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공수화' 논란 재점화...환경단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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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공수화' 논란 재점화...환경단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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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지하수 증량 옹호' 발언에 환경단체 성토
"공수화 개념 스스로 철회시킨 행위...용납 못해"

제주 지하수의 공수화 개념에 대한 논란에 재차 불이 붙었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최후의 관문' 역할을 자임했던 제주도의회의 입장이 확연히 바뀌면서 시민사회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김명만)가 지난 25일 '한국공항(주) 지하수 개발.이용 기간 연장허가 동의안'을 원안 통과시키면서 불거졌다.

이 동의안은 한 달에 3000톤의 지하수를 취수하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이 지하수 이용기간을 연장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도시위는 현재 제주 지하수의 총 취수 허가량이 하루 1만2360㎥에 달하고 있는데 비해 취수되고 있는 지하수는 지속 이용가능량의 7.48%에 해당되고 있어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일부 부대의견을 달고 안건을 통과시켰다.

사실 안건의 내용만으로는 논란이 일 만한 여지가 없었다. 취수량을 늘리겠다는 것도 아닌 단순 이용기간을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어 당초부터 무난한 통과가 예상되기도 했다.

문제는 각 의원들이 지하수 취수량에 대해 저마다의 '첨언'을 곁들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한 의원은 한진그룹에 지하수 개발을 최초 허가했을 당시에는 하루 500톤까지도 가능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증량하더라도 지하수 함량에 영향이 없다면 200톤까지 증량을 하면 어떠한가"라고 피력했다. 도리어 제주도 관계 공무원이 "기술적인 검토도 필요하고, 도민정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몸을 사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하수 취수량이 제한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생수시장도 변화된 만큼 이제 취수량에 대해 재논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 취수량을 늘리면 제주 홍보효과가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의견도 개진됐다.

한진그룹의 지하수 증량 시도는 도민사회의 논란을 사며 제주도의회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돼 왔다. 지난 2013년에는 가까스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 상정이 보류되며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기도 했다.

이날 의원들의 발언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표출됐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7일 논평을 내고 "지금껏 도민여론은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신청에 대해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제주의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의 영리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음을 수차례 확인해 온 바 있는데, 환도위 의원들은 심의에서 노골적으로 한국공항의 증산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의회가 지하수 공수화 개념을 스스로 철회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또 다시 도민의 인내심을 건드린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며 "대한항공의 일본노선 재취항과 제2공항 완공 전 정석비행장의 임시이용 가능성에 이어 터져 나온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논의는 제주도와 대한항공 간 모종의 거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성토했다.

도의회가 확연한 분위기 반전을 보인 이유는 최근 대한항공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제주와 일본을 잇는 직항노선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있는데, 이에 따른 뒷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 제기다.

또 심사 중 '증량하더라도 지하수 함량에는 별 영향이 없다', '증량하면 제주를 홍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식의 도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한국공항 말고도 먹는 샘물 시장에 진출하려는 대기업은 줄을 섰으니 함량 임계점까지 줄줄이 허가해주면 제주를 홍보하는데 더 이익이란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같은날 논평을 내고 "제주에서의 먹는 샘물 개발은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면 충분하다. 지하수 공수개념을 포기하고 일개 사기업에게 먹는 샘물사업을 확대 허용하려는 그 어떠한 시도도 도민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직 한국공항측이 지하수 증량을 위한 별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공항이 그간 수 차례에 걸쳐 지하수 증량을 시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의회의 옹호에 힘입어 증량 계획이 가시화 될 여지도 남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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