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사상 첫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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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수형 행방불명 희생자 재심, 사상 첫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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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행불인 10명 유족 청구 재심재판 '무죄' 선고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옥살이 중 실종...명예회복 단초
"생사여부도 확인 못한채 70년 기다림...아픔 치유됐으면"
4.3행방불명 희생자 故 오형률씨의 아내 현경아(101,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할머니와 유족들이 무죄 선고를 받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4.3행방불명 희생자 故 오형률씨의 아내 현경아(101,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할머니와 유족들이 무죄 선고를 받고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종합] 72년 전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불법 군법회의를 통해 투옥돼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중 생사 소식이 끊긴 4.3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해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11시30분 열린 제주4.3 행방불명희생자들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행방불명 희생자는 故오형률, 故김경행, 故서용호, 故김원갑, 故이학수, 故양두창, 故전종식, 故문희직, 故진창효, 故이기하 등 10명이다.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 중 행방불명인에 대한 무죄 선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재심은 지난해 2월 18일 제주4.3 행방불명인유족회 주도로 재심을 청구한 행불인 339명을 비롯해, 지난해 6월 재심을 청구한 10명 등 총 349명의 행불인 유족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이 340여명에 달하는 만큼 한번에 10~20여명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구형까지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무죄 구형 직후 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생사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채 70년을 기다린 재심청구인들이 본 재판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 재판으로 피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내란죄, 국방경비법 위반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나 입증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면서 "이 사건과 유사한 보도연맹, 지난해 12월 선고한 4.3사건 등에서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판시한 바 있는 점,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재판부도 바로 그 자리에서 신속하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에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피고인들의 목숨마저 희생돼 가족들은 연좌제의 굴레에 갖혀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 선고로 피고인들과 유족들이 굴레를 벗고 나아가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오른쪽, 왼쪽을 따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길 바란다"며 10명 희생자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주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일괄적 재심 및 명예회복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불법군법회의를 통해 옥살이를 한 수형인 18명에 대해 전원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또 지난해 말에는 생존수형인 8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까지 더하면 현재까지 재심을 통해 무죄(공소기각 판결 포함)를 선고받은 수형인은 36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아직도 2500명의 수형인이 남아있고, 이들 대부분이 구순을 넘긴 고령이어서 불법 군법회의 판결의 무효화 또는 일괄적 재심 진행 등의 법적 조치가 필요해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가 요구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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