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역이슈로 부상 못한 '제주 제2공항'...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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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지역이슈로 부상 못한 '제주 제2공항'...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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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 제2공항 입장 '4인4색'...논쟁도 사라졌다
이재명 "상황 더 지켜보겠다"...윤석열 "제2공항 조속한 착공"
심상정 "제2공항 백지화"...안철수 "건설 필요하나, 도민 합의 하에"

제주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가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는 강한 지역 이슈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제주도 방문 과정에서 제2공항 관련 입장은 나오고 있으나, 대부분 단발성으로 그치고 있다.

지방정가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제2공항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은 확연한 차이가 있으나, 어떠한 반박이나 공방도 없다. 거리유세에도 '조속한 착공'을 내건 국민의힘과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정의당을 중심으로만 제2공항 관련 내용이 다뤄지고 있다.

때문에 대선 막바지로 향해 가는 시점에서도, 제2공항 문제는 쟁점화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 19대 대선과 21대 총선 때와 비교하더라도 무척 대조적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이의 가장 큰 이유는 '논쟁의 실종'이다. 제2공항 이슈를 둘러싼 정당이나 후보진영간 논쟁과 공방이 사라지면서 이슈가 묻혔다는 것이다. 지방정가에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소극적 태도, 그리고 일부 전략적 회피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침묵'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다분히 의도적 회피로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심상정 후보, 안철수 후보.ⓒ헤드라인제주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심상정 후보, 안철수 후보. ⓒ헤드라인제주

이러한 가운데, 주요 정당 후보들의 제2공항 입장은 그야말로 '4인 4색'이다. 특이한 점은 후보들 대부분 제2공항 건설 당위성 내지 타당성에 대한 입장만 간략하게 제시했을 뿐, 갈등문제라는 관점에 접근한 해법 제시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나왔던  '갈등 해소'라는 약속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정당별 후보경선 레이스가 펼쳐지던 시점의 제2공항 논의 상황보다도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2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2월 제주도와 도의회 합의로 진행된 도민의견을 묻기 위한 여론조사가 있었고, 7월에는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반려 결정을 내리면서 전면 중단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이 때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제2공항 입지 대안을 검토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정석비행장' 대안론도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7월 개최하려다 방역문제를 이유로 취소한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 및 갈등해소 해법모색 토론회'는 '정석비행장 대안'을 공론장에 첫 상정하려 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정석비행장에 대한 기술적 검토.활용방안에 대한 제안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당정협의를 통해 제2공항 갈등문제를 빠른 시일 내 매듭 짓겠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그러나 제2공항 문제는 대선 정국으로 전환된 후 쏙 들어갔다. 정치권에서 침묵을 하자, 정부가 다시 재추진을 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환경부의 반려 사유를 보완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용역을 전격 추진하고 나섰다. 사실상 제2공항 건설사업의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용역이다.

이 용역은 소요기간이 7개월로, 용역결과에 따른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에서 하게 됐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해 12월 제주도를 방문해 "정부는 계획대로 또박또박 추진해 나갈 수 밖에 없다"면서 제2공항 계획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안론을 검토하겠다던 정치권은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제2공항 입장은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됐다. 후보들의 제2공항 입장은 그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2공항 건설 조속한 착공",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제2공항 계획 백지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제2공항 건설 필요하나, 도민 합의 하에"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도민사회 제2공항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갈등은 어떻게 해소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 입장은 없다. 

◇ 이재명 "주민논쟁, 정부 방침,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

각 후보별 발표 내용을 보면, 먼저 이재명 후보는 '제주도 핵심 공약'에 제2공항 갈등문제를 전면에 등장시키지 않았다. 다만, 공약발표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짤막하게 언급했다.

이 후보는 "제2공항은, 주민들간 논쟁도 매우 격화되고 있고, 타당성과 정부의 방침도 매우 달라서, 쉽게 어느 방향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전에도 그랬지만,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지역 현안은 주민들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도 부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13일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 ⓒ헤드라인제주

이 후보의 입장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2공항 건설 타당성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주민들간 논쟁, 정부 방침 등을 지켜본 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다소 유보적 입장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제주선대위에서는 이 후보의 제2공항 관련 발언이 있은 후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상당히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 윤석열 "제2공항 조속 착공"...'도민결정 존중' 입장에서 급선회

반면, 윤석열 후보는 '제주도 8대 지역공약'에 '제주 제2공항 조속 착공'을 포함시켰다. 

윤 후보는 당초 지난해 10월 제주도를 방문할 때에는 "도민들이 결정해 주면 정부가 조정하겠다"면서 '도민 결정 존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공약에서는 '조기 착수'로 전격 전환했다.

윤 후보는 "현재 제주국제공항은 연간 입도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이미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로, 극심한 혼잡뿐만 아니라 항공 안전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제2공항 건설을 조속히 추진해 항공 수요 분산 및 추가 수요를 확보하고 항공 안전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의 운영방식과 관련해서는, 제주공항공사를 설립해 제2공항 건설과 운영 업무를 이양 받아 주관하고, 공항 운영 수익을 도민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했다. 또 제2공항을 중심으로 △에어시티 지구 △스마트혁신 지구 △항공물류 지구 등 제주의 특색에 맞는 공항복합도시를 조성해 제2공항 건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제주도 동부지역에 새로운 경제축을 형성해 동서 균형발전을 위한 핵심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5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선대위 대선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한 윤석열 후보.ⓒ헤드라인제주
지난 5일 제주를 방문해 제주도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윤석열 후보. ⓒ헤드라인제주

국민의힘 제주선대위는 윤 후보의 이 공약의 후속조치로 '제2공항·신항만건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선거전에서 집중적 홍보를 벌이고 있다. 허향진 도민선대위원장은 24일 논평을 통해 "제2공항 조속 착공으로 도민사회 갈등과 분열의 반목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의 당선 후 도당차원의 제2공항 특위를 상설기구로 구성해 반드시 임기 내 착공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며 "반대 주민들도 모두 끌어안으며 합당한 보상과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공동체 회복에도 팔을 걷어붙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 심상정 "대통령 되는 즉시 제2공항 백지화 선언할 것"

이러한 두 거대 양당의 행보와 달리,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제2공항 백지화'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해 12월 제주도 방문 자리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는 즉시 제2공항 백지화를 선언하고, 제주의 새로운 미래, 도민이 이끌어가는 제주비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제주도 기자회견에서는 "제2공항 백지화는 제주의 미래를 열어가는 첫 걸음"이라며 "하루 빨리라도 지난 10년간 논란을 종식시켜야 새로운 제주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제주도에서 이뤄진 그동안의 난개발은 관광재원을 훼손하고 망가뜨려 제주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했고, 일부 소수를 위한 개발은 제주도민의 삶을 무너뜨리고 말았다"면서 "제주도민의 선택은 단순히 제2공항 사업 반대를 넘어 지난 20년간 제주의 재앙을 불러 온 토건주의 정치를 끝내고 명실상부한 도민자치로의 새로운 제주도의 미래 비전을 일구어가겠다는 주권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의 의지가 토건주의 정치에 좌초되지 않도록 성심으로 뒷받침 할 것"이라며 "제2공항 논란을 끝내고 제주도민의 새로운 비전이 실현되도록 적극 지원하고 함께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23일 열린 심상정 후보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지난해 12월 23일 제주도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심상정 후보. ⓒ헤드라인제주

정의당 제주선대위는 이번 대선 유세전에서 '제2공항 백지화'를 핵심 슬로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은 "윤석열 후보는 반대하는 도민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제2공항을 '조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후보는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고 한다"면서 "도민들의 갈등과 분열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 집권여당의 후보가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 안철수 "제2공항 건설 필요하나, 도민 동의 하에 진행"

안철수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아직 제주도를 방문하지 않아 지역공약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안 후보는 "많은 국민들이 제주도에 가고 싶은데 항공 교통량 한계로 제 때 가지 못하고 있다. 현 제주국제공항의 확장이나 제2공항 건설은 필요한 상황이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도민들은 제2공항을 건설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도민들의 동의와 합의 하에서 그 결론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은 필요하나, 도민들의 동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제2공항 건설을) 정부에서 정책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면서 "그런데 갈등을 놔두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두드려 맞고 공무원들이 욕을 먹어도 갈등을 해결할 자리는 계속 만들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합의가 돼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결론이 날 것이다"고 말했다.

◇ 시민사회단체 입장은?

한편,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제2공항 대선공약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를 동시에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정부여당은 제2공항 백지화의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정부여당은 투기세력과 토건기득권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명확한 민심에 귀 기울여 그에 합당한 제2공항 백지화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제주를 환경산업의 중심, 평화·인권·환경수도로 만들겠다며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폐기물 제로, 순환자원 혁신도시, 탄소중립 선도지역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제2공항 백지화에 말을 아끼는 것은 모순이다"면서 이재명 후보의 유보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환경수도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라면 제2공항 백지화의 민심에 분명히 답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제주에 제2공항에 신항만까지 세우겠다는 토건중독에서 제발 벗어나길 바란다"면서 "제주의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서 대규모 토건개발을 하겠다는 것과,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반면, 제2공항 찬성단체를 중심으로는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제주권공항인프라확충 범도민추진협의회와 제주지역경제단체협의회는 각 정당에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명확한 입장과 추진계획을 수립해 공약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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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질 2022-02-24 14:58:03 | 39.***.***.176
정치적 셈법만 하는 구개의워나리들, 따따블로 터져맀으니 뭔 생각이라는게 있겠냐? 적당히 눈 속임만 하는거지

제주사랑1 2022-02-24 12:25:51 | 112.***.***.248
더불어터진당은 없어져야, 제주도 균형발전 될 것이다,

흠.. 2022-02-24 12:06:00 | 59.***.***.7
제주도 국회의원들은 무사 입다물고 있나? 정석비행장 주장은 어디로 가사? 이래착 저래착 하는 게 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