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중단시키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강정을 지키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한국환경회의 등은 8일 오후 2시 강정마을 강정천 운동장에서 '제14차 해군기지 백지화 전국시민행동'의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과 평화대행진을 가졌다.

'WCC와 함께하는 환경,생명,평화 마을 강정지키기'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는 강정주민들을 비롯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과 WCC 참가를 위해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들은 평화의 섬 제주와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반드시 중지시킬 것과 이를 위해 전세계 환경운동가들이 참여한 WCC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실체를 알려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강정마을에서 WCC총회가 진행 중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까지 약 7km 구간을 걷는 평화대행진에 나섰다.

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은 손마다 '해군기지 결사 반대', '강정마을을 지키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깃발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다.

# "반환경적, 반인륜적 제주해군기지 반드시 막아내겠다"

행진에 앞서 참가자들은 강정천 운동장에서 이날 전국시민행동의 시작을 알리는 출정식을 갖기도 했다.

가수 조상희씨의 무대로 막을 올린 출정식에서 고권일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은 "반환경적이고 반인륜적으로 진행되는 제주해군기지에 우리의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은 말도 안된다"면서 "제주해군기지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위원장은 "어제(7일) 대정부질문에서 제주해군기지가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닌 미군을 위한 군사기지라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왜 우리가 강대국의 군사적 다툼에 피를 흘려야 하는 것이냐.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군기지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정마을의 경우 일강정이라고 불리면서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해군기지 건설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마을공동체가 산산히 부서져버렸다"면서 "이런 반환경적, 반인륜적 해군기지가 건설되도록 절대 놔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50년은 버틸 수 있을 해군기지를 짓겠다고 하더니 1년만에 태풍에 의해 케이슨이 박살났지만 반성도 없이 케이슨을 다시 찍어내고 있다"며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막기 위해 바지선 위로 올라갔으나 해군 등은 고공에서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끌어내렸다"고 비난했다.

고 위원장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정부가 하고싶었다면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나서 설득을 해야했으나 돈으로 매수해 찬성파를 만들어놓고 형제와 자매들끼리 싸우도록 부추기고 있다. 이런 반인륜적 행태에 져선 안된다"며 해군기지 공사 중단에 모두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했다.

# "WCC총회 참가자들에게 제주해군기지 문제 널리 알리겠다"

이날 행사에는 WCC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참가자들도 함께했다.

미국 하와이에서 건너왔다는 재미교포 백구한씨는 "강정에 와서 강정포구를 통해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면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하면서 "미국이 군사력으로는 세계 최고이지만 평화의 힘으로는 강정이 세계 최고인 것 같다"면서 강정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시 미국에서 왔다는 존 앵글씨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행진을 통해 WCC총회장에 있는 환경운동가들에게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환경연합으로 8000여명의 회원들이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실체를 알게되면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함께 해 줄 것"이라며 "IUCN에는 정부기관과 국가기관들도 포함돼 있어 이들이 함께할 지는 모르겠지만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알려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독일인 클라우스 보셀만씨는 "제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월 인터넷에서 '제주'를 쳤을 때 2번째로 뜬 사진이 바로 지금 여러분들의 사진이었던 덕분이었다"며 "그 사진으로 바라봤던 평화의 현장에 제가 서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며 이날 평화대행진에 함께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남아야 한다. 이는 한국을 위해서만이 아는 전세계의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군사주의에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전세계의 평화운동가들에게 강정마을과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소식을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평화대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은 WCC가 진행 중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로 이동한 후 현장에서 'WCC와 함께하는 환경,생명,평화 마을 강정지키기...제14차 해군기지 백지화 전국시민행동'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