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해소하는 것이지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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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해소하는 것이지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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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창용 서귀포시공무원노동조합 전 지부장

강창용 서귀포시공무원노동조합 전 지부장.<헤드라인제주>
중국 제자백가의 한 유파인 명가의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인 등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여씨춘추>에 따르면 어느 날 물에 빠진 시체를 건진 사공과 유족 간의 금전적 줄다리기를 가지고 양쪽 모두에게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식의 논리를 주장하여, 합의가 되지 않도록 조장한다. 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나타나 있지 않다.

다만 쌍방에 대한 등석의 말은 옳으며, 그의 말에는 모순이 전혀 없다. 문제는 그의 관점에 있다고 하겠다. 시체를 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판단과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등석을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혼란을 일으켰다고 하며, 이런 까닭에 등석은 민중의 풍속을 흐린 죄로 처형당했다고 전해진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갈등사안에도 등석과 같이 양쪽을 다니면서 간교한 지혜로서 혼란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사상을 바탕으로 갈등의 일선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들의 욕구에 맞도록 논리적 타당성을 부여하며, 욕구가 쟁취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형태든지 이러한 행위는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나중에 갈등이 종결된 후에도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도록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개입 또는 중간자의 부적절한 역할로 인하여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갈등도 해결되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엊그제 만해도 공무원노동조합과 시가 합의하에 잘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도의 모 간부공무원의 개입으로 인하여 상호간의 분란을 조장한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기관 측에서 운용의 묘를 잘 살려서 원만하게 처리되기는 하였으나 정부나 도의 정책을 비난하거나 법률상 중대한 문제가 없는 단순한 노조의 활동에 대하여 상급기관인 도가 왈가불가 하는 것이야말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중간자의 부정적 개입이 원만한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되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갈등조장의 문제는 자치단체와 자치단체간의 갈등, 정부와 주민간의 갈등, 민간개발사업자와 주민간의 갈등 등 거의 대부분 갈등의 저변에 깔려있다. 중간에 개입하는 본인은 나름대로 명확한 논리를 가지고 의견을 펼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일견 그 논리는 모순이 없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반대편 입장의 주장 또한 정당하고 타당하여 모순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이렇게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세치 혀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 등석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갈등이 생기고 소멸되어 가고 있다. 그런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신념이나 명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야 하고, 생긴 갈등이 소멸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현대와 같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갈등의 중간에 서 있는 자는 등석의 간지(奸智)가 아닌 아기를 둘로 나누어 가지라고 명하고 두 여자의 태도를 살펴 진정한 어머니를 가려내었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헤드라인제주>

<강창용 서귀포시공무원노동조합 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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