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너무 힘들다", "원도심 주민들 이중고", "폐지 논의해야"
오영훈 지사 "폐지도 한 방법...연말까지 용역통해 개선방안 도출"
제주특별자치도가 교통난과 주차난 해결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차고지 증명제'가 전면 확대 2년 만에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하는 정책이기는 하나,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층 등만 쥐어짜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반(反) 서민 정책', '차별 정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열린 제431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는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차고지 증명제 정책에 대한 비판적 질문도 잇따랐다. 급기야 '폐지론'까지 등장했다.
◇ 김기환 의원 "원도심, 차고지 공간도 없는데 경제적 부담까지 '이중고'"
이날 차고지 증명제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는 김기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첫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민선 8기 도정의 핵심 정책인 '15분도시 제주'와 연계해 차고지증명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15분 도시의 정책은 좋지만, 도민들 입장에서는 차고지 증명제와 같은 정책이 오히려 제약 조건으로 다가오면서 이게 15분 도시를 실현하는 데 더 험난하게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차고지증명제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역작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원도심 지역 같은 경우에 보면 오래된 건물들은 과거의 기준에 따라서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았다"면서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은 것은 불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고지 증명제라는 나중에 추진된 정책 때문에 원도심 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집 없는 서민들뿐만 아니라, 원도심의 좁은 골목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차고지 공간이 없는 집에 사는 주민들은 차고지가 없다는 이유로 차를 구입할 수도 없고, 매매 거래를 통한 이전 등록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민간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차고지 증명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영주차장 기준으로도 1년 9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떠 안으면서 임대를 했다 하더라도 지정 주차공간을 내어주는 것 아니기 때문에 주차를 못하고 또 다른 골목길을 찾아 세워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차고지 증명제 시행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김 의원이 지적하고자 한 내용도 이러한 취지다. 김 의원은 "이는 지속적으로 제기가 되는 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이 주차장을 확보할 여력이 지금 없어서 공영주차장이나 민간주차장을 임대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계형 차량 운전자를 들며, "차량을 이용하는 필수적인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며 "경제적 약자, 교통 약자들의 필수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어떻게 좀 확보해 줄 것인지,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고지 증명제 때문에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지만 육지부에 주소지를 두는 등의 편법적 활용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 김황국 의원 "차고지 증명제 과도한 규제...'폐지'해야"
김황국 의원(국민의힘)도 차고지 증명제에 대해 집중 성토했다.
김 의원은 "차고지 증명제와 관련해서 도민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며 "특히 주차장 면수를 확보하지 못한 지역에 사는 분들은 차고지 증명제 때문에 굉장히 재정적인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차고지 증명제와 관련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집단회의를 할 예정인데, 여기서 도민들이 필요 없다고 했을 때는 제가 먼저 대표 발의를 해서 차고지증명제 조례를 개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오 지사가 차고지증명제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하자,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저는 폐지해야 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폐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그는 "저는 도민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보는데, 이건 과도한 규제"라며 "2007년도에 처음 시행되어서 17년이 지났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 않느냐"며 "지금 차고지 증명제 폐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오 지사 "제주도만 시행하면서 불평등한 측면도...용역 마무리되면 개선방안 마련"
의원들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오영훈 지사는 "현재 70만 대의 자동차 등록 수는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현재의 차량 대수를) 유지한 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저는 없다고 본다"고 전제하면서 차고지 증명제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오 지사는 "현재 진행 중인 차고지 증명제 관련 용역이 끝나는대로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차고지 증명제 실태조사와 실효성 확보 방안에 대한 이 연구용역은 현재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진행 중으로, 올해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 지사는 "용역이 마무리되게 되면 빠른 시일 내에 그와 관련된 정책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차고지 증명제는 제주도가 먼저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현재는 저희도에만 적용되고 있는 규제 상황이기 때문에 저는 불평등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오 지사는 "그래서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시.도와, 또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와의 차별점이 어떻게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지, 이런 사례 분석도 면밀히 돼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차고지 증명제 '폐지' 필요성이 언급된 것에 대해서는, "폐지도 하나의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안 중에 하나라고 본다"며 "다만 시대 변화에 맞게 어떻게 점검할 것인가의 문제는 좀 더 다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예를 들면 저는 이 문제를 2035 탄소중립 정책과 연계해서 차고지 증명제 문제를 총량 관리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접근 방법까지 포함해서, 앞으로 제시되는 용역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차고지증명제, 청년.서민들 불만 폭주하는 이유는?
한편, 차고지증명제는 2007년 대형차량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2017년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2022년부터는 경.소형 차량까지 등록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후에도 차량 등록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량 억제라는 시행 효과가 반감되고, 결국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만 옥죄며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정책 시행 후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차고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근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그 금액이 만만치 않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洞) 지역은 90만원, 읍.면지역은 66만원이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가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 금액보다도 갑절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사실상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폐지 요구 및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공영주차장을 임차하더라도, 주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임대료만 챙긴 후 지정된 주차공간을 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권 공영주차장의 경우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는 무료로 운영되면서 '만차'가 되는 날이 많아 지정 주차면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인근 주택가 골목에 불법 주차를 해야 상황이다. 이는 주차난 완화'라는 제도 시행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행정당국이 집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돈 벌이'를 하며 기만하고 있다는 성난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폐지' 요구가 분출되는 상황에서 차고지 증명제에 대한 개선방안 연구용역에서 어떤 결론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차고지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