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판결' 제주4.3행불인 유족들..."70년 응어리, 드디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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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판결' 제주4.3행불인 유족들..."70년 응어리, 드디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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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제주4.3 행불인 재심 선고 직후 유족들이 기자회견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1일 제주4.3 행불인 재심 선고 직후 유족들이 기자회견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72년 전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불법 군법회의를 통해 투옥돼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중 생사 소식이 끊긴 4.3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해 21일 사상 첫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행불인의 유족들이 환영입장을 밝혔다.

이날 재심 선고가 이뤄진 제주4.3행불인 유족들은 법원 앞에서 "군사재판 원천 무효 4.3특별법 개정하라", "대한민국 사법부 만세"를 외쳤다.

이 자리에서 故 오형률 할아버지의 아내 현경아 할머니(101)는 "20대에 혼자 3남매 키우면서 너무도 어려웠다"면서 "(아이들의)아빠는 어디갔는지, 너무 생각이 나서 볼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다. 이제야 너무 생각나고 울컥한다"고 회고했다.

현 할머니의 딸인 오정희 할머니(76)도 "70년 동안 우리 어머니의 가슴에 굉장히 아플정도로 응어리가 져 있었다"면서 "오늘 이렇게 풀어져서 너무나 어머니가 가슴이 시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어머니가 100세가 넘으셨는데 이걸 풀어주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하셨다"며 "딸로서 이번 정부에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도 "오늘 4.3유족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려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70여년 동안 하루도 편한 날이 없게 살아왔다. 유족들에게는 연좌제니 뭐니 해서 아이들까지 영향을 받아왔다. 하나도 공직생활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오늘에 이르러서 좋은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필문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유족협의회장은 "오늘 재판에서 무죄선고받음을 감사드린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살아있는게 너무 고맙다고 한다"면서 "행불인 유족은 살아있는, 국가에서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이기 때문에 더 억울하다. 오늘 사법부에 대해 모두가 다 만세삼창을 외치겠다"고 말했다.

이번 재심 사건을 담당한 문성윤 변호사는 "앞으로 재심 개시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이 330여분이 기다리고 있고, 그 분들에 대한 재심개시 결정도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재심개시 결정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면서 "조만간 그 분들에 대한 재심 결정이 있게 되면 오늘과 같은 공판 기일과 선고가 예정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변호사는 이번 재심 재판과 관련해 "이번 사건은 재심청구인들만이 아니라 그당시 끌려갔던 수형인들께서 사망했는지 여부가 전혀 객관적인 자료로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당시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지 않아서 A라는 분이 끌려가서 돌아가셨다 해서 A라는 분이 유족들이 말하는 A라는 분하고 동일인인지 여부가 이름이 틀려서 어려운 작업이었다. 사망여부, 동일인 여부 확정하는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단일 사건으로 300명 이상이 재심을 청구한 건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거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첫 사건이 아닌가 싶다"면서 "(청구인이)300명 이상이 되는 사건을 심리해 준 법원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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