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탈스런 손님들..."10년째 찾아오는 이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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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스런 손님들..."10년째 찾아오는 이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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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18> 마음 편안한 동네 미용실 민경애 씨
12년째 변함없는 가격..."부담스러우면 안되죠"

"삼춘 머리는 위에 살짝 마는 것도 좋을텐데요? 볼륨감도 살고."

30년 경력의 베테랑 미용사 민경애씨(48). 매일 수십명의 사람을 상대하다보니 이제 척보면 그 사람에게 어울릴 만한 스타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고 한다.

"사람 상대하는 직업이다보니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지더라고요. 단골들이야 말 할것도 없겠지만, 처음 보는 손님들도 인상을 보면 성격이나 성향이 어떻겠구나 대충 감이 잡혀요."

오랜 시간 쌓아온 것은 미용기술뿐만이 아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었다. 오늘도 동네 어귀에 있는 작은 미용실에는 친구같은 전속 헤어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손님들이 찾아온다.

손님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민경애 씨. <헤드라인제주>
# 인상만 보면 '척척' 30년 베테랑 솜씨

제주시 건입동 소재의 작은 미용실은 아파트단지 구석에 있어 관심을 갖고 살펴보지 않는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찾아갈때마다 항상 한 두명의 손님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중에는 10년지기 단골 손님들도 상당수다. "이 자리에서만 미용을 한지 12년정도 됐네요. 처음 개업할때 오시던 손님이 지금까지 오는 분들도 많아요."

한달에 한두번씩 만나게 되는 단골들의 머리는 그녀가 더 잘 꿰차고 있다. 이 손님이 어떤 헤어스타일을 좋아하고, 또 머리모양을 바꾸는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등 머리속에 담겨있다.

"머리스타일은 사람의 인상을 크게 좌우해요. 아무리 옷을 잘입거나 하더라도 머리모양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소용없어요."

머리를 하러온 손님들도 본인의 생각보다 그녀의 설득에 더 귀를 기울이고는 한다. "니가 알아서 해라"라는 손님이 태반이다. 하지만 손님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웬만해서는 헤어스타일에 대해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그녀는 능숙한 기술도 기술이지만, 그보다 더 큰 동네 미용실의 경쟁력은 손님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요즘 큰 미용실을 보면 고객관리라면서 문자나 전화를 하기도 하는데요.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 하는 손님들이 많더라고요."

편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미용실. 또 찾아오라고 권하기 전에 먼저 찾아갈 수 있는 미용실이 그녀의 운영방침이다.

"미용사라는 직업이 머리를 잘 자르는 것만큼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느냐도 굉장히 중요해요. 말이라는게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잖아요? 손님이 마음을 돌리는 것은 순식간이에요."

# 12년간 변동없는 가격..."걱정 없어요~"

손님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비법은 또 있다. 12년째 조금도 변동이 없는 요금표가 그것이다. 커트비는 5000원이고, 파마는 2만원에서 3만원이다. 요즘 시내 어지간한 미용실에서는 배의 비용을 지불해야 머리를 할 수 있다.

민경애 씨. <헤드라인제주>
"커트는 그렇다쳐도 파마약 같은 경우는 물건이 올때마다 가격이 오르죠. 200원씩 300원씩 오르는 것도 은근히 부담이기는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동결한 이유는 손님에게 부담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미용은 대부분 인건비거든요. 가격을 올리지 않아서 손해보는 일은 없어요."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꾸준히 찾아와주는 손님들이 있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 것은 아니다. 슬하의 두 딸중 큰딸은 대학을 졸업했고, 작은딸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가격을 올리고 돈을 더 잘벌면 아무래도 그만큼 씀씀이가 헤퍼지지 않겠어요? 지금도 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는데, 적게벌면 적게 버는데로 살면 되는거죠."

# "몸 불편한게 오히려 감사하죠"

어떻게 미용을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야기는 3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동네놀이터에서 놀다가 넘어져 다리를 다쳤어요. 아무래도 그때는 의료기술이 지금처럼 좋지가 않았잖아요."

한의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이상도 없고 아프지도 않았는데, 결국 다리를 절게됐다. 현재 그녀는 장애 2급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X레이를 찍어도 별 문제 없다고 나오고, 주사를 맞고 침을 맞아봐도 별다른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미용을 시작하게됐다. 몸이 불편해도 할 수 있는 일이 기술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술을 배운 그녀는 고향인 경북지역에서 18년간 미용을 해왔고, 무작정 좋다는 이유로 12년전 내려온 제주도에서도 꾸준히 미용을 하고있다.

민경애 씨. <헤드라인제주>
한참 지난일이지만 그녀는 다리가 불편한게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몸이 멀쩡하면 나 잘났다고 자만할수도 있지 않겠어요? 몸이 불편한 만큼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됐고요."

이야기를 하던 도중 또 한명의 손님이 들어온다. 이번에도 오래 봐 오던 손님인지 스스럼없이 맞이한다.

"꿈이요? 별다른 것 있겠어요. 그저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가는거죠."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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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배 어린이 2011-03-09 14:33:27 | 211.***.***.89
아주 오래전 덕배가 국민학교 시절, 머리가 너무 길어 지하1층에 위치한 이용원을 찾았다. 그 이용원은 다른 가게와 다르게 지하에 위치했고, 낡고 음습한 공기가 세어 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나는 여린 목소리로 "저기요~"하자 젓혀진 커튼 사이로 한 아주머니께서 나타났고,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맞이했다. 아줌마왈 "꼬마야 여긴 왜 왔니" 코를 훌쩍이며 덕배왈 "머리 자르러 왔어요"...그러자 아줌마 샐쭉하게 웃으며 말하길..."조금 더 크면 그때 오렴 호호".......참 이상한 가게였다.