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하든지, 개선해야"..."1세대 1차량은 기본적으로 허용해야"
"집 리모델링 해도, 차고지 없어 들어오는 사람 없는 현실"
"원도심 사람들만 못 살게 구는 법이 되어서야 되겠나?"
제주특별자치도가 교통난과 주차난 해결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차고지 증명제'에 대한 폐지 논란이 크게 분출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마련한 공론화장에서는 시민들의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만 시행하는 정책이기는 하나,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층,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만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정민구)는 지난 30일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차고지증명제의 명과 암'을 주제로 집담회를 개최했다. 집담회는 차고지증명제 도입배경 및 현황에 대한 설명 후 읍면동에서 추천받은 참석자를 중심으로 차고지증명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 "왜 없는 사람들만 못 살게 구나...'1세대 1차량'은 허용해야"
변동호 일도1동 주민자치위원은 제주시 도심권에서도 원도심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변 위원은 "차고지증명제를 시작할 때부터 전면 시행하면 원도심에는 굉장히 불편 사항이 많을 것이다라는 그런 뜻을 의회에도 전달했고 시에도 전달을 했다"면서 "그렇지만 특별히 개선되는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 처음 시행할 때는 홍보도 제대로 안 됐고, 주민들이 내 차를 바로 바꿀 시기가 안되다 보니 이해가 부족했었다"며 "그러나 이제 자신의 차를 바꿀 때가 되니까지 어려움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원도심 같은 경우는 주차장법이 생기기 이전에 건축된 건물이 많다"면서 "(차고지 없는) 이런 건축물 2층 3층에 이렇게 거주하시던 분들은 차를 사려면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변 위원은 "요즘 집은 없어도 차 없이는 못 사는 데가 제주도 아니냐"며 "우리가 차 한 대만 있으면 제주도는 1시간권 내에 어디든 갈 수 있는데, 실제 원도심에는 살고 계시지만 착고지 증명제 때문에 주소지를 이전하고 그러면서 원도심의 인구가 빠져나가고,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 '전국적 시행'이 될 것이라고 했음에도, 결국 제주도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 문제도 지적했다.
변 위원은 "처음 시행할 때는 2004 2005년도가 되면 전국적으로 시행한다고 이렇게 했지 않느냐"며 "우리 제주도가 시범 운영한다고 했는데, 지금 전국적으로 시행을 안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제주도민에만, 원도심 사람들만 못 살게 구는 법이 되어서야 되겠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개선 방안으로 '1세대 1차량'은 모두 허용하고, 2대 이상 소유 세대에 대해서만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위장전입 편법 너무 많아...렌터카 이용이 경제적...원도심 인구 유출"
고광언 제주시 일도2동주민자치위원장은 차고지 증명제로 인한 '편법'이 커지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실제 살기는 일도2동에 거주하면서 농촌지역 등의 땅에 차고지증명을 하는 경우, 그리고 렌터카를 이용해 차고지 증명을 피하는 편법이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 위원장은 "렌터카 차고지 증명 안 받는다. 개인이 관리하는 것보다 렌터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으로 이익인데, 이익 되는 걸 선택하게 된다"며 차고지 증명제의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편법의 난무는 물론, 원도심 인구 유출은 계속될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
이재성 제주시 삼도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차고지증명제가 과연 이게 우리 제주도에 과연 어떤 효과가 있었느냐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는 효과보다는 손실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제도 시행 기간은 신규 차량을 등록하는 사람들에게 불법을 양산하는 범죄자를 양산했던 기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위장전입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책은 조속하게 없애야 된다 생각하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김도연 동홍동 통장연합회장도 차고지 증명제 페지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소득층, 청년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때 걸어다니는 사람은 없지 않나"면서 이 제도가 '위장전입'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 집과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차고지 증명을 하겠지만, 없는 사람, 저소득층들은 차고지증명을 못하면 차를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빈부격차의 문제 뿐만 아니라 요즘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 자존심도 가져야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 "집 리모델링 해도, 차고지 없어 들어오는 사람 없는 현실"
강춘범 용담1동 통장협의회장은 차고지증명제로 인한 원도심 주민들의 생활 불편 문제를 토로했다.
그는 "차가 있으면 (차고지증명제로 인해) 구제주에 못 들어오기 때문에, 구제주에서 나가는 많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게 현실"이라며 "집을 리모델링 해서 좀 살만하게 해놔도, 차가 있으면 못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인구가 텅텅 비어 있고, 어린 애도 없다. 차고지 증명제, 이건 진짜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재개발을 해서 재건축도 해서 차고지증명제나 뭐를 만들 수 있게끔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 (차고지증명제에 대해) 저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 "폐지를 하면 좋겠지만, 못한다면 '차등' 검토해야"
임재석 구좌읍 주민자치위원은 "구좌읍 지역은 청년들이 많이 들어와서 살아야 되는데, 차고지증명제로 인해서 차를 구입해서 출.퇴근을 하고 싶어도 차고지가 없는 경우에는 차를 구입할 수가 없다"며 "특히 청년들은 자동차를 타고 출.퇴근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려고 해도 자동차가 필요한데 차고지가 없다는 이유로 차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주지) 근거리에 차고지가 없다면 (차고지) 임대도 안된다"며 "그러다 보니 도심 지역에 비해서 주차장 시설도 미흡하고, 그러다 보니 자동적으로 인구가 도심으로 흡수되는 아주 안타까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고지 증명제가 지역적으로라도 풀리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차고지증명제를) 폐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폐지를 못한다면 도심지역과 읍면 지역은 어느 정도의 차등을 두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대부분이 차고지 증명제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 성토했다.
◇ "생계형 경차, 차고지 임대료만 1년 90만원...말이 되나?"
참석한 의원들도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
김황국 의원은 "오늘 나온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이 제도가) 도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저는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어떤 사람은 3000cc급 비싼 승용차를 갖고 있는데, 이 분은 자동차세를 60만원을 채 안낸다"며 "근데 경차를 타고 다니는 분이 공영주차장에 차고지등록을 하려고 하면 동지역에서는 1년 90만원을 낸다"고 말했다.
즉,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차고지가 있어 경제적 부담도 없지만, 경차를 운행하는 고급 승용차의 자동세보다 더 많은 차고지증명 등록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대형 차를 굴림 만한 사람의 소득 수준과 생계형으로 경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의 재산세와 형평성에 안 맞다는 것이다"며 차고지 증명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김기환 의원은 "차고지증명제라는 제약조건으로 교통약자나 일을 하는데 차량이 필수인 도민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의회 차원에서 불편사항들을 잘 논의해 점차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민구 위원장은 "오늘 의견을 들어보면, 차고지증명제에 대해 페지하자는 분이 있고, 보완을 하자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제주연구원에서 용역 중인데, 우리 위원회에서 한 번 정도 더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여기서 나온 내용을 집행부에 전달해서 용역결과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의견수렴에서는 자동차 관련 업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석했던 김삼용 제주도 교통정책과장은 "여기 올 때 굉장히 무거운 마음으로 왔다"며 "오늘 말씀하신 부분들은, 사실 저희 내부적으로도 많은 공감했던 내용들도 상당히 많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이 제도와 관련해서는 과거는 틀리고 현재는 맞다, 아니면 현재는 틀리고 과거는 맞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쨌든 불편한 부분들을 저희가 어떻게 해결할지, 의원님들과 잘 상의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해서 하고, 그 다음에 현재 제주도에서 연구용역을 하고 있는데, 연말 정도에는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차고지증명제 '폐지론' 분출, 이유는?
한편, 차고지증명제는 2007년 대형차량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고, 2017년부터는 중형차까지 확대됐다. 2022년부터는 경.소형 차량까지 등록 대상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이 제도 시행 후에도 차량 등록대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차량 억제라는 시행 효과가 반감되고, 결국은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만 옥죄며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정책 시행 후 무주택 서민들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차고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근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그 금액이 만만치 않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洞) 지역은 90만원, 읍.면지역은 66만원이다. 이는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가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 금액보다도 갑절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사실상 '세금 폭탄'으로 불리는 이유다.
집 없는 무주택자와, 원룸 등에 사는 청년 등에 대해서는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폐지 요구 및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은 있어도 차고지 공간이 없는 원도심 주민들에도 압박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주택 임대 등의 거래에서 차고지증명제 때문에 원도심 지역을 회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당초 시행취지와 달리 차량 억제 및 주차난 해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반면, 집 없는 서민들과 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서민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공영주차장을 임차하더라도, 주차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임대료만 챙긴 후 지정된 주차공간을 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권 공영주차장의 경우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는 무료로 운영되면서 '만차'가 되는 날이 많아 지정 주차면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인근 주택가 골목에 불법 주차를 해야 상황이다. 이는 주차난 완화'라는 제도 시행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행정당국이 집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돈 벌이'를 하며 기만하고 있다는 성난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폐지' 요구가 분출되는 상황에서 차고지 증명제에 대한 개선방안 연구용역에서 어떤 결론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