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기본부장, 나흘만에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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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과기본부장, 나흘만에 자진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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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은 주홍글씨… 과학기술계 화합·발전 계기 되길"

과거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연루로 학계를 비롯해 과학계,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전격 자진 사퇴했다. 본부장으로 임명된지 나흘만이다.

박 본부장은 이날 사퇴서를 통해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다.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퇴서에서 "논문 조작 사건이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제가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을 계기로 제가 노력했던 꿈과 연구 목표 그리고 삶에서 중요시 여겼던 진정성과 인격마저도 송두리째 매도됐다"고 밝혔다.

이어 "세상이 이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본부장의 사퇴는 문재인 정부가 정식으로 임명한 주요 고위 인사 중 첫 번째 사례다. 공직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 번째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2~2003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위원, 2004년부터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지내다 2006년 1월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에 연루됐다.

박 본부장은 당시 논문조작으로 밝혀져 취소된 황우석 교수 논문의 공저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청와대 내에서 황 교수의 연구비 퍼주기를 이끌었고, 논문조작 진실의 규명을 막아 황 교수를 비호하는 일에도 앞장섰다는 비판도 받았다.

또 전공과 관계가 없는 과제 2건으로 황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 원을 지원받은 사실 등이 드러났지만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검찰 수사에선 처벌은 피했지만 청와대를 떠났다. 하지만 1년 뒤인 2007년에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위촉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최근까지 순천대학교에서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 7일 임명이 발표됐지만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어 여론의 반발을 불러왔다.

건강과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등 여러 단체는 박 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전날 과학기술계 원로들과 연구기관장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며 "허락해주신다면 국가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날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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