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장애인, 운전 불가능한 성년 장애인 이동권 제약"
"장애인이 타고 다닌다면, 본인 차량 아니어도 예외 인정해야"

서민만 차별하는 정책, 실효성이 없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혹평이 쏟아지는 제주 차고지증명제와 관련해 최근 한 시민 모임에서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가운데, 이와 별개로 국민권익위원회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폭넓은 보장을 권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 보호자가 타고 다니는 차량에 대해서는 차고지증명제 적용대상에서 예외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위는 국내 지자체 중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에 대해 예외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주특별자치도에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교통난과 주차난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차고지증명제는 현재 전 차종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하고 있다. 차고지가 없는 경우 자동차 등록(신규·변경·이전)이 불가능하고, 차량 소유자는 거주지를 이전할 때에도 의무적으로 차고지를 증명해야 한다. 차고지를 증명하지 못하면 자동차 등록이 안될 뿐만 아니라 거주지 이전도 불가하다.
이번 권익위의 권고는 장애인의 이동권도 지나치게 제약하는 점을 받아들인데 따른 결정이다.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이용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차고지증명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 인정범위가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차고지증명의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장애인 본인이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장애인 본인 단독 명의 차량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18세 미만 미성년 장애인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고, 성년인 경우에도 장애의 정도가 많이 심하다면 운전면허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운전면허가 있더라도 보호자 명의 차량이나 보호자와의 공동 명의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도 흔한데, 이러한 경우 차고지증명의 예외를 인정받지 못해 차량 등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권익위는 차량 이용 없이는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실질적으로 배려하는 방향으로 차고지증명제가 운영돼야 하는 만큼, 제주도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세부적으로는 장애인 본인의 운전면허증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장애인 본인 단독 명의 차량은 물론 보호자 명의 차량이나 장애인과 보호자 공동명의 차량까지 예외인정 범위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장애인 본인 명의 차량뿐만 아니라 보호자 명의 차량 등에 대해서도 차고지증명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 민성심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일생생활에서 이동의 불편을 겪고 있는 장애인분들의 권익 증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헌법소원 제기된 제주도 차고지 증명제, 논란의 핵심은?
한편, 차고지 증명제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살기 좋은 제주도 만들기'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차고지 증명제의 위헌성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산권, 거주.이전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제주에서는 교통난과 주차난 완화를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결과적으로 실효성은 떨어지고 서민만 옥죄는 차별적인 반서민 정책이라는 논란을 빚으며 폐지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차고지증명제는 2007년 대형차량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2017년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2022년부터는 경.소형 차량까지 등록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후에도 차량 등록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량 억제라는 시행 효과가 반감되고, 결국은 서민, 청년들만 옥죄며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정책 시행 후 차고지를 마련할 방법이 없는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안적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차고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근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금액이 만만치 않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洞) 지역은 90만원, 읍.면지역은 66만원이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가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 금액보다도 갑절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사실상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폐지 요구 및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은 있어도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에도 압박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주택 임대 등의 거래에서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원도심 지역을 회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당초 시행취지와 달리 차량 억제 및 주차난 해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서민과 청년층은 물론 제주도의회에서까지 '폐지론'이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지난 달 27일 열린 제주도의 ‘차고지증명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도민 공개 토론회’에서는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제주연구원이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는데, 이 결과 도민사회에서는 폐지 의견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월말부터 10월초 사이 제주도민 1008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진행된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인 49.9%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차종과 거리 등의 일부 기준을 완화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15.9%로 조사됐다. 폐지까지는 아니어도 현행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준을 유지하면서 불편사항을 개선해야"라는 응답자는 22.3%, "차고지증명제의 효과를 조기에 도출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11.9%로 조사됐다.
차고지증명제가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정책이라고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1.5%가 "필요없다"고 답했다. "전혀 필요없다"는 34.0%, "거의 필요 없다"는 17.5%였다.
반면 "필요 있다"는 응답은 30.4%(조금 필요있다 18.5%, 매우 필요있다 11.9%)로 조사됐다. 중립적 의견인 '보통'이라는 응답은 18.1%였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