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제주시 "딱히 손 쓸 수 없어"
제주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송모씨(47)는 몇달 전 자전거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일을 떠올렸다.
누군가 자전거도로에서 말리고 있던 마늘을 피하려다 넘어지며 크게 다친 것.
송씨는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널어놓은 마늘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치료비 등 보상도 받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현충일이던 지난 6일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자전거도로에는 수십미터에 걸쳐 마늘이 널려져 있어 '제주환상자전거길'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특히 이 구간은 제주 올레 12코스와도 겹쳐 자전거 뿐만 아니라 도보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아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농산물을 제때 건조해야 하는 농민들의 애로는 이해가 많지만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 사고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주행하는 차들이 많지 않은 지역이기도 할 뿐더러 방지턱 등도 없다 보니 일부 차들은 빠른 속도로 진행해 아찔함을 느끼게 했다.
같은날 한림읍 귀덕리의 해안도로에도 상황도 비슷했다.
이곳은 올레길과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해안가를 따라 카페가 조성돼 있어 방문객들이 많은 곳이다.
귀덕 해안도로에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마늘이나 각종 해산물이 널려 있어 사실상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이용객들은 자전거도로 대신 차도로 내몰리곤 했다.
이 같이 제주시 곳곳의 자전거도로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딱히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농민들이 도로변과 같은 곳이 아니면 마땅히 농산물을 건조시킬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정당국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자전거도로에 마을 어촌계나 주민들이 농.해산물들을 말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 읍면동 등에 공문을 보내 홍보.계도하고 있지만 일일이 막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제주환상자전거길을 이용하다 자전거도로가 파손되거나 시설물이 잘못돼 사고가 난 경우 실사를 거쳐 보상을 하고 있다"면서 "물건 야적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경우 잘못을 가려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