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두 못내던 '말아톤'..."완주 소감? 좋아 죽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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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 못내던 '말아톤'..."완주 소감? 좋아 죽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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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함께함'의 즐거움 장애인마라톤대회

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동시에 안고 있는 최영옥 할머니(75)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걷기대회에 큰 마음을 먹고 참가했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참여하게 된 최 할머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일은 아닌지라 걱정도 됐지만, 막상 달려보니 품고있던 걱정은 싹 달아났다.

"맨날 방에만 앉아있었지 언제 이렇게 뛰어봤겠어요? 기분 좋아 죽겄네~!" 모처럼 포근한 바람을 맞은 최 할머니는 행복한 함성을 질렀다.

7일 제주시 한라체육과 일대서 열린 장애인마라톤대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마라톤 대회 코스를 함께걷는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대차게 쏟아질 것이라던 방사능 비도 뚝 그친 7일. 제주시와 지체.농아.시각.신장.지적 등 5개 장애인단체는 이날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제12회 장애인한마음축제'를 열었다.

2000명이 넘는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한 이번 축제에서는 장애인복지 증진에 기여한 유공자에 대한 표창이 전달되고, 장애인 노래자랑, 수화공연, 예술단 공연 등이 이어졌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참가자들을 흥겹게 만들었지만, 축제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장애인 마라톤대회'와 '장애인 걷기대회'가 첫 손에 꼽혔다.

이날 한라체육관을 출발해 한국병원, 광양로터리, 제주도 문예회관을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마라톤 대회에는 300여명의 참가자들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코스의 길이는 약 5km. 비장애인이라도 결코 쉽지 않을 거리지만 참가자들은 출발 전부터 굳은 의지를 보였다.

장애인마라톤 대회 코스를 함께걷는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7일 제주시 한라체육관 일대서 열린 장애인마라톤대회. <헤드라인제주>
7일 제주시 한라체육과 일대서 열린 장애인마라톤대회. <헤드라인제주>

모두가 함께 카운트 다운을 외치고, 곧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총알처럼 뛰쳐 나갔다. 몇몇 참가자들은 채 몇초가 지나기도 전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참을 앞서나갔다.

함께 열린 걷기대회의 총성도 곧 이어 울렸다. 500여명의 참가자는 서사라 사거리에서 되돌아오는 1km코스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이들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손을 맡긴 이들도 한데 어우러졌다.

아들뻘을 넘어 손자뻘 되는 자원봉사자 이희동씨(22)와 함께 걷던 김옥형 할머니(83)는 "옆에서 이렇게 손을 잡고 걸어주니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과 손 잡고 싶었을껀데 이 친구는 싫어할꺼야"라는 김 할머니의 짖궂은 농담에 이씨는 "저도 너무 즐거워요"라며 손사레를 쳤다.

비교적 거리가 짧은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먼저 결승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무리의 참가자들은 동시에 결승선을 끊으며 박수갈채를 만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5km의 긴 거리를 완주한 마라톤 참가자들도 속속 시야에 들어왔다. 등수가 대수랴. 결승점을 통과한 이들에게는 모두 결승 테이프를 끊는 영예가 주어졌다.

장애인마라톤 대회 코스를 함께걷는 참가자들.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마라톤 대회에서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참가자. <헤드라인제주>
장애인마라톤 대회에서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참가자. <헤드라인제주>

두 팔을 벌리며 결승선을 통과한 김행수씨(50)는 교차로에서 밀리는 바람에 조금 뒤쳐진 것을 내심 아쉬워했다. 김씨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서로간의 편견없이 같이 뛴다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고 소감을 밝혔다.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을 완주한 김화용씨(43)도 "체력도 강하게 할 겸 참석했는데, 모두 함께 뛰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땀에 흠뻑 젖은 참가자들의 얼굴은 활짝 개여있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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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제주시 한라체육관 일대서 열린 장애인마라톤대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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