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의 서러움, "진입로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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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회사'의 서러움, "진입로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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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하소연'..."정말 너무 하네요"
"사전 언급 전혀없이 멋대로 진입로 폐쇄...장애인이라고 무시해?"

멀쩡히 다니던 길이 도로공사라는 명목하에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다.

회사로 들어가는 입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고, 대신 50m나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입구라는 명목의 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공사관계업체나 행정당국에서 가타부타 말도 없었다.

아무런 사전 언급도 없이 원 진입로는 폐쇄시켜 버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진입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새로 생긴 입구도 불편하기 짝이 없다. 좁기도 좁거니와 가파른 경사로에 대충 만들어져 있어 절로 아슬아슬한 주행이 되곤 한다.

게다가 좁은 입구 덕택에 차량이 진입하려면 90도로 핸들을 꺾으며 들어가야 한다. 바로 뒤로는 시속 70~80km의 차량들이 쌩쌩 지나다니는 통에 서행하면서 진입로로 들어가는 것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확장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제주시 번영로. 이 도로에 인접한 작은 회사앞에서 일어난 일이다.

도로확장공사로 사라진 진입로. 언덕 위로 보이는 길이 N승마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사진=제보자 촬영, 헤드라인제주>
도로확장공사로 사라진 진입로. <사진=제보자 촬영, 헤드라인제주>
# 틀어막은 진입로..."뭘 바라고 이러느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N승마장. 장애표준사업장인 이곳은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재활'을 주 목적으로 10여명의 장애인들이 함께 꾸려나가는 사업장이다.

크게 각광받지는 않아도 두어번씩 언론에도 조명되는 등 작지만 건실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회사 진입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사전에 아무런 통보 없이 입구에서 동쪽으로 40~50m 가량 옮겨졌다. 표지판이 설치된 위치에 대충 만든 진입로가 함께 자리했다.

겨우 올라간 경사로에는 시멘트벽돌탑과 토사가 군데군데 쌓여있다. 통행의 불편함은 물론 야간에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늘 도사리게 된 것.

최근에 눈이 쌓였을때는 가파른 진입로에 들어가려던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자칫 대형사고를 당할뻔한 위험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진땀을 쏙 빼곤 한다.

상처가 컸던 탓일까. 회사직원인 고모씨는 "왜 입구를 막아버리고, 옮겨버리고, 위험하게 만들고, 토사와 시멘트 벽돌을 쌓아놓은 것이냐.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고 무시하는가"라며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뭘 바라고 이러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장애인들이 피눈물이라도 짜서 뭘 만들어드려야 다시 제대로 만들어줄 것이냐"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도깨비공원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넓고 완만하게 조성돼 있다. <사진=제보자 촬영, 헤드라인제주>
# "바로 옆 관광지는 멀쩡하네요?" 차별대우에 분개

이들이 분개한 또 다른 이유는 인접한 관광지와의 '차별대우' 때문이었다. N승마장과 얼마되지 않는 거리에는 제주대학교 산하의 관광지 도깨비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인접해 있는 이 도깨비공원의 입구는 차량이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진입로가 제대로 조성돼 있는 것이다.

진입로의 넓이도 충분할뿐더러 경사도 완만하게 만들어졌다. 또 N승마장처럼 공사의 여파 때문에 멀찍이 돌아 우회하지 않아도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직결돼있다.

토사나 시멘트 벽돌이 쌓여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고 무시하는가"라는 발언의 배경은 이곳에 있었다.

# 제주도 "경사로에 자갈 깔아 즉각 조치 취하겠다"

다행히 제주도는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제주특별자치도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한참 번영로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당장에 포장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불편을 겪는 경사로에 자갈을 깔아 경사각을 원만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불편함을 겪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연일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관련된 일에 대해 당사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0일 이 업체 관계자들과 뒤늦게 만나 원래 진입로가 나 있었던 곳은 아니지만 현재 진입로가 개설된 지점에서 제주시 방면쪽으로 10m 옮겨 진입로를 개설하고 표지판도 업체 가까이로 이동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멘트 벽돌이 군데군데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벽돌을 이미 철거하고 안전시설물을 추가로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일련의 파문은 제주도당국이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사전에 업체측과 상의도 없이 진입로를 폐쇠하거나 이동시키면서 발생한 것이어서 행정집행 과정에서 '일방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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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타깝도다 2011-02-12 19:01:04 | 1.***.***.12
진작에 양해 구했으면 좋았을텐데
사후약방문이로다. 가슴에 멍들게
해놓고

다른 목소리 2011-02-11 21:18:49 | 118.***.***.85
다른 목소리 헤드라인제주에서 이런 기사 많이 발굴해 주세요
기대했던 기사입니다
행정보도자료 기사에 신물이 납니다

이런 2011-02-11 11:32:07 | 59.***.***.23
나쁜 사람들
큰 기업이라면 그랬을까?
빽있는 업체라면 그러지 않았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